왜 우리가 도심의 번화가에서만 만났을까

[추억의 여행] 기차를 타고 떠난 진주여행 두 번째 이야기

등록 2011.05.04 15:34수정 2011.05.04 15:34
0
원고료로 응원
a

진주성 진주성 촉석루에서 바라본 풍경 ⓒ 김준영


진주, 내 기억속의 진주는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다. 그런데 그것이 내 기억에만 한정된 생각은 아닌가 보다.

조금 시기는 지났지만 신문의 조사에서 노후에 살기 좋으며 범죄가 없는 도시로 진주가 선정되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진주라는 도시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진주시를 끼고 흐르는 드넓은 남강 때문이었다. 남강과 그 주변으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관광적인 요소가 20살의 나에게는 너무 따스하게 다가왔고 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a

진주성과 남강 진주성과 남강 ⓒ 김준영


진주수목원역에서 진주역까지는 약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마산에서 진주수목원역까지 걸린 시간도 그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경상남도수목원은 진주에서 상당히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서울에서 근교 나들이 장소를 외곽에 조성하는 것처럼 경남수목원도 창원과 진주라는 경남대표 도시들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다.

진주역에서 나와 다음 여행지인 진주성을 향해 걷는다. 진주의 대표적인 여행 명소인 탓인지 도로의 표지판을 보며 걷다보면 쉽게 남강을 만나고, 남강을 낀 진주성이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한다.

a

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 김준영


진주여행을 계획할 때 진주성과 함께 더 둘러볼 곳이 없을까? 찾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있다. 바로 진주의 인사동 골동품거리이다. 문득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이 떠올라서일까? 망설임 없이 여행코스로 정한 다음 인사동골동품거리로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몇 번 길을 헤매다 물어물어 도착한 인사동골동품거리는 진주성 아래의 김해 김씨 비각 옆에 약 100미터 정도 조성되어 있는 거리였다. 마치 유명 관광지에서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이 가계 안밖으로 나와 있었고, 그런 집들이 보수동 책방골목과 같이 길을 따라 쭉 늘어서 있다. 옛것에 대한 향수와 관광지에서 보았던 장식물들이 이런 곳에서 옮겨져 꾸며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주성을 향해 걷는다.

a

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진주 인사동 골동품거리 ⓒ 김준영


a

진주성 진주성 풍경 ⓒ 김준영


진주성으로 갈 때의 시간은 거의 저녁 무렵이었다. 남들은 나가고 우리는 들어가는 아이러니 한 상황에서 묘한 기분을 느끼며 넒은 초원위의 진주성과 그 공간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진주성은 드넓은 공간에 진주박물관, 촉석루, 의암 등 수많은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걷다보니 모든 것이 새롭다.

"아마 우리가 어릴 적 수학여행이나? 답사로 와보지 않았을까?"라고 물으니 "아마도 그렇겠지, 우리의 기억에는 없지만…"이라는 말을 한다. 경주의 첨성대를 갔을때도 느꼈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이렇게 보면 참 단편적인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여행지를 여행하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곳에 갔는지도 모호해지니 말이다. 그래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흔적을 남기고 여기저기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소셜네트워크가 점점 활성화되는 것 같다. 이것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자그마한 외침이 아닐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런 것 같다.

a

진주성 진주성 풍경 ⓒ 김준영


진주성의 묘미는 남강을 바라보며 성곽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촉석루가 보이며 의기논개의 흔적이 담겨 있는 의암과 드넓은 남강의 물줄기를 하염없이 보며 걸을 수 있다.

촉석루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라는 촉석루, 촉석루에 서니 진주성을 휘감고 있는 남강과 진주시가 한눈에 보인다. '이런 누각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셨겠지?'라는 생각을 문득하며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지어진다. 그 미소는, 의미는 나도 그렇게 친구들과 하염없이 놀고 싶다는 소망인 듯하다. 방문화가 익숙해진 시대에 살아온 나로서는 점점 친구들과 만날 때 자연이 아닌 은밀하고 폐쇄적인 방에서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방문화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점점 개인화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탁 트인 강을 바라보며 서로 즐길 수 있었던 옛 조상들이 부러워 지는 순간이다.

촉석루 밑의 계단을 따라 의암으로 간다. 의기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순결한 장소이지만 역사적인 의미보다 의암에서 보이는 남강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의암이 생각보다 높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남강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여인, 그리고 승리에 도취해 자기도 모르게 의암 위에서 흥을 냈을 왜장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역사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남자라는 본질에서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입가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게 한다.

진주성을 뒤로하고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 위치한 천황식당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와의 첫 여행, '왜 우리가 도심의 번화가에서만 만났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종종 이런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약속까지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차를 타고 떠난 진주여행은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추억을 만드는 여행을 하며 그 기록을 간직하고 싶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

a

진주성 의암에서 바라본 남강 ⓒ 김준영



a

진주 비빔밥 진주 비빔밥 ⓒ 김준영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진주성 #진주비빔밥 #의암 #진주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타이어 교체하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됐다
  2. 2 "김건희 여사 접견 대기자들, 명품백 들고 서 있었다"
  3. 3 유시춘 탈탈 턴 고양지청의 경악할 특활비 오남용 실체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 한 외교, 실상은 이렇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