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
어릴 때, 전봉준이 누군지는 몰라도 방정환은 알았다. 게다가 충무공 이순신처럼 그의 이름도 '소파(小波)' 방정환으로 불려야지 '완전한' 이름이란 것도 알았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긴(?) 이름으로 각인되는 위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만큼 방정환은 특별했다. 나라를 구한 이순신급이라는 거다.
이유야 뭐 당연한 거. 그가 어린이날을 만든 장본인이니까. 물론, 이날이 제정된 배경에는 색동회라는 조직이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을 '어린이로부터' 끄집어내고자 했다는 숭고한 뜻이 있다. 물론 전혀 몰랐다.
그래서 '작은 물결'이라는 뜻의 '소파'인데, 나는 그저 거실에 있는 그 소파와 왜 같은 명칭을 사용했을까 정도의 의심만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를 1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구해주었다는 사실.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은 좀 남다를 수밖에 없다어린이날(children's Day)은 많은 나라에서도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5월 5일이고, 북한은 6월 1일이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도 이슬람력으로 5월 5일이 어린이날이다.
1925년, 제네바에서 열렸던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회의'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 공식적으로 제정되었다. 나름 정통성이 있는 날이라는 것. 1954년부터 유네스코는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날(Universal Children Day)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월 5일이 공식적으로 공포된 것은 1961년.
그러나 세계 곳곳의 '어린이 날'이 우리나라의 '그날'과 같을 리가 있겠는가. 그 나라들에서도 우리처럼 '자기들의' 방정환을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나라의 어린이날은 '원래' 소중한 이들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것을 각인하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린이에게 대해주는 '원래의 좋은 습관'을 이날 한번 '더' 다짐하는 셈이다. 당연히, 어린이들은 '매일'이 어린이다운 대우를 받고 있는데, '어린이날'이라고 호들갑을 떨 이유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