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예술촌, 대룡마을을 아세요?"

젊은 예술인들 17년 간 꾸며놓은 그림같은 초원의 마을

등록 2011.05.04 19:17수정 2011.05.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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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중에 목공예를 하시는 분의 작품입니다. 진짜 돼지크기입니다. 합판을 조각해 만든 작품으로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군요. 돼지 외에도 나무소파, 의자, 애벌레 등 나무로 모든걸 다 만드신다네요. ⓒ 진민용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오리라는 곳에 가면 '대룡마을'이라는 작은 시골동네가 나옵니다. 최근에 생긴 부산울산 고속도로 덕분에 부산에서 불과 30여 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에는 약 100여 가구가 살고 있고, 여느 시골이 그렇듯 주로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지역은 인근 임랑해수욕장과 장안사 외에는 딱히 볼거리도 없는 곳입니다. 그만큼 조용하고 아늑하긴 하지만 적적한 곳이기도 하지요. 봄 볕이 내리쬐는 한 낮에 도심의 매연을 벗어나 쾌청하고 맑은 공기를 기대하며 찾아갔지만, 하필 최악의 황사가 뿌옇게 끼어있어서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작은 마을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노송 두 그루가 여행객을 반기고, 좀 더 들어가니 노인정이 있는데 원목으로 한옥을 예쁘게 만들었더군요. 그런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누군가 만들어 놓은 거리조형물들이었습니다.

굵은 쇠를 엮어 만든 작품이나 끈이 떨어진 그네, 돌을 깎아 만든 담벼락위의 고양이 등 각종 작품들이 예사롭지 않은 자태를 뽐내고 있고, 오래된 창고의 담벼락에는 예쁜 해바라기와 각종 꽃들이 장식하고 있으며, 폐가의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그 곁으로 자그마한 분재화분들이 놓여져 있습니다.

누군가 이 모든 것들에 숨결을 불어넣은 게 분명합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담벼락마다 철재 또는 목재로 된 조각품들과 조형물들이 있고, 마을 입구에는 시골마을답지 않은 넓은 주차장까지 꾸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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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앉아있는 꼬마나사와 찰흙새 두마리.. ⓒ 진민용




지역 예술꾼들이 살고 싶어 만든 '예술촌'

조금 안쪽으로 가 보기로 하고 들어갔습니다. "오리공작소" 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오리를 키우나?" 싶은 생각도 잠시, 이 곳이 기장군 오리라는 지역이란게 생각나서 잠시 웃었습니다.

'오리공작소',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이 공작소를 들어가니 젊은 남자 두 분이 반겨주십니다. 자연스레 마을 이야기를 꺼냅니다.

"참 예쁘게 꾸며놓으셨네요."

"예, 원래 14명 정도 되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마을을 꾸미자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6명 정도는 이 마을에 살고 있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파주 헤이리를 떠올립니다.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꾸며놓은 예술마을로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 됐지만, 이곳도 초창기에는 그저 시골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습니다. 대룡마을 역시 지금은 젊은 예술인들의 땀으로 꾸미는 중이지만 이들에게도 헤이리와 같이 부산경남지역의 많은 예술 애호가들이 찾는 마을로 완성시키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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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 왠 영어표지판? 나름 촌스럽게 잘 꾸몄네요.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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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노인정입니다. 한옥으로 예쁘게 단장해서 정겹습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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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양의 창틀, 옛스러움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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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주름잡고 있는 '대룡7공주' 이시다..ㅎ ⓒ 진민용


"순수 예술인들의 영혼이 살아있는 마을로 꾸밀 겁니다."

이런 마을을 꾸미는 사업에 지자체나 기업의 도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단호합니다.

"지자체의 지원은 너무 형식적인 절차가 까다롭고, 기업은 경제성이 담보 돼야합니다. 그저 작품이 좋고 예술이 좋은 우리 같은 예술가들이야 그런 분야엔 문외한이라 지원 같은 건 기대를 안 하려고요."

이들의 작업실은 마을 중심의 언덕에 '스페이스 223'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고, 이 작업실을 중심으로 거북이 등처럼 아래쪽으로 갈라져서 오솔길이 나 있습니다. 이들은 요즘 '길'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최근 걷기열풍 때문에 걷기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오솔길 프로젝트'를 해마다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골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시골집들도 구경하고 길에 놓여 있는 예술 작품들과 함께 사진도 찍는 추억을 만듭니다. 주로 여름에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오솔길프로젝트로 '대룡마을'을 보다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목공예나 도자기, 각종 예술작품을 직접 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미리 예약하면 와서 체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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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직접 운여아는 카페에는 커피와 음료가 준비돼 있습니다. 근데 셀프로 가져다 먹어야 된답니다. 돈은 안받고요.ㅎ ⓒ 진민용

#대룡마을 #예술촌 #오리공작소 #예술가 #미술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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