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꽃받으세요"모래놀이 시간에 만든 꽃화분
신영숙
어버이날을 맞아 유치원 아이들과 엄마 아빠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이날처럼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란다. 우리 엄마 아빠를 어떻게 기쁘게 해드릴까?"아이들에게 이렇게 묻자마자 우리 반 호재가 답한다.
"선물 사줘요, 장난감이요."돈을 저금통에 많이 모아놨으니 엄마 아빠에게 선물을 사주자고 했다. 호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저마다 모아놓은 혹은 엄마에게 맡겨놓은 돈이 있다고 무엇을 살 것인지까지 이야기한다.
"호재야, 장난감은 엄마가 싫어해. 화장품 사야 돼."시은이의 말에 아이들 모두 그렇단다. 모두 화장품을 살 분위기다. 500원이 있다는 정훈이까지.
그때 현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에이, 난 돈 하나도 없는데.""현규야, 괜찮아. 선생님이 엄마를 해봐서 알아. 화장품보다 더 멋진 선물을 엄마 아빠는 받고 싶어해. 그것이 무엇인지 아니?"아이들은 모두 다시 심각해지고, 화장품보다 더 멋진 선물을 스무 고개를 하며 찾아낸다. 교사의 의도된 편지쓰기, 효도쿠폰 만들기, 그리고 카네이션 만들기까지…. 현규의 얼굴은 다시 밝아지고 아이들도 화장품보다 더 좋겠단다.
첫 번째 선물로 아이들은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생애 처음으로 쓰는 편지다. 썼다가 지운다. 엎드려서 한참을 생각하고, 다시 종이를 바꿔서 쓰고, 옆에 친구가 뭐라고 쓰는지도 보고….
어떤 아이는 속마음(엄마 아빠 사랑해요)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으로 가리는 것이 부족해 엎드려서 쓴다. 편지지에 하트를 그리고, 글을 못 쓰는 친구들은 생각이 날 때마다 잊어버릴까 봐 달려와서 내게 써달라고 한다. 설렘으로 자신들이 쓴 편지를 읽을 엄마 아빠를 그리면서 쓴다. 편지를 쓰면서 슬아는 빙긋이 계속 웃는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웃을 일이다. 받아만 오던 아이들이 주는 마음의 경이로움에 푹 빠져서 요즘 보기 드문 열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