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출범도 못 한 한나라당 '내홍격화'

황우여 "원내대표가 권한대행해야"... 정의화 "주도권 싸움으로 시간 낭비할 여유 없어"

등록 2011.05.09 19:25수정 2011.05.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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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 인사차 방문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 인사차 방문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4·27재보선 패배 다음날인 4월 28일 안상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계획을 밝힌 지 11일이 지난 오늘(9일)까지도 비대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와 소장개혁파인 '새로운 한나라당'(가칭)이 비대위 구성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한나라당은 안상수 전 대표 주재로 연 비상최고위원회에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3선의 김성조·김학송·원유철 의원, 재선의 박순자·차명진 의원, 초선의 김선동·김성식·신영수·윤진식 의원, 원외의 정용화 당협위원장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한 바 있다.  

 

'새로운 한나라당' 등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물러나는 안상수 대표체제가 무슨 권한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한나라당' 소속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책임지고 물러가는 최고위가 비대위를 선임하는 데 제동을 못 건 점, 규정이 바뀌어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 대행이 아니라는 엉터리 주장을 확인 못 한 점에서 비대위 사태에 대해 나의 책임이 크다"며 "쇄신모임에서 야단 많이 맞았다"는 글을 올렸다.

 

소장파 "전 지도부가 꾸린 비대위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의견 모아야"

 

소장파 의원들은 황 원내대표를 축으로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시 '새로운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권한을 가진 지도부가 없고 오직 원내대표만 있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전 지도부가 꾸린 비대위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 인준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고위원회의 통상업무'를 맡도록 규정됨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 대행을 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헌 30조에 보면 대표가 직무 수행하기 어려울 때는 제2순위자인 원내대표가 대행하도록 결정돼 있는데 이러한 당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라고 해서 그런 일(당 대표 대행)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최고위 사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임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기존의 최고위원들은 당을 수습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주요 업무를 최고위에 맡기고, 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업무와 당의 쇄신 기운을 불어넣는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의화 비대위위원장은 소장파 의원·황 원내대표와는 정 반대의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전임 지도부가 비대위에 위임한 사항은 '최고위원회의 통상 업무와 전당대회 준비 관련 업무'인데,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 당이 쇄신과 대변혁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비대위가 이처럼 활동하기 위해선 최고위 대행기구로서의 권한과 역할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우리 한나라당에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는 인준 자격은 없고 추인만 가능하다"며 "이 일을 의총에서 인준해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권한 조정문제가 제일 크다"며 "비대위 구성 등에 대해서는 최고위에서 임의적으로 정한 것이니 부분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을 의논하기 위해 "우선 황 원내대표를 만나서 얘기해봐야 한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지만 황 원내대표는 "일정이 바빠 만날 시간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비대위는 임시기구...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 없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일직선을 달리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장파가 '절차'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속내는 정 위원장이 범 친이계인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장파의 약진으로 황 원내대표 탄생이 가능했던 만큼 당내 권력지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녹아 있다는 의견도 높다. 결국 세 싸움이라는 것이다.

 

실제 소장파들은 친이계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땐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분리하는 체제에 동의했었다. 그러다 예상 밖으로 황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계가 독식할 수 있으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지 못하게 하고 안상수 대표가 비대위를 꾸려놓고 나가자'고 내가 제안했고 이때 합의된 것"이라며 "(소장파에서는 그 이후) 일주일 이상 아무 말도 없다가 원내대표 선거를 해보니 소장파가 원하는 대표가 나온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황 원내대표가 당헌을 들어 당 대표를 겸임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 그는 "당헌 30조 조항은 사고나 해외 출장 등으로 대표 최고위원이 있으나 직무를 하지 못할 때 적용하는 것(원내대표가 대행)"이라며 "(대표 최고위원이 없는데도) 원내대표가 겸임을 해야 한다는 식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물러나는 지도부가 비대위를 짠 것에 대한 비판에 그는 "신임 지도부는 그럼 비대위원장과 부위원장뿐 아니냐"며 "2명이 비대위를 짜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홍 의원은 "전당대회 때 자신들(소장파)의 의견을 맘껏 표출할 수 있다, 밖에서는 (이번 사태가) 권력 투쟁으로 비쳐지니 자중하라"며 "비대위는 한 달 반밖에 안 하는 임시기구일 뿐이니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 없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05.09 19:25 ⓒ 2011 OhmyNews
#쇄신 #한나라당 #정의화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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