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터에는 타르쵸가 망자의 영혼처럼 휘날리고 있다
최오균
3500m의 고도를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찬다. 천장터에 가까이 다다르자 티베트 불경이 새겨진 오색 깃발인 타르쵸가 망자의 영혼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천장터는 두 군데로 분리가 되어 있다. 산 중턱에 하나, 산 정상에 하나. 랑무쓰 빈관 지배인의 말에 의하면 중턱의 천장터는 일반인이 사용하고, 정상의 천장터는 스님들의 장례식장이라고 했다. 천장터에는 시신을 자르는 도끼와 칼이 놓여 있고, 핏자국과 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시신이 천장터에 도착을 하면 돔덴은 시신을 천장단상에 올려놓고, 송백향 더미나 야크 똥에 불을 지핀 다음, 보리겨를 뿌려 냄새와 연기를 발생시킨다. 망자의 시신을 하늘나라로 보내줄 독수리를 불러 모으기 위한 것이다.
피터와 나는 중턱의 천장터를 둘러 본 다음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의 천장터에도 피 묻은 도끼와 칼, 그리고 선혈이 낭자한 천들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솔직히 두려웠다. 그런데 피터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의식이 끝난 천장터를 비디오와 사진에 담았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 사업을 접고 홀로 여행을 떠나온 피터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내가 안 오길 천만다행이다. 어떻든 외견상으로는 잔인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돔덴은 동이 트기 시작하면 숙련된 동작으로 시체를 잘라 잘게 토막을 내어 독수리가 먹기 좋게 한다.
돔덴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냄새를 맡고 날아온 독수리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돔덴이 작업을 끝내고 한 발짝 물러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 마리의 독수리들이 시체를 에워싸고 예리한 부리로 인육을 먼저 찍어 삼킨다.
천장사가 다시 뼈와 해골을 잘게 부수어 짬빠(볶은 밀보리 가루)를 뿌려 주면 조금 물러나 있던 독수리들이 다시 덤벼들어 그것마저 깨끗이 먹어치운다. 순식간에 시신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시신을 다 먹어치운 독수리는 유유히 하늘로 날아간다. 이윽고 망자의 시신도 독수리를 따라 하늘나라로 올라간 것이다.
라마교에서는 죽음도 삶의 일부로 본다. 끝없이 윤회하는 영혼은 삶과 죽음의 구별이 따로 없다는 것. 육신은 눈에 보였다가 보이지 않을 뿐이고, 당초부터 보이지 않는 영혼은 어디엔가 다시 사람이나 동물의 몸으로 윤회하여 살고 있다고 믿는다.
천장터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야크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그 위를 독수리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야크는 풀을 뜯어먹고, 사람은 야크를 먹고, 독수리는 사람을 먹고, 그리고 모든 것은 분해되어 다시 땅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그 성분을 풀이 다시 빨아 먹고, 야크는 풀을 먹고, 사람은 야크를 먹고, 독수리는 사람을 먹고… 모든 만물의 끝없는 생사윤회가 이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만물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이 티베트인들의 믿음이다.
"지금까지 신세져 온 동물들에게 육신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