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밭에서 경연대회 연습하는 서강대 학생들의 모습.
이미나
19일 오후. 홍익대를 떠나 서강대에 도착했다. 오전에 흐렸던 날씨는 차차 개고 있지만 여전히 바람은 거세다. 온 몸으로 저항하며 서강대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 중반에 다다르자 넓은 인조잔디밭에서 학생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허재석(21)씨를 만난 것은 그 곳이었다. 이날 저녁에 있을 학과 대항 경연대회를 앞두고 연습 중인 재석씨를 붙잡아 대화를 나눴다.
"(경연대회 준비) 하는 중간에 밤도 새야 했고 시간도 뺏겨서 '잃는 게 많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어제 생각해 보니까 그간의 과정이 힘들어도 참 재밌더라구요. 동기들이랑 연습하면서 치킨도 시켜 먹고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파티도 해 줬거든요." 재석씨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발걸음을 옮겨 인문관 앞에 도착했다. 이른바 '마당사업'이 한창이다. '마당사업'이란 동아리나 학과에서 자리를 마련해 먹을거리를 파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학과에서 마련한 테이블에 다가갔더니 대번에 "우와아아아~"라는 함성과 함께 "일단 이거 하나 사 드세요"라는 대답이 쏟아진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환영인사에 잠시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얼떨결에 '콜팝' 하나를 샀다. 2500원. 5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고 차마 거스름돈을 받을 수없어 "거스름돈은 됐다"고 호기를 부려 봤다. 금세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반짝하다.
이 무리 중 한 명이었던 장재필(21)씨도 신입생이다. "준비하느라 힘들었겠다"고 말을 꺼냈더니 "힘든 건 있지만 다같이 할 수 있어 재밌어요"라고 화답한다. 함께 해 준 동기들에게는 "자기 시간을 내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귀찮았을 텐데도 열심히 (준비) 해 고맙다"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잠깐. 신입생들은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대학가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재필씨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 (신입생들이)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는데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중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한다. 다른 학생들에도 물어 보았는데, 비슷한 답을 받았다.
올해 대학가 축제에서 '5.18'을 기념하는 행사가 사라졌다는 한 언론 보도가 떠올라 몇 명의 신입생들에게 "어제가 무슨 날이었는 줄 아냐"고 물었다. "5.18 이잖아요. 광주 민주화 운동한 날이요". 학생들은 의외로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만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노동자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강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시작교실'에서는 이날 장터를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저녁부터는 이들의 주최로 후원주점도 열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저녁에 다시 서강대를 찾아 주점 현장을 취재할 계획이다.
[2신 : 19일 오후 3시50분] 대학축제? 대기업 축제? 성균관대학교의 공식 축제의 마지막 날인 19일 정오 무렵. 바람이 강한 날씨에 비교적 흐린 날씨 때문인지 교정은 한산했다. 성균관대학교의 광장인 '금잔디'에는 총학생회가 행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정오부터 시작되는 '이미지 게임'이 이날 첫 공식 행사였다.
"어제까지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어요. 어제 취재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총학생회 한 간부는 이번 축제를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UV는 물론이고 케이윌과 양파도 왔었는데 분위기가 좋았어요"라면서 오늘 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오후 한 시부터는 한 의류브랜드 업체와 함께 지나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옷 스타일링을 해준다고 했다.
"금잔디 무대 앞으로 오셔서 게임하고 가세요. 풍선도 받으시고요! 학우여러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금잔디 상설무대에서 총학생회 행사 집행 인원이 목청을 높였던 시간은 정오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때까지 무대주변으로 모인 학생들은 대 여섯 명 남짓이었다.
"재미없어요" VS "전 보다는 나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