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귀농·귀촌, 귀농일번지 태안이 되려면?

지원조례 제정, 특색사업 등 귀농인 유입 위한 선결 과제

등록 2011.05.23 19:57수정 2011.05.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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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귀농인이 운영하는 블루베리 농장을 견학하고 있는 귀농인들 태안 귀농인들의 모임 '태안귀농애'는 타지역보다 먼저 귀농해 정착해가고 있는 선배 귀농인들의 농장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타지역보다 자신들이 정착한 태안의 땅과 여건에 맞는 태안의 귀농인농장을 순회하면서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원북면의 블루베리 농장.

귀농인이 운영하는 블루베리 농장을 견학하고 있는 귀농인들 태안 귀농인들의 모임 '태안귀농애'는 타지역보다 먼저 귀농해 정착해가고 있는 선배 귀농인들의 농장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타지역보다 자신들이 정착한 태안의 땅과 여건에 맞는 태안의 귀농인농장을 순회하면서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원북면의 블루베리 농장. ⓒ 김동이


일명 텃새(토착민)에 비교되면서 서울·인천 등 도심권에서 태안으로 내려와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귀농·귀촌을 통해 안정된 노후를 꿈꾸는 사람들로 펜션 등 숙박업을 비롯해 복분자, 매실, 블루베리, 헛개나무 등 농사를 지으며 태안군의 농업 활성화와 지역경제 기여는 물론 태안을 귀농일번지로 만들기 위해 열정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태안군에 정착한 귀농·귀촌인구는 1990년 이후로 156가구로 나타나고 있으며, 2006년에는 17가구, 2007년에는 13가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다 기름유출사고 이후인 2008년에는 6가구로 잠시 주춤하더니 2009년도에는 26가구로 최대 증가치를 보이고 있는 등 태안에서 귀농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발맞춰 태안군도 다각도의 귀농·귀촌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귀농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특히, 군 농업기술센터의 귀농인 프로그램은 단연 눈에 띤다. 귀농인을 위한 대화창구 운영을 비롯해 태안농업대학에서 100시간의 귀농인 과정을 통해 초기 농지구입 절차에서부터 농지법, 각종 작물 재배법과 컨설팅, 경영에 이르기까지 귀농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귀농인들에게 영농기술 보급을 위해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40회에 달하는 귀농인 영농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귀농인단체와 연계해 최신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또한, 이에 더해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태안귀농애'(회장 윤태주)의 활발한 움직임은 부족한 태안군의 귀농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90명의 귀농인이 가입해 활동 중인 태안귀농애는 초보 귀농인에게 귀농절차는 물론 농업창업, 회원간 각종 정보교환 등 귀농과 관련한 경험자들과의 정보공유로 조기 정착을 돕고 있다.

강남에서 잘 나가는 직장을 은퇴하고 태안에서 귀농의 꿈을 이룬지 8년차로 태안귀농애를 이끌고 있는 윤태주 회장(64세, 근흥면 수룡리)은 "태안은 농촌과 어촌, 휴양지로서 3박자를 갖춘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며 "귀농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농촌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로가져야 하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농촌지역에서 펼쳐 농촌발전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태안군 관계자는 "귀농·귀촌에 대한 상담전화는 매일같이 걸려오고, 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농사작목은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고 전제한 뒤 "자금지원도 가능한데, 단 귀농학교에서 100시간 이상 연속교육으로 3주 이상 교육을 이수해야 가능하다"며 "귀농인들은 주로 도시민인 탓에 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1년에 한두번 정도 교육밖에 없기 때문에 거주지 인근 귀농학교에서 수료를 받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태안군 관계자가 밝힌 지원자금은 '2011 귀농귀촌 창업 및 주택구입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 농업창업자금 지원 최대 2억 원 ▲ 농어가주택 구입 및 신축 지원 최대 4천만원, 지원형태는 금융대출 3%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을 말한다.


귀농·귀촌인 지원조례와 별도의 예산편성 전무, 귀농일번지로 거듭나려면

a 귀농인 영농교육 태안군 농업기술센터가 귀농인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귀농인 영농교육. 100시간 동안의 이 교육을 통해 귀농인들은 초기 농지구입절차에서부터 작물 재배법, 경영에 이르기까지 실절적인 교육을 받는다.

귀농인 영농교육 태안군 농업기술센터가 귀농인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귀농인 영농교육. 100시간 동안의 이 교육을 통해 귀농인들은 초기 농지구입절차에서부터 작물 재배법, 경영에 이르기까지 실절적인 교육을 받는다. ⓒ 김동이


이렇듯 귀농·귀촌인을 위해 태안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태안군이 귀농일번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귀농·귀촌에 대한 태안군만의 특색이 묻어 있는 사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태안군의 귀농·귀촌인에 대한 정책은 자체 계획없이 전부 농림수산식품부의 '귀농·귀촌 종합대책'으로 귀결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태안군의 귀농·귀촌인에 대한 지원은 일반적인 지원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으로, 태안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귀농의 꿈을 이루려는 귀농인을 위한 특색있는 지원사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귀농·귀촌인을 위한 별도 지원조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태안군에서 귀농인을 위한 지원 조례는 전무한 상태로 그나마 지난해 12월 제정된 '태안군 농업발전기금 설치·운용 등에 관한 조례'에 귀농인을 농업인의 범주에 포함, 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농업인 소득증대 사업과 수입개방에 대응한 품질 고급화 및 시설개선 지원, 지역특화 작목 육성사업 등에 대한 지원과 연1% 대부이율로 융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처지다. 이는 귀농인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홍보관을 운영하고 귀농인의 조기정착을 위한 '귀농인 지원조례'를 마련한 인근 서천군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세 번째는 귀농·귀촌인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귀농·귀촌인을 위한 지원 범주를 넘어서 민선5기 군정목표인 '아름다운 휴양도시 희망태안' 건설을 위해 문화의 옷을 입히기 위한 예산도 포함된다. 즉, 귀촌인 중 펜션업을 하는 경우 단순한 숙박의 범주에서 벗어나 펜션내에 문화공간을 조성한다거나 관광객과 마을주민을 위한 음악회 개최 등 펜션을 하나의 문화 인프라로 조성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인을 위한 홈페이지 구축도 귀농·귀촌인을 유입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 위기에 놓인 도시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농촌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노후생활의 한 방편으로 귀농·귀촌을 택하는 인구가 날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인구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태안군으로서는 귀농·귀촌인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조례제정을 통한 지원이 조속히 마련되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고향인 안면도로 귀촌한 손현주 전 경향신문 기자 귀촌 후 1년을 맞고 있는 손현주씨는 값비싼 숙박료를 받으면서도 단순한 숙박업에만 머무르고 있는 안면도 펜션의 현실태를 진단하며 펜션을 비롯한 문화트랜드화만이 안면도를 바꿀 수 있다고 소신있게 말한다.

고향인 안면도로 귀촌한 손현주 전 경향신문 기자 귀촌 후 1년을 맞고 있는 손현주씨는 값비싼 숙박료를 받으면서도 단순한 숙박업에만 머무르고 있는 안면도 펜션의 현실태를 진단하며 펜션을 비롯한 문화트랜드화만이 안면도를 바꿀 수 있다고 소신있게 말한다. ⓒ 정대희


"마을을 알리고 마을이 발전하려면 마을에 누가 (귀농·귀촌해) 살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태안군 안면읍 정당1리 류현식 이장이 1년여전 서울에서 정당1리로 귀촌해 온 손현주씨를 겨냥해서 한 말이다. 현재 정당1리에 정착해 1년 조금 넘게 생활하고 있는 손씨는 귀촌하기 전 경향신문에서 20여년간 편집부 기자로 활동하며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다. 여성으로서는 보수도 괜찮았지만 아이들 보육문제와 먼저 안면도로 귀촌한 남편을 따라 직장을 뒤로하고 고향인 안면도로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며 평생 글쟁이로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채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특히, 와인 전문가답게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파워블로거로 선정될 만큼 글에 대한 열정과 와인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그의 블로그(네이버블로그 '와인이 좋다')와 펜션에는 와인향기로 가득하다.

또한, 국문학도와 신문기자 출신다운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는 그의 펜션은 물론 안면도와 태안에 이르기까지 지역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손씨는 비록 귀촌인이지만 마을이장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있는 것이다.

손씨는 귀촌을 결심하게 된 동기와 관련해 "2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것은 없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안면도에 내려오게 된 이유는 안면도에 살면서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면서 "지금은 테이크아웃 커피점 하나없는 안면도가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지만 안면도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손씨는 고향인 안면도를 떠나면서 "문화시설이 열악한 안면도의 현실을 보면서 나중에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안면고등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내려와서 보니 이미 도서관과 기숙사가 다 생겨서 꿈이 날아가 버렸다"고 웃음을 보였지만 날아간 소박한 꿈으로 인해 손씨의 꿈은 이제 안면도, 더 나아가 태안군을 위한 애향심으로 원대해졌다.

펜션 '소무'에서 시작된 문화 트랜드화

인터뷰 약속을 잡고 방문한 손씨의 펜션 '소무'는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구수한 커피향으로 방문객을 유혹했다. 막 커피를 내리려던 참에 들이닥친 기자의 방문에 반갑게 맞이하는 손씨를 따라 들어간 곳은 펜션 1층에 마련된 카페. 한쪽 구석에 마련된 책장과 차곡차곡 쌓인 와인병에는 와인과 커피, 쉼과 여유가 묻어나는 소무펜션 특유의 향취가 뿜어져 나왔다.

안면고등학교가 모교인 손씨는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20여년을 직장생활하다가 고향인 안면도로 다시 돌아온 귀촌인으로서 비록 고향마을에 정착한 지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애향심은 평생 고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토착민 그 이상이었다.

게다가 20여년간 경향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쌓은 내공인 인적 네크워크를 활용해 안면도를 알리고 안면도를 비롯한 태안에 문화를 입히기 위한 그의 열정은 개인만의 소유로 두기에는 묻어두기 아까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손씨는 귀촌을 했던 지난해 2월부터 11일간의 안면도 도보일주와 책 탈고, 펜션을 운영하면서 보낸 1년간의 기간 동안 고향이 어릴 적 본인에게 선사한 성숙한 감성을 키워준 보답에 대한 의무감에 사로잡혀 안면도 발전을 위한 고심을 해왔다.

손씨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문화'를 제시하며 일례로 펜션의 문화 트랜드화를 강조했다.

손씨는 먼저 1천여개 넘는 안면도 펜션의 현실에 대해 "관광업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펜션들이 단순한 숙박업에만 머무르고 있어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펜션에서 문화적 냄새가 풍길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고 이제부터라도 한발짝씩 움직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인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손씨는 나부터의 변화가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잘사는 안면도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으로 "펜션이 트랜드에서 문화로 심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데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달간 펜션 문을 닫고 문화를 입히기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면서 "펜션 각각의 룸에 만화가 허영만 화백, 서명숙 올레길 대표 등 8명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작품으로 룸을 '작가의 방'이라는 하나의 작은 갤러리로 꾸미게 되었다"고 트랜드화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지난해 여름에는 펜션으로 주민들을 초청해 작은 야외 음악회도 개최한 바 있지만 안면도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음악회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태안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정당1리의 작은 창고를 개조해 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지속 시도하고 있다는 손씨의 안면도에 대한 애향심은 최근에 문을 연 '안면도 문화학교'에서도 엿볼 수 있다.

네이버카페까지 개설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문화학교 손씨는 안면도가 문화지대로서의 진화를 위해 그의 인생의 큰 자산인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할 포부도 밝혔다.

"저에게 가장 큰 자산은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저는 유명인사들에게 재능기부 형식으로 명분도 주고 도움도 받을 것입니다. 문화의 옷을 입은 안면도의 미래상을 제시해 줄 캐치프레이드도 구상했습니다. Fine Pine 안면도! 훌륭함과 소나무의 뜻이 함께 담겨진 의미죠."

커피와 와인, 사진, 블로그, 요리, 바비큐, 펜션의 기본기, 아웃도어, 인문학적 소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좌를 시도할 계획인 손씨의 안면도 문화트랜드화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귀농인 #손현주 #안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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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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