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충남 아산시 소재 유성기업 공장 내부에는 '야간 노동 철폐'라고 쓰인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선대식
홍종인 부장은 "밤에 잠을 자겠다는 게 어떻게 부당한 요구냐"고 말했다. 노조는 2011년 1월 1일부터 야간 노동을 철폐하고 주간 연속 2교대(오전 8시~오후4시, 오후4시~12시 근무)와 월급제를 시행하기로 2009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과 합의했다. 노조는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작업 물량이 줄어들 경우, 물량을 최대한 맞춰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12번의 교섭에서 사측은 어떠한 진전된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18일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홍종인 부장은 "야간에 수면을 취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아직 주간 연속 2교대를 도입하지 않은 현대차 탓에 사측은 노동자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또한 19일 오전 용역직원으로 하여금 자동차로 조합원을 덮치게 하는 등 노조 파괴 공작만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봉 7100만 원 귀족노조? 노동 강도, 상상 초월"유성기업 노조원들은 현재 지탄의 대상이다. 이들의 파업으로 유성기업이 자동차 엔진의 중요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지 못해, 자동차 산업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를 포함한 재계는 "늦기 전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한 '연봉 7100만 원을 받은 귀족노조의 불법 파업'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도 여과 없이 보도된다.
경찰은 이미 23일 여러 차례에 걸쳐 이날 자정까지 노조에 점거를 풀고 공장에서 나오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공장 북쪽에 설치된 펜스는 사측이 동원한 굴착기에 무너졌다. 경찰과 사측 직원들은 24일 새벽까지 공장 정문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대기했다.
유성기업 정문에 남은 사수대 노조원 30여 명은 날이 밝도록 자리를 지켰다. 이들에게서 우리 사회가 지닌 편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입사 13년차인 진혁민(가명·38)씨의 지난해 연봉은 5600만 원이다. "7100만 원을 받는 게 아닐 뿐더러,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매달 야간조만 3주씩 근무했다, 하루 3시간도 못자고 멍한 상태에서 일을 했고 위궤양과 식도염 등을 앓아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정민(가명)씨는 "야간 근무를 하면서 물량을 맞추느라 서두르기 때문에 불량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주간 연속 2교대를 위한 우리의 파업은 오히려 자동차산업에 경쟁력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가족대책위원장은 노조 사무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샜다. 그는 "법원은 남편들을 치고 도망간 용역 직원을 불구속 수사한다고 한다,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력이 투입되면 우리들이 남편을 지키겠다"고 했다.
24일로 근속 28년을 맞은 최진호(가명)씨는 "특근하며 사흘 연속 잠 안자고 일하면서 자동차산업을 위해 평생을 일했는데, 공권력 투입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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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노동에 목숨 끊고, 퇴근 버스에서 죽고 "연봉 7100만원 귀족노조? 밤에 잠좀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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