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 우리가 몰랐던 진실

사고 두달, 동경전력과 일본정부를 둘러싼 의혹과 사실들...우리는?

등록 2011.05.28 19:45수정 2011.05.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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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후 5시 49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두 달이 훌쩍 지나갔다. 뉴스 전체를 장식하던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소식도 어느덧 가끔 들려오는 옆 나라 얘기로 취급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핵연료봉은 냉각되지 않아서 후쿠시마 원전 1, 2, 3 호기는 원자로에,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에 붕산수(붕산은 핵연료와 만나 핵분열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중성자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를 하루 500톤씩 주입하고 있다. 그만큼 하루 500톤씩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증기는 계속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보다 좋아진 것이라곤 냉각재로 투입하는 물을 바닷물이 아닌 민물로 바꿨다는 점, 그래서 하루 15톤 씩 발생하던 소금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배관 부식이나 막힘 현상을 완화시켰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외부 전원을 복구해 일부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냉각 장치는 가동되지 않아서 수동으로 냉각재를 주입하고 있다.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시, 원자로 압력용기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저장고가 폭발하면서 체르노빌 사고의 8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핵연료봉 완전히 녹아내린 후쿠시마 1, 2, 3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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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가 위험에 쳐해 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파괴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이 발전소의 1-4호기 모두가 폭발했다. ⓒ 연합뉴스


시간이 지나면서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4월 초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 유출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 외에도, 방사성 세슘 134에 오염된 (기준치의 62만 배가 넘는) 고방사능 오염수가 3호기 취수구 부근에 있는 전력 케이블용 터널에서 바다로 새어나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1호기에서는 부분적 핵연료봉 노심 용융(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되어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하여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현상)이 아니라 핵연료봉 전체가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이미 진행됐다는 것을 무인카메라를 통해 확인했다. 2, 3호기도 같은 상황일거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었는데 결국 지난 5월 24일에서야 동경전력은 이를 공식인정 했다.


하지만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는 이들 원자로가 냉각 기능을 상실한 지 3시간 반 뒤에 대부분의 핵연료가 녹아내렸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보고서를 지난 3월 말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다고 한다.

동경전력은 지난 4월 27일 1호기 냉각재 수위가 2m 가량 유지되고 있어서 노심이 70%가 아니라 55%만 냉각재 위로 노출됐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은 냉각재는 계속 원자로 압력용기 밖으로 새어나가고 있었고 100% 노출된 핵연료봉은 완전히 녹아내려 바닥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녹아내린 핵연료가 손상된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을 통해 격납용기(물은 물론 공기마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만든 보호막)로 흘러 떨어지고 있다는 예측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동경전력은 원자로 압력용기를 보호하고 있는 격납용기 조차 손상된 것을 25일에서야 인정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와 방사능 증기가 외부 환경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런 상황을 방증하고 있었다(5월 2일자 일본 경제신문에 따르면 일본원자력안전위원회는 4월 25일 제1원전에서 4월 중순 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시간당 100억 베크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들이 넓게 퍼져있지 못하고 뭉쳐 있다면 핵분열을 제어하고 붕괴열을 식히는 붕산수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핵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제대로 식혀지지 않은 핵연료가 격납용기의 물 위로 떨어지면서 증기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플루토늄 연료를 사용해서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후쿠시마 원전 3호기의 경우는 부분적인 핵분열이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1호기와 달리 원자로 압력용기 표면 온도가 200~300도씨를 오르내리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3호기는 그동안 시간당 붕산수 5~6톤을 주입하던 것을 지난 17일부터 17~18톤으로 늘렸지만 온도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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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비등수형 원자로(BWR) 격납용기 전경 공사중인 비등수형 원자로(BWR) 격납용기 (출처: 구글 이미지,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원인 현황) ⓒ 구글이미지


쓰나미 아닌 지진진동으로 1호기 내부 배관 파손

한편, 쓰나미가 아닌 지진 진동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경우, 사고 원인이 전원공급 중단이 아닌 지진진동에 의한 내부 배관파손이라는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쓰나미로 전원공급이 중단되기 전에 이미 지진 진동으로 격납용기 내부의 배관들이 파손돼 방사능 증기도 누출되고 냉각 시스템도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7.1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반면에 일본 현지에서는 규모 6.5정도를 견디는 내진설계라고 하는데, 지진 규모 오차는 한국과 일본의 측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

이번 일본 대지진은 진앙지 지진 규모가 9.0이었지만 160여km 떨어진 후쿠시마 지역에 감지된 지진규모가 6.0 정도였기 때문에 후쿠시마 핵발전소들은 내진설계 덕분에 지진으로 인한 손상은 없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뒤에 덮친 쓰나미로 비상전원과 안전장치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이다.

동경전력 측은 지진 진동으로 인해 배관 등의 파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가 지난 17일에서야 부분적으로 공개하면서 분석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6일 발표한 '국내원전 안전점검 결과'도 쓰나미에 대비한 방파제 높이 조정과 비상전원공급장치를 보완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알려지고 있는 내용은 쓰나미에 의한 냉각장치 중단 전에 이미 냉각계통 배관이 지진 진동으로 파손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명이 지난 오래된 핵 발전소의 경우 내진설계가 뒷받침된다고 해도 지진 진동으로 내부 설비가 파손될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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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1호기 내부 구조도 후쿠시마 원전 1호기 내부 구조도 (출처: 일본 일간지,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원인 현황) ⓒ 일본 일간지


방사능 오염상황, 왜 늦게 알렸을까

동경전력은 공식적으로는 지진발생(3월 11일) 12시간이 지난 3월 12일 새벽 2시 45분부터의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2·3호기는 지진 다음날 오전 각각 56기압, 74기압 정도였는데 1호기는 8기압까지 떨어졌다(정상치는 70기압).

1호기가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압력용기든, 관련 배관이든 어딘가에서 손상을 입고 냉각재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급격히 압력이 줄어들고 있었음을 추측게 하는 데이터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11일 오후 2시 46분 이후의 기록이 중요한데, 동경전력은 지진 하루 뒤에서야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그들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한 내용은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 내 압력이 정상치인 70기압에서 45기압으로 떨어져서 11일 오후 3시경에 밸브를 막고 수동으로 정지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경전력은 사고가 난 직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1호기의 측정기가 고장났다고 했다. 그러나 1호기의 측정기들은 지난 2004년 새로 설치한 것이다.

동경전력 내부 관계자를 통해 알려진 것 중의 하나는, 이미 11일 밤에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원자로 건물에 시간당 300미리시버트(0.11마이크로시버트가 허용치)의 높은 방사선이 검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1호기의 경우, 격납용기의 압력이 급증함으로써 발생하는 폭발을 막기 위해 실시한 강제 증기방출(Vent)을 12일 오전 10시경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방사성 증기가 강제로 방출되기 전에 이미 어딘가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본은 1978년 스리마일 원전사고를 계기로 긴급상황 발생 방사능 오염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SPEEDI'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개발한 것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개발한 것이다.

개발비용 113억 엔을 들이고 유지비용으로 7억 8천만 엔을 들이고 있던 이 방사능 오염 예측 프로그램은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 배출 시각, 풍향과 기압, 기온 등을 종합해서 긴급 시 15분 만에 84시간 이후까지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일본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결과를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넘은 3월 23일에 처음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발표는 4월 11일에 했다. 사실, 일본 원자력안전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배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과 종류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어서 세계 각국의 연구소는 나름대로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지역이 대피 반경지역인 30km 보다 더 확장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4월 19일에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후쿠시마 교육위원회와 관계기관에 학교 운동장과 건물에 적용될 방사선량으로 연간 20mSv를 통지했다.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된 노동자에 대한 방사능 피폭 허용치도 평상시 50mSv(한국 동일, 독일은 30mSv), 사고시 최고 100mSv 인 것을 250mSv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는 결국 법적 피해보상액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메릴린치 일본증권의 계산에 의하면 4월 8일까지만 피해보상비용으로 12조 1879억 엔이 든다고 한다. 일본의 손해배상법에 의하면 정부와 민간 보험회사가 책임질 수 있는 비용 상한은 1200억 엔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기업이 책임지지 못하게 되면 정부가 세금으로 기업에 지원해주고 기업이 이익을 내게되면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결국,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은 정부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폭허용기준치를 상향조정하면 그만큼 법적 피해보상액은 줄어들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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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SPEEDI 프로그램에 의한 후쿠시마 인근 방사능오염 예측 지도(3월 23일 발표, 3월 12일 예측, 출처 : 일본 문부과학성) ⓒ 일본 문부과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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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방사능연구소(ISRN)가 분석한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방사능 오염 지도(5월 23일 발표) ⓒ ISRN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바다 오염, 끊임없이 모니터하는 수밖에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새로운 핵발전소 참사의 역사를 쓰고 있다. 완전한 멜트다운이 발생한 것도 처음이지만 그것도 3기의 원전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토양 오염은 이미 체르노빌 수준을 넘어섰고 원자로 압력용기는 물론 격납용기까지 손상된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성 물질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해 지하로까지 오염이 퍼져있는 상황이다.

바다로 퍼진 고방사능 오염수에 대해서, 이를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인류는 다만 희석되기를 바랄 뿐이다. 토양의 경우는 깊이 50~60cm를 파서 핵폐기물로 따로 처리 보관하거나 뒤엎는 방법을 쓰는데 바다오염은 바닷물로 희석되고 바닷속 방사성 물질들이 반감기를 지나 그 양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오염된 해조류와 바다생물들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후쿠시마 인근 해역은 해저토양까지 오염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해조류와 플랑크톤 등 미생물도 오염될 것이고 이를 먹은 바다생물과 철새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해야 판이다.

방사능 피폭 피해는 인구 밀집지역인 동경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고방사능 피폭지역은 반경 30km를 넘어섰는데, 어린이를 포함한 성인의 방사성 물질 피폭 허용치를 사고 전의 허용치의 20배까지 높였다. 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서 공기와 물을 통한 방사성 물질 유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핵분열과 원자로 폭발 위험, 사용후 핵연료 폭발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사고에 대처하는 일본의 핵산업계와 안전규제기관은 25년 전 체르노빌 사고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고 제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주변 주민들의 피폭피해를 더 키웠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에게 1천만분의 1의 확률로 멜트다운이 발생할 확률이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3기에서 동시에 멜트다운이 발생했으니 1천만분의 1을 세 번 곱한 10의 -21승의 확률로 3기의 원자로에 멜트다운이 발생했다. 숫자만 보면 거의 0에 가까운 확률인데 발생한 것이다. 수학과 과학을 앞세워 '안전성'을 강변한 핵공학자들과 관료들이 이 숫자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이제, 중대사고는 1백만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옆나라 대한민국의 핵산업계와 안전규제기관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이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멜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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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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