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기업 홈페이지www.socialenterprise.go.kr
문진수
실업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의제 중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것이며, 현 경제 상황 및 사회경제적 구조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종합적인 대안과 해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더 싼 임금과 더 좋은 투자조건을 찾아 '자본이 메뚜기떼처럼 이동하는' 지구적 환경을 만듦으로 인해, 개별 국민경제 안에서의 물리적 제약을 가진 노동시장을 현저히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친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은 어떠한가?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들이 살아나 고용이 증가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깍아 주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일 뿐, 고용 증가와 경기 활성화를 만들어내기는커녕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만 가중시키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렇듯 실업의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을 통해 실업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 일뿐 아니라 고용 창출효과도 매우 낮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이 고용창출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들을 많이 만들면 복지 예산이 줄고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부담이 커져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만큼이나 어리석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공공과 민간 중 누구도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제3의 영역 안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영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사회적기업의 확대가 복지서비스의 축소 및 시장화를 불러올 것이며 따라서 사회적 기업 정책은 노동연계복지(Welfare to work)라는 상위 개념에 입각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시장 경쟁체제에 노출되지 않고 국가의 책임 하에 보호되어야 할 복지 영역이 시장으로 밀려나게 될 경우,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들은 효율만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정부의 지원정책을 등에 업고 영리기업들이 이 영역에 진출하게 된다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데, 오히려 사회적 기업이 복지 질서를 무너뜨리는 '무기'로 작용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는 '자본주의는 복지국가와 함께 공존할 수 없으며 동시에 복지국가 없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익추구를 최고 목적으로 삼는 자본의 속성과 공공 선(善)에 기초한 복지의 성격은 서로 대립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본의 야수적 본능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두고 관리하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지적한 표현이다. 자본과 복지의 이 불편한 동거를 배제가 아닌 포용, 분리가 아닌 통합의 원리로 풀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사회적 기업 육성 프로젝트는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하이브리드 산업이다. 복지, 사회서비스, 지역, 사회혁신 등 다양한 의제들이 서로 얽혀있고 시민사회(3섹터)가 주역이 되어야 하지만 시민사회만의 노력으로는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1섹터)와 시장(2섹터)의 적극적 연계와 결합이 요구된다. 사회 각 주체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에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국'(The White House 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만들어 미 전역의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 그룹들과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고, 영국의 캐머룬(D. Cameron) 정부는 '큰 사회(Big Society)를 건설하자'는 구호 아래 5천 명의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교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 뒤에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겠지만, 시민사회 단체를 협력 파트너로 삼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현실과 너무나 비교된다.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관점이 다양한 목소리로 분출되고 있는 지금, 지난 4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대회의(round table)를 만들어야 할 때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정부가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홀로 독주하는 일방의 게임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따라주었을 때 비로소 이룰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관리체계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성 있는 협치(協治)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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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육성책 성적표,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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