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안 떨어진다. 왜??
케이벤치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번 조치가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지 못할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값의 50%를 상회하는 유류세 인하 논의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렸기 때문이다. 휘발류값이 리터당 2000원이 넘어가자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를 거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었다.
이에 정부도 김황식 총리가 국회에 나서 워낙 물가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이던 윤증현 재정부장관조차도 지난 4월 7일 세수와 에너지 전략 등 여러 방향에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박재완 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유류세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정부의 유류세 인하 논의가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류세 논의는 원점으로 돌려놓고 정유사에 막대한 과장금 부과라니. 이런 모순된 조치에 정부의 기름값 인하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을 상회하면서 정유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11년 1/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GS칼텍스나 현대 오일뱅크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은 비단 정유사만이 아니였다. 지난 1/4분기보다 원유 수입금액이 40% 가까이 늘어 25조를 넘자 원유 관세만 2028억 늘어나는 등 석유 관련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이 지난해 1/4분기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났으며 총 4조원 이상이 작년보다 더 걷힐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EBN 산업뉴스 4월 7일).
주유소를 나누먹기식으로 관리하여 기름값 인하를 인위적으로 막은 행위는 엄벌에 처해 마땅하다. 서민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져다 준 물가폭등. 유가 폭등이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곳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담합 행위에 의해 파생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공공의 적'이다.
정유사의 담합행위에 4천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정부. 그러나 정작 유가 폭등의 담합에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오른 기름값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정유사나, 한 분기 석달 동안 1조원의 이상의 세금을 더 거둬들인 정부. 이 모두 서민 호주머니 터는 담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물가안정, 서민생활 안정? 당장 유류세부터 낮춰라기름값이 높다고 자가용을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란다. 그렇게 해서 기름값에서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물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기름값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물가는 없다.
콩나물 한 움큼, 아침 밥상에 오르는 고등어 한 토막도 기름값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아이들의 학원비, 직장인들의 점심밥값, 전기요금, 전화요금 어디에도 기름값과 별개로 움직일 수 있는 물가는 없다. 이런 물가 구조에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날로 삭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휘발유값 50%가 세금인 구조에서 정유사를 쥐어짜고 아무리 물가대책을 세워본들 한계는 너무나 뻔하다.
정유사 사상 최대의 영업 이익과 정부 유류 관련 세금 1/4분기 1조 이상 증가라는 기록 뒤에는 가계빚 800조라는 또 다른 어두운 기록이 숨어 있다. 물가 안정, 서민 생활 안정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부. 그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유류세에 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민도 사람이다 좀 살자'는 아우성이 넘쳐나고 있다. 모처럼 빼어든 칼, 서민 경제를 살리는 칼이 될지 죽이는 칼이 될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 발언은 정유사나 정부 모두에게 회초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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