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전우였던 그들, 시청에서 '공연'으로 만나다

국방부 파견도중 만난 연예병사들, 시청에서 다시 보다

등록 2011.05.30 08:54수정 2011.05.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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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에 찬 모습 국군방송 서울광장 드림콘서트가 28일 오후 7시 반에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 조재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충성!"

홍보지원대는 항상 소개할 때 잊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경례다. 아무리 '연예병사'라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병사지만, 이들은 아직 군인이다. 그럴수록 대외활동에 신경을 더 써야 하고 국방을 홍보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대중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 이들은 팬들의 기다림에 부흥하기 위해 잠시나마 사회에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나에게 큰 인연이 있다. 지난 3월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 당시 국방부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함께 아침점호도 받았고 탁구도 쳤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잠시나마 같은 둥지에 산 '전우'였다.

긴장한 '다음 달 일병' 박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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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네! 박효신 이병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조재환


파견 당시, 내가 봤던 연예병사들 중 가장 청소를 열심히 한 병사는 바로 박효신 이병이었다. 지난 해 12월에 입대한 그는 다음 달 일병 진급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아직 군생활이 많이 남았다.

계급이 낮아서 그럴까? 그는 리허설에서 종종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를 보러온 팬들이 환호를 보냈지만 박 이병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본 공연 때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사랑을 받은 히트곡을 무반주로 들려주는 팬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아파서 고생한 붐, 다시 보니 '병장으로 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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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병장이 된 붐(오른쪽)은 후임 박효신을 배려했다. ⓒ 조재환


항상 대중 앞에서 얼굴이 밝았던 붐, 파견 때 그를 봤을 땐 상병이었지만, 이젠 어엿한 병장이다. 파견 당시 본 붐은 겉과 달리 조용했으며 종종 사이버지식정보방(군부대의 PC방, 일명 '사지방)에 들렀다. 그는 홍보지원대 내에서 '위문열차' MC다. 전국 각지의 부대를 돌며 위문 공연을 진행해야 하기에 고되고 힘들다.

붐은 한때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 목도 나빠져 보기에 매우 안타까웠다. 그래서 난 그에게 목캔디 하나를 줬다. 그러자 붐은 감동한 듯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이날 붐은 자신의 노래 '붐업'을 열창했고 김태우의 '사랑비' 립싱크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또 공개방송 MC로 공연 분위기를 띄웠다.

무대 뒤에서는 독서광, 무대에서는 다이내믹한 듀오 '다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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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번 더 가볼까요? 연예병사 중 특히 나를 반가워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다이내믹 듀오의 최자였다. ⓒ 조재환


홍보지원대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난 2009년 10월 동반입대로 화제를 모은 그룹 '다이내믹 듀오'의 개코와 최자다. 벌써 이들도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병장이다.

다이내믹 듀오는 무대에서도 둘이서 함께하지만, 부대 내 생활도 항상 함께한다. 군부대는 희망하는 병사에 한해서 야간 독서 연등시간을 오후 10시부터 2시간여동안 허용한다. 이 연등시간을 가장 잘 이용하는 병사가 바로 다이내믹 듀오다. 이들은 독서실에서 단 한순간의 대화도 하지 않고 책에만 열중하는 '독서광'이었다. 무협지 열독이 아닌 철학적인 내용의 책도 좋아하는 병사들이다.

최자는 마치 형처럼 포근했다. 마치 친구를 대하듯 내가 건네는 인사를 환한 웃음으로 맞곤했다. 이날 잠시 따로 만나 팬으로서 공연을 찾아간 이야기와 군생활의 일화를 그와 나누었다.

2개월 후에 다시 본 이들은 더욱 더 환해졌다. 밖에서 독서로 열중했던 이들은 무대에서 팬을 위한 다이내믹한 모습에 치중했다. 관객들을 앞으로 끌어모아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외에도 디지털전투복을 입은 이준기 상병, 곧 상병을 앞둔 이동건 일병,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에서 전입 온 김지훈 일병, 다리 부상임에도 불구 부상 투혼을 발휘한 홍보지원대 '분대장' 앤디(이선호) 상병, 조용하게 군입대 한 이후로 첫 공연을 한 에픽하이(타블로 제외)도 출연해 열기를 더했다.

전우의 모습을 다시 봤다. 직접 재회를 하지 못했지만, 공연을 통해 다시 만났다. 밖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군이라는 결속력 있는 집단에서는 하나같이 똑같은 '전우'였다.

[사진] 국군방송 드림콘서트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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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환
#국군방송 #서울광장 #연예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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