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없이 농사 못 지어요"

[사진] 지금 우리 농촌엔 모내기가 절정입니다

등록 2011.05.30 16:10수정 2011.05.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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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트랙터가 논바닥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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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도 자유자재입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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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범벅인 데도 잘 돌아갑니다. ⓒ 박병춘


지금 농촌엔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저수지에 가득 찼던 물이 논으로 자리를 옮겨 딱딱한 논흙에 스며들고,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트랙터가 논 바닥을 고르고 있습니다. 이랴이랴 소가 하던 전통 써래질은 찾아볼 수 없고, 트랙터가 농부 수십 명이 했던 일을 대신합니다.


지난 29일, 나들이 중 전북 고창에 있는 한 들녘에 시선을 멈췄습니다. 트랙터로 논 바닥 고르기 작업을 하던 한 농부가 사진을 찍는 제게 의아한 눈빛으로 한 말씀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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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좋아요?" ⓒ 박병춘


"아따, 거시기 뭐시냐… 내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소?"
"어이쿠! 절대 아닙니다. 사전에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하구요. 트랙터로 농사 짓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고요. 괜찮으신지요?"
"하하하! 그렇다면 폼 좀 잡아야 쓰것는디요?"

저는 농부의 넉살에 신바람이 났습니다. 농부께선 브이자도 만들고 해맑게 웃어주시더니, 갑자기 커피라도 한 잔 하자며 엔진을 끕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커피 마시고 왔습니다. 어서 하시던 일 하십시오. 저 때문에 방해되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계속 사진을 찍어도 되는 지 여쭙니다.


"뭔 상관 있것어. 맘대로 찍더라고요잉~"

사진을 찍고 사진을 보내드릴 테니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여쭙니다.


"그 뭐시냐, 꼼퓨따 말하는 것이요? 나 그런 거 없는디? 그냥 냅두고 사진이나 잘 찍고 가쇼 잉~?"

"그러나저러나 혼자 농사 짓기 힘들지 않으세요?"
"야가 다 하잖아요. 야(트랙터) 없으면 농사 못 진당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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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소가 했던 일입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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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골라야 모가 잘 자라겠지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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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가 지나간 자리, 모만 심으면 됩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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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왔다갔다 하니 준비 완료! ⓒ 박병춘


이내 콰르르르! 엔진이 켜지고 농부는 룰루랄라 흥겨움에 젖어 논바닥 고르기에 전념합니다. 도시 생활에 쫓겨 울퉁불퉁했던 제 마음도 편평하게 다듬어지는 듯합니다. 때 묻은 시간들 저 논처럼 다 갈아엎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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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서 고개를 숙이겠지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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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땡볕을 견뎌야 합니다. 장엄합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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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모판 옆에 빨판을 드러냈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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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부모님 일손 도와드리러 왔답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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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거라. ⓒ 박병춘


모내기 또한 기계가 대신합니다. 부모님 일손을 돕기 위해 왔다는 아들내미가 서툰 동작으로 이앙기를 조작합니다. 마음만큼 쉽지 않은지 삐뚤빼뚤하지만 전체 모양새는 봐줄 만합니다. 우리가 살아간 길 또한 저 정도 굴곡이라면 잘못 살았다고 말할 순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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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수준급인가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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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 없이 잘 자라거라. ⓒ 박병춘


여린 모들이 태풍 같은 자연재해 없이 잘 자라서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 기대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소망하는 일들이 오롯하게 결실 맺기를 기원합니다.
#모내기 #트랙터 #이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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