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잘려나간 13세 소년 사체... "정부 못 믿어"

소년 죽음은 정부 소행?... 시리아 시민저항 확산

등록 2011.06.03 20:28수정 2011.06.0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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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시리아의 다라에서 일어난 시위에는 다라를 둘러싸고 있는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대거 합류했다. 시위자들은 유아용 우유와 의약품 등 긴급한 물자를 가져오기 위해 시리아 군대의 봉쇄를 뚫으려 했다. 그러나 시리아 군대의 진압은 무자비했다. 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군의 대량 체포 작전에 말려들었다. 

성기 잘려나간 소년의 사체에 전세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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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보안군에 납치돼 살해된 함자 알리 알 카티브

13세의 소년 함자 알리 알-카티브(Hamza Ali al-Kateeb)도 그곳에 있었다. 군의 무차별 총격과 진압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소년은 아버지와 떨어졌고 실종됐다. 4주 후 그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도됐다. 그의 온몸에는 멍 자국과 3발의 총상이 있었으며 성기는 잘려나가 있었다.

친척 중 한 명이 소년의 시신을 비디오로 촬영했고 그것이 유튜브에 올려졌다. 시신의 모습이 너무 참혹해 외신들은 차마 그대로 화면을 내보낼 수 없었다. 비디오 공개 후 알-카티브의 가족들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가까운 이웃들에게조차 입을 열지 않았다.  

시민운동가들은 알-카티브가 보안군에 의해 납치돼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아사드 대통령 일가의 폭정과 억압에 시달려온 많은 시민들도 소년이 고문 후 살해됐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소년이 시위 도중 총상을 입어 사망했으며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시신 인도가 늦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년의 죽음에 의문이 제기되고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가 정부는 지난 화요일 국영방송에 의학전문가를 출연시켜 소년의 죽음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의학전문가는 소년이 시위 현장에서 3발의 총상을 입어 사망했으며 시신을 실어온 군에 의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망 후 시신이 부패하면서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부분적으로 부풀었다고 말했다. 국영방송은 또한 아사드 대통령이 소년의 가족들을 초청해 위로했다고 전했다. 소년의 아버지라고 밝힌 남자는 방송에 나와 아사드 대통령이 자신들을 환대해줬고 아픔을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친절함과 정중함으로 우리를 대했다. 또한 내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여기고 깊은 사랑을 표했다."


군, 어린이들 여러차례 공격... 시민들 '정부 발표 못 믿어'

그러나 방송을 통한 시리아 정부의 사건 봉합 노력은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폭정을 생각할 때 소년을 고문한 후 살해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아사드 정부와 군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다. 또한 군이 어린이들을 공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정부에 대한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시리아의 저명한 운동가로 체포를 피해 숨어 지내고 있는 라잔 자이토네는 씨엔엔(CNN)과의 인터넷 전화 통화에서 군이 알-카티브를 살해한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가 알-카티브의 시신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낸 것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리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두려움에 떨기를 바란다. 정부는 사람들에게 계속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다면 알-카티브에게 일어난 것보다 끔찍한 일이 가족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사람들을 위협하기보다 분노케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피와 마음을 바쳐" 알-카티브와 같은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외쳤다. 어린이들까지 거리로 나와 알-카티브의 피를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13세 소년인 함자 알-카티브의 죽음은 튀니지 시민저항의 상징이 됐던 젊은 시장 상인 모하메드 부아지지와 비교되면서 시리아 시민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리아 정부, 겉으로는 개혁 약속 뒤로는 무력 진압

시리아에서는 지난 3월 중순 반정부, 반독재 시위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망자는 정확지는 않지만 1천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며칠 사이에는 동부의 라스탄과 홈스에서 군의 발포로 하루에 10-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위가 시작된 이래 아사드 대통령은 겉으로는 개혁 약속과 함께 양보를 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꾸준히 군을 이용해 무력 진압을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목요일에도 정부는 국민들의 저항에 응하기 위해 전국대화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시위로 체포된 180명을 석방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까지 체포된 1만 명 이상의 사람들 중 얼마를 더 석방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강경 진압과 함께 유화책을 병행하는 정부의 전략으로 군의 무력 진압과 무차별 발포로 인한 사망자는 대량이 아닌 소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언론의 이목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천 명을 넘고 있다.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사상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가 저항하는 시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을 당장 단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외신들은 시리아의 시민저항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처럼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저항하는 시민들을 결집할 반정부 지도자나 집단이 없다는 점도 정부를 압박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다른 한편 아사드 대통령은 소수 민족 집단, 중산층, 기업가 등의 광범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민족 집단 사이의 분열이 심한 시리아의 상황에서 아사드 정부가 무너지면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조차 아사드 정부의 몰락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의 경우와는 달리 시리아 상황은 억압적 독재자와 정부가 꾸준하고 교묘하게 국가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세계인들의 이목을 크게 끌지 못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의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시리아 상황을 자세히 전할 수 없다는 점도 시리아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언론,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이 저항하는 시민들을 지지하고 시리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리아 #아랍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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