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사진들양전회장의 머릿속에는 강정마을에 대한 걱정 뿐인 듯 했다. 양전회장은 입원 중에도 병실 벽에 강정마을 사진들을 붙여놓고 틈날 때마다 쳐다보고 있다.
장태욱
그가 침대에 앉으면 마주하는 정면의 벽에는 강정마을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강정마을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으니, 사진만이라도 봐야 한다는 거다. 필자가 병실로 들어설 때 정면을 주시하던 것도, 강정마을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6월 1일 공판에서 양 전 회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젊은 여성 판사는 그에게 "피고는 법정에서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밝혔는데, 그 신체와 생명에는 피고의 것도 포함됨을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건강을 위해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의 말이었다.
60일 가까이 단식을 이어왔던지라, 그의 소화기관 상태로는 지금 물밖에 마실 수가 없다. 양 전 회장은 시간이 나면 건강과 관련된 책을 본다. 오랜 단식으로 기운이 다 빠져 있는 상태라, 양 전 회장 스스로도 건강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눈치다.
"감옥에서 나올 때 누가 내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을 봤는데, 정말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감옥에서 내가 그렇게 망가졌나 싶더라고. 애들이 서울에서 내려와서는 내 처참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울더라고. 그런데 병원 검사를 받아보니 심장박동도 호흡도 모든 게 정상이라는 거야. 나도 내 몸의 상태를 보고 놀랐다니까. 강정마을에서 지낼 때, 내 몸이 미리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비축해 놨나봐."
그는 여전히 머릿속에는 강정마을에 대한 걱정뿐이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의논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도 "건강을 위해서 말을 아끼라"는 의사의 지시를 따르느라고 오는 전화만 받는다. 하루빨리 퇴원해서 그가 2년 동안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지내왔던 '중덕사'(그가 강정마을 해안에서 생활했던 천막을 사람들은 '중덕사'라 부른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