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비누창포물을 구할 수 없어 마트에서 사온 창포비누.
박진희
우리는 단오날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포물에 감은 머리를 휘날리며 경기도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의 푸르른 벌판에서 그네를 뛰며 우리가 손수 만든 동물 모양의 볏짚핀을 머리에 꽂고 1년의 잡귀를 쫒는 행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황금 같은 휴일에만 만끽할 수 있는 '늦잠'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오를 위해 합숙에 들어간 우리들은 낮 12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으며, 어제와 같은 의욕을 가진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심지어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해보자라는 의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마트에서 겨우 구해온 창포 비누로 머리를 먼저 감은 A양이 아직도 침대에 널브러진 다른 처녀들을 깨워 차를 타고 종마목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A양 역시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목장 앞에 도착해서야 오늘이 목장 휴일임을 발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