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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봄꽃 찾아 정신없이 다니다가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입하, 망종 단오까지 지났군요. 그 사이에 잎들은 무성해지고 풀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쭉쭉 뻗었습니다.
지리산 계곡따라 흘러내린 물로 섬진강은 더욱 맑고 풍성해졌습니다. 그 풍요로운 강줄기 따라 펼쳐진 들판에는 지금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이곳 남쪽 모내기는 윗쪽 지방보다 조금 늦게 한다고 합니다. 기온 차이 때문인가 봅니다.
힘든 모내기 중간에 농부들이 새참을 먹습니다. 길바닥에 늘펀하게 펼쳐놓고 먹는 새참의 맛은 어떤 맛일까요? 인심좋은 농부님들은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술한잔 먹고 가라고 불러 세웁니다. 역시 농삿일 중에 먹는 새참 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어렸을적 어른들 따라 들에 나가 먹었던 새참, 그 추억을 먹었습니다.
강변에는 농부님들의 고단한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달콤한 휴식을 선사할 정자가 있습니다. 선비들이 한가하게 모여 음풍농월하는 크고 유명한 정자가 아닌, 동네마다 크지 않게 세워져 있는 이런 정자는 동네사람들이 공동으로 세운 휴식처로 시정이라고도 부르지요.
섬진강변 구례 봉소마을 봉소정은 강가에 세워져 있어 참으로 정겹고 운치가 있습니다.
봉소정은 올 여름에 동네 어르신들이 오셔서 목침을 베고 맛난 낯잠을 주무시겠지요. 한여름이 오기 전에 나그네가 먼저 가서 낯잠을 청해봅니다. 어렸을적 이런 시정에서 장기도 배우고, 오목도 두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서민들의 소박하고 정겨운 휴식처인 봉소정이 세워진지 40여 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튼실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정자가 마치 서민들의 건강하고 소박한 생명력 처럼 믿음직스럽습니다. 올 여름에도 꿀맛 같은 휴식을 줄 강변의 정자에서 노동과 휴식, 자연과 사람, 추억과 미래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렵니다.
2011.06.10 17:10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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