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2일차 대학생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권우성
현재의 '반값 등록금 운동'은 최대한의 정부 보조를 얻어내면 성공하는 것일까? 현재 각 정당, 특히 야당이 경쟁적으로 거액의 지원을 내걸고 한나라당 역시 마냥 외면하지 못한 채 2조 원 이상 지원을 이미 약속했으니 보조금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벌써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9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으므로 국민적 합의도 이뤄진 셈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테니 운동의 성과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성공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더 성공적인 운동이 되기 위해서 대학 등록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부터 살펴보자.
대학 등록금은 한마디로 독점 가격이다. 수요자인 대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대학은 오로지 학생들의 지불능력만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 입학이 확정된 후 가격이 너무 높다고 해서 '탈출 옵션(자퇴)'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목소리 옵션'도 힘이 없다. 세칭 일류대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학벌도 톡톡히 일조하는 양극화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가져다줄 미래의 예상 수익이 천문학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대학졸업장이 없으면 취업 원서도 낼 수 없다"는 것은 이 현상이 일류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학이 아무리 고액의 등록금을 제안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손쉬운 독점 사업이라면 누구나 대학을 만들려고 하겠지만 초기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들고 더구나 대학의 평판을 쉽사리 만들 수 없어서 진입 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단기적으로도 교과부가 대학 정원을 규제하기 때문에 공급(사실상 학생 수)을 늘릴 수도 없다. 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입시경쟁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등록금 문제는 거의 해결하지 못한다. 수요의 가격(대학등록금) 탄력성이 0에 가깝기에 대학의 수익만 늘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사실 대학 입학이 확정되기 전, 사교육시장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수요자(입시생)들의 무한경쟁에 의해 사교육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시장은 진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 대학처럼 마음껏 수강료를 올릴 수는 없다. 경제학 용어에서 고른다면 이 시장은 독점적 경쟁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괜찮은 직장'이 제한되어 있고 거기 가는 조건이 학벌이기 때문에 (또는 그렇게 믿기 때문에), 더구나 학력에 따른 사회적 차별도 심해서 대학교육에 대한 무한한 수요가 존재하고 여기서부터 어마어마한 독점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자율화'는 대학이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하였다. 앞으로 서울대가 법인화되어 대학 등록금 인상을 주도한다면 그 영향은 우리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예컨대, 서울대가 한 학기 2000만 원 등록금을 내건다고 정원을 채우지 못할까?
독점가격에 대해 올바른 정책은 가격규제이다.
만일 이 주장이 옳다면, 그리고 일단 이 측면만 떼어 놓고 본다면 등록금에 대한 정부 보조는 잘못된 방향이다. 가령 한국에 자동차 회사가 하나이고 수입도 금지되어 있다면 이 회사는 독점가격을 설정할 것이다.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도저히 차를 구입할 수 없다고 해서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그 차를 사도록 하지는 않는다. 독점에 대한 경제학의 표준 처방은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대학교육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이것도 때때로 무한한 투기수요 때문이다) 집 없는 사람들한테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집을 사도록 하지 않는다. 자동차든 부동산이든 정부는 가격 규제를 하거나 공공 공급(공공임대주택, 국공립대학)을 늘리는 정책을 택한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높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최우선 정책은 가격 규제이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물론 자동차나 집과 대학교육이 똑같냐고 물을 수 있다. 즉 대학교육은 공공성이 있는 서비스이므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맞다. 그러나 대학교육 공공성의 명확한 근거는 별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