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대표단의 얘기를 듣고 있다.
남소연
선별적 복지정책과 보편적 복지정책의 작동 원리를 정치적으로 다시 설명하면 이렇다. 편의상 유권자를 부유층-중산층-서민층으로 나눈다면, 선별적 복지의 경우에는 '조세부담'은 부유층-중산층이 감당하게 되고, '복지 수혜'는 서민층에 집중된다. 그리하여 중산층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세 부담은 늘되 복지수혜는 입지 않게 되어 '복지 반대 세력'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많게 된다. 그리하여 역경 끝에 도입된 복지제도를 확대하려 할 때 정치적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선별주의 복지를 주로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심지어는 기존의 선별적 복지마저 꾸준히 축소 압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보편적 복지를 선택하게 될 경우, 중산층과 서민층의 '복지동맹'이 형성되어 다수 유권자 대중의 두터운 지지를 받게 된다. 우리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보편주의 복지 원리'를 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선별적 복지의 편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다. 그런데 현재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는 양 당의 기조가 유사해 보인다. 그들의 정책적 대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장학금 형태 ▲지원방법은 소득계층별 차등지원 ▲예산규모는 2.5조 원~3.1조 원 ▲학점기준, B학점~C학점.현재 대학등록금은 총 15조 원 규모이다. 이 중에서 국가장학금과 대학 자체의 장학금 3조 5천억 원을 제외하면 약 11조 5천억 원이다. 즉,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6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나라-민주당의 3조 원 내외의 예산 규모에 의하면, 실제로 대학 등록금의 부담 완화 규모는 약 25% 수준인 셈이다. 이 경우, 반값 등록금 대책이 아니라 '1/4값 등록금' 대책인 셈이다.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등록금 부담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선별주의' 때문에 초래되는 대상자 문제이다. 한나라당 방식이든, 민주당 방식이든, 중위소득 이하 50%만을 대상자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50%의 학생들은 등록금 대책에서 제외된다.
최근에 민주당이 입장을 일부 바꾸어 중산층을 포함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 '선별주의'이긴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제도의 지속가능성만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선별주의의 한계 때문에 대상자를 50%로 하는 것보다 70%로 확대하는 것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더 어렵게 함).
이러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첫째, 등록금 부담의 실질적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다. 제외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지속적인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득계층별 차등지원 방식의 전제조건은 소득구간의 투명성인데,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담보되기 어렵고, 그래서 공정성 문제를 달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셋째,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넷째, '선별적 복지' 원리에 입각했기 때문에 제도 확대가 곤란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제도 축소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이 지점은 현재 전개되는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의 승리 여부를 규정지을 정도로 결정적인 문제인데, 그것은 바로 형평성 혹은 역차별 논란 등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현재 대학진학률은 83%이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고졸자는 17%의 비율인데, 이후 취업의 기회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졸자에게는 연간 최소 3조 원에서 6조 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을 지원하면서 고졸자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고졸자에 비해 대졸자가 취업 기회와 고소득 가능성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렇다면 대학생에 대한 국가의 6조 원에 달하는 등록금 지원 정책은 고졸자를 차별하고, 대졸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비는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등학교 학비의 총액은 연간 1조 5천억 원에 불과함). 대학생들에게만 국가 예산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적 의미에서 고졸 차별, 대졸 특혜가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의 본질은 '등록금 부담의 완전 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