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받고 법정구속 되지 않은 '이성진' 항소 왜?

불구속상태서 상급심 판단 받아보라는 재판부 배려...항소 않으면 옥살이

등록 2011.06.14 15:40수정 2011.06.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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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금으로 탕진한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가수 출신 방송인 이성진(34) 씨가 13일 법무법인 한림을 통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의 항소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도박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사기 혐의는 부인하는 이씨가 항소심의 판단을 받아 보기 위한 것이다. 또한 1심 재판부가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빌린 도박자금을 갚지 않는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라며 법정구속하지 않고 배려했는데,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 판결이 확정돼 실형 집행으로 옥살이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렇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성진씨는 2009년 1월 마카오에 있는 한 호텔에서 M씨에게 "한국에 있는 집 금고에 현금 13억 원이 있다. 지금 돈이 급해서 그러니 1억 원을 빌려주면 3일 후 귀국해 이자 10%를 더해서 갚겠다"고 말해 대여금 명목으로 9250만 원을 빌려 카지노에서 속칭 '바카라' 도박을 했다.

또 2009년 4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한 호텔 내 카지노에서 O씨에게 공연 수입이 많은 연예인으로 행세하며 대여금 명목으로 1억 3300만 원을 빌려 도박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G씨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선이자 200만 원을 뗀 2000만 원(실수령 18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이씨가 돈을 갚지 않자 이들이 고소했고, 검찰은 "이성진 씨가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해 사기와 도박 혐의로 기소했다.

이성진 씨와 변호인은 "M씨와 O씨는 이른바 '꽁지'(전문적으로 도박자금을 대여하고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는 사람의 속어)이고, 이른바 '롤링업자'(전문적으로 도박자금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사람의 속어)를 통해 M씨와 O씨로부터 카지노 객장에서 돈을 빌릴 때 현금이 아니라 카지노 칩으로 받았다"며 "당시 롤링업자들이 도박자금 대여를 알선하면서 적극적으로 도박행위를 하도록 부추겨 오히려 도박을 방조했고, M씨와 O씨는 차용금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고인과 고소인 M씨와 O씨 간의 각 도박자금 대여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민사상 무효이고, 또한 피고인이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용한 돈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도박자금으로 빌린 차용금을 고소인들에게 변제하지 않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차용금 변제능력에 대해서도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연예활동을 시작해 2009년 1월부터 도박사실이 방송가에 알려져 연예활동이 중단된 2009년 6월까지 6개의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방송출연료로만 월 1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고, 특히 출연한 뮤지컬이 큰 수익을 올려 돈을 빌릴 당시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다만 소속사로부터 수입배분금을 지급받지 못해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장성관 판사)는 지난 9월 이성진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도박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M씨가 2009년 1월, O씨가 2009년 4월 각각 이성진 씨에게 건넨 금전거래는 도박자금 대여로서 불법원인급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도박자금을 대여한 M씨는 피고인의 적극적인 거짓진술(자신의 집에 현금 13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변제자력에 관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거액의 도박자금을 대여하게 됐을 뿐,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처럼 도박자금 대여자인 M씨나 도박자금 대여를 알선한 롤링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도박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조장했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M씨와 피고인간의 금전거래(도박자금 대여)에 있어서 변제자력에 관한 피고인의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인정되므로 M씨에 대한 사기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O씨에게 빌린 돈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M씨와의 금전거래 등으로 빌린 총 2억 원 가량의 거액의 도박자금을 하루 이틀 사이에 도박으로 탕진한 다음 지인의 도움으로 도박채무 일부만을 가까스로 변제한 상태에서 불과 두 달 보름 만에 또 O씨로부터 1억 3300만 원의 거액의 도박자금을 차용해 탕진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과 O씨 간의 2009년 4월 금전거래(도박자금 대여)도 피고인의 편취범의가 인정돼 사기죄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리하면 이번 판결은 도박자금 대여로 인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급여자(도박자금을 대여한 사람)가 수익자(도박자금을 차용한 사람)에 대해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익자가 기망행위를 통해 급여자로 하여금 불법원인에 해당하는 재물을 제공하도록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2006도6795)를 적용한 것이다.

양형과 관련, "사기 범행으로 인한 총 편취금액이 2억4350만 원에 이르는 점, 피해변제된 금액이 1100만원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면 사안이 중대하므로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들 또한 피고인이 차용한 돈을 도박으로 탕진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고 여겨짐에도 도박자금으로 쓸 것을 알지 못하고 빌려 준 것이라고 거짓진술하고 있는 점, 도박자금대여로 인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 경우의 사기죄 성립여부 등에 관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불구속 상태로 상급심의 신중한 판단을 받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 점, 그 과정에서 추가 피해변제 기회를 주기 위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성진 #사기 #도박자금 #불법원인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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