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9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석철
울산에서도 지난 10일부터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대회'가 시작된 가운데, 울산을 '부자도시'로 일컬어지게 한 대기업 공장들이 등록금 지원을 정규직에게만 국한해 비정규직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처우에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경우 현대차가 정규직 자녀 세 명까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면서 비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비정규직들이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인 후 오히려 대량 징계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대학 등록금 지원 차별에 대한 울분까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하청업체 간 임금 등 격차로 지역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규직은 자녀 두 명까지 대학지원금이 전액 지원되고 있는 데 반해 하청노동자는 '한 업체 5년 이상 근무자 자녀에게 50% 지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의 이직율이 높은 현실과 업체 폐업이 잦은 요인 등으로 하청노동자 등록금 50% 지원 혜택은 일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조선, 자동차와 함께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업체도 마찬가지. SK에너지와 S-OIL은 정규직의 자녀 수에 상관없이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고, 삼성SDI 등 삼성계열사들도 임직원 자녀 2명까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울산지역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교인 울산대학교의 전체 학생 1만5000여 명 중 28%가 전액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는 등 학생들 간에도 박탈감이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에서는 이같은 대학 등록금 지원 등으로 근래 들어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간의 상대적 박탈감이 표면화 되고 있고, 올해 4.27 재선거에서는 표심으로 민심 이반이 드러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분석] 역대 선거 '이분화' 현상..."상대적 박탈감" 해소가 관건?).
민주노총 울산 "등록금 지원, 노무관리에 악용될 수 있다"
지역계는 울산의 반값등록금 요구 열기가 서울에 비해 시들한 것은 이같이 대기업 정규직 자녀들의 등록금 전액 지원에도 일부 요인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에서 "정규직 자녀 등록금 지원으로 거액을 부담하는 대기업들이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면 그만큼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고무되고 있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자 노동계가 발끈하고 있다.
노동계는 대기업 정규직의 등록금 전액 지원이 노무관리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비정규직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므로 비정규직에도 등록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5일 논평을 내고 "정규직에 대한 등록금 지원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깊어진다"며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윤은 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더 힘든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이므로 비정규직에도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히 "일부 기업은 학자금 지원을 노무관리의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해 정규직 노동자라도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게 되고, 학자금 지원이란 당근으로 사측의 통제에 따르거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 처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그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에겐 2중, 3중의 추락을 맛보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사회적인 반값등록금 요구와는 별개로, 기업은 반값등록금 이전에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학자금 지원을 시작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반값등록금 열기에 대기업들이 내심 고무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반값등록금 틀이 만들어져 기업의 비용지출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 몫이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국장은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뿐 아니라 대학등록금 등 대기업의 학자금지원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짚고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묻어야 한다"며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윤 배경에는 경영진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더 힘든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으므로 복지 혜택도 함께 돌려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자금 지원은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특혜로 인식되고 있어 임금의 양극화뿐 아니라 회사내 복지에서도 차별과 양극화가 뚜렷해져 왔다"며 "노동조합이 처음 학자금 지원을 요구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수를 점하고 있어 비정규직에도 학자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와 별개로 비정규직에 대한 등록금 지원 차별을 없애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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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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