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운도 마이크 잡는 것부터 내가 가르쳤지

[오마이 인터뷰③] 백발의 연주자, 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씨

등록 2011.06.17 18:43수정 2011.06.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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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자주 바다처럼 나를 끄으나니 !
내 창백한 별을 향해
안개의 지붕 아래 또는 아득한 에테르 속
나는 돛을 올린다.
<음악>중-'보들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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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창 아코디언리스트 ⓒ 송유미


감미로운 손풍금 솜씨에 내 영혼이 울다


지난 16일 오후 8시 부산 동래 갤리러 '움'에서 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71)의 연주회가 있었다. '백발의 연주자'로 불리는 송씨가 연주한 곡은 그리스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겸 가수 미키스 데오라키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고>와 인기드라마 <모래시계>의 OST <백학>, 우리 가요 <얼굴> 등이다. 송씨는 가슴 뭉클한 아코디언을 연주해 청중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하략)"

이날 송씨의 연주는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를 통해 널리 국내에 알려진 <기차는 8시에 떠나고> 명곡이 음악 세월 오십여년의 아코디언 연주자 송용창씨의 노련한 손풍금 연주에 의해 꽃처럼 향기로운 선율로 흘러나오자, 여성팬 몇몇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아코디언은 연주자의 연주 솜씨도 솜씨지만 가슴으로 연주해야 하는 악기. 악기와 연주자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도저히 아름다운 화음이 흘러나올 수 없다. '아코디언 신축'과 연주자의 몸짓은 하나의 '춤'이 되고, 그 '음악의 춤'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비로소 자신의 심장을 움직이는 소리에 감동케 된다.

독보적인 아코디언 연주자로 상찬받고 있는 송용창의 아코디언 연주의 매력은, 우리의 정서에 알맞게 적당한 흥겨움과 호소력 짙은 애절함을 절묘하게 형상화한다. 이에 관객층으로부터 여느 악기보다 많은 박수를 받아낸다.


추억을 부르는 향수의 악기의 아코디언 연주가 송용창씨. 그는 칠순의 중후한 멋을 은빛 백발로 은은하게 음악의 향기처럼 발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오랜 음악생활로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전국적인 예술무대에 초청되어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그는 '거리의 악기'로 알려진 손풍금을 순수 예술무대에 올려 놓는데 공헌한 음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클래식 발레 무대, 산사음악회, 2005년 그랑발레 정기 공연 등 여러차례 음악회와 무용 무대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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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 씨 ⓒ 송유미


동래의 '문화사랑방'으로 알려지고 있는 '움' 갤러리에서 열린 송용창 아코디언리스트 연주회의 관객층은 참으로 다양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 근처 학원가의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문화예술인 등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일명 '거리의 악기'로 알려진 아코디언은 바람을 담아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다. 손풍금, 수풍금, 아코르데옹, 핸드 오르간으로도 불린다. 아코디언 소리는 아날로그적인 악기의 모양새와 더불어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 복고 열풍과 애절한 선율을 자아내는 아코디언 소리의 마력에 아코디언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코디언은 결코 다루기 쉬운 악기는 아니다. 악기의 무게가 자그만치 12킬로 그램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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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 씨 ⓒ 송유미


무게가 만만치 않는 악기를 품에 안고 춤을 추는 듯 온몸으로 연주하는 아코디언 연주. 그래서 손풍금 소리를 남녀노소 막론하고 환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미로운 아코디언선율에 반해 '움'을 찾은 지인과 함께 송용창 아코디언리스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래는 취재한 것을 정리한 내용이다.

- 모처럼 아름다운 아코디언 연주회를 감상했습니다. 아직도 감동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데요. 선생님 다루고 있는 아코디언(손풍금)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합니다.  
"아코디언은 여느 악기와 달리 장소 제약이 없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독주가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면 반주가 필요 없고, 음의 선율이 참 감미롭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악기로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감미로운 손풍금의 선율은 그 어떤 악기와도 잘 어울립니다. 해서 모든 예술 장르와 화합을 촉진하는 매개물 같다고 할까요.(웃음) 손풍금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유순하고 모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좋아하는 팔등신 같은 미인이라고 할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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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씨 ⓒ 송유미


오랜 음악생활에 베토벤처럼 청력을 잃다

- 아코디언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
"사람의 만남도 인연이 있듯이 악기 역시 궁합이 맞는 인연이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이웃에 아코디언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정말 표현하기 어려울만치 심금을 울리는 손풍금 소리에 너무 심취되어 그 악기를 부모님께 졸라서 어렵게 구입해서 연주를 배웠습니다. 처음에 청소년의 우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19살에 아코디언 연주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참 철 없는 나이였습니다. 자유롭게 떠돌면서 돈도 벌고 쓸 수 있는 밴드생활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이 업소 저 업소를 뛰어다니는 아코디언 연주자 생활을 하다가 동양TV 방송국(64), MBC(61) 라디오 등에서 연주자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69년도경 전자 오르간이 국내에 보급되면서 아코디언은 인기가 없게 되고 연주자들은 무대를 잃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전자오르간을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때 내 나이 서른 살이었습니다. '송용창연주단' 밴드를 결성해 야간업소와 쇼단에서 일했습니다. 지금 인기가수 설운도씨와 이자영 가수도 사실 우리 밴드 출신입니다. 제가 마이크 잡고 무대에 걸어나가는 것까지 가르쳤습니다. (웃음)

야간업소에서 오래 연주하면서 청력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왼쪽 귀마저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음악인이고 아코디언을 사랑합니다. 신체적인 장애는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할까요. 요즘에 와서는 조강지처(손풍금)를 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 기분입니다.(웃음) 정말 내게 가장 어울리는 인생의 동반자가 아코디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소박한 꿈이 있다면 송용창의 아코디언 음악세계를 정립해 보여 줄 수 있는 본격적인 무대를 갖고 싶습니다. 이 꿈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연주를 하려 합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아얀 그 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무지개 따라 올라갔던
오색빛 하늘 아래
구름 속에 나비처럼 날으던 지난날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얼굴>-윤여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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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산다 ⓒ 송유미


- 정말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젊어 보이십니다. 특별히 연주를 위해 건강에 신경쓰시는지요 ?
"특별하게 건강을 위해 신경쓰는 일은 없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의 정원을 손질합니다. 사는 집이 너무 오래되어서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으면 볼품 없어서 말입니다. (웃음) 연주회가 없을 때는 집에서 아코디언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아코디언 교습도 다닙니다. 그외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보거나 편곡 등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 혹시 집에서 연습을 하시면 동네 분들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지는 않나요 ?
"(웃음) 전혀요. 워낙 오래 산 동네라서 그런지 동네분들이 좋아서인지 아직 그런 항의는 들어보지 않았습니다. 아코디언 악기가 부드러워서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사람의 마음을 연주하는 손풍금 배우려면 마음 수련부터

- 복고 열풍으로 아코디언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한마디 끝으로 들려주시면 합니다.
"나는 <탈무드>의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라'는 말처럼  악기를 배우기 전에 먼저 빨리 악기를 배워야 하겠다고 내는 마음을 인내하는 법부터 가르칩니다. 그런데 처음 아코디언을 배우려는 분들은 모두 급합니다. 그래서 기본도 없이 '노래'부터 배우길 원합니다. 이건 매우 잘못된 교습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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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산다 ⓒ 송유미


아코디언리스트 송용창은 누구 ?
61년 M.B.C 라디오 방송 출연
64년 T.B.C TV 악단 멤버
송용창 연주단 운영 대표
200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백학> 등 연주
2008년 KBS 부산 아침 마당 고정 출연
울산 아코디언 연주 강의
현재까지 예술무대를 통해 100여회 공연 및 협연

피아노를 배울 때 교본을 통해 배우고 그 수련 단계가 하나씩 올라가듯이 아코디언도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기초가 단단하고 나중에 연주를 훌륭하게 해 낼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악기도 그렇지만, 손풍금은 정말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바람을 담아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아코디온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악기란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가슴으로 연주하는 악기'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빨리 배워 빨리 연주하길 바라는데 그건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이야기가 약간 어렵게 흘러갑니다. (웃음)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장시간 연주로  피곤하실텐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송용창 #손풍금 #아코디언 #거리의 악기 #추억의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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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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