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단인물사>의 표지
정만진
<대구문단인물사>는 이상화, 현진건, 백기만, 이장희, 이육사, 백신애, 장혁주, 김문집, 김유영, 최정희, 오상순, 이원조, 김동리, 이설주, 구상, 유여촌, 신동집, 서정희, 서석달(수록 순), 그리고 문학지 <죽순> 등과 관련되는 문단사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 본문에 등장하는 문인의 면면들이 대단하다는 긍정적 선입견부터 독자에게 선사하는 이 책은, 실제로 읽어보면 기술된 내용의 세밀함과 보기 드문 사진자료들의 다채로운 수록 등에 더욱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책이 보여주는 기록의 세밀성은 김사량에 대한 기록만 보아도 단숨에 인정이 된다. 김사량은 1945년 5월 31일 조선의용군의 거점인 연안 지구를 탈출하여 해방될 때까지 항일전에 뛰어든 사람이다. 그는 국민총력조선연맹의 해군견학단의 일원으로 파견되지만 혼자 북경에 있는 순덕으로 가 다시 삼엄한 일본군의 봉쇄를 뚫고 태행산에 도착, 먼저 와 있던 <조선소설사>의 저자 김태준과 합류한다.
이에 대해 <대구문단인물사>는 김사량이 사전에 치밀한 탈출 계획을 수립해 두었다는 사실은 인정될 만하며, 따라서 일본평론가 다나카아키라(田中明)이 '한국민족과 반일'이라는 글에서 김사량이 탈출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친일 행위에 가담했다고 서술한 것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고 평가한다. <대구문단인물사>가 문인들의 그저그런 뒷이야기들을 끌어모은 단순한 집합체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책을 펴낸 서부도서관의 남후섭 관장은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도서관이 모든 것을 다 이룩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옛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향토 문단에 유용한 자료를 제출한 보람은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 책이 향토 사랑의 디딤돌이 되어 우리 대구가 저력 있는 문학도시라는 사실이 타지인들에게도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소망합니다" 하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주례사 비평'만 하면 글을 쓰는 의의가 없으니
훌륭한 기획이고 결과도 좋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례사 비평'만 해서야 이 글을 쓰는 의의가 없으니 필자 나름대로의 소견도 밝혀두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또한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참신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서부도서관 등 일부 공공기관들의 노고가 더욱 멋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약간의 주마가편 정도는 아끼지 않는 충정을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대구문단인물사>의 가장 큰 약점은 책의 정체성 문제이다. 책 속표지에 미리 밝힌 '(이 책에 등장하는 문인의) 게재 순서는 문학사적인 위상과는 상관이 없으며, 작가 데뷔 시기와 문단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하여 정하였음'이라는 인식이 낳은 결과이다. 처음부터 '문학사'이기를 포기하고 '문단사'에 머물기로 의도한 것은 애당초 '향토문학관'이 취할 합당한 접근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