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란 검은콩 심었더니 진흙발 됐네

검은콩 모종 키워 장맛비 그친 사이 티스푼으로

등록 2011.06.25 14:06수정 2011.06.25 14:06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손도 진흙투성이 내 발도 진흙투성이
엄마손도 진흙투성이 내 발도 진흙투성이이장연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초순. 고추 모종 납품과 모내기를 모두 끝낸 뒤 텅빈 아랫밭에서 검은콩 모종을 엄마랑 단둘이 만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검은콩을 밭에다 심기 위한 모종 만들기였는데, 한참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까지 이어져 모종이 잘 될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작지만 강한 검은콩은 작은 플라스틱 포트 안에서 며칠 뒤 마른 흙을 뚫고 쏙쏙 튀어나왔다. 그 뒤 아침마다 틈틈이 물뿌리개로 물을 주었더니, 검은콩 모종은 하루가 달리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러나 한참 날이 너무 덥고 비도 내릴 기미도 보이지 않아, 사우나 같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검은콩 모종이 한낮 더위에 타버릴까봐 엄마는 모종을 바깥으로 옮겨놓았다.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초순 뿌린 모판에서 싹을 틔운 검은콩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초순 뿌린 모판에서 싹을 틔운 검은콩이장연

 새끼손가락 만하더니...
새끼손가락 만하더니...이장연

 금새 쑥쑥 자라나서 밖으로 옮겨 놓았다.
금새 쑥쑥 자라나서 밖으로 옮겨 놓았다.이장연

 활대를 이용해 차광망을 덮어 시원한 바람은 통하고 퇴약볕을 피하게 했다.
활대를 이용해 차광망을 덮어 시원한 바람은 통하고 퇴약볕을 피하게 했다.이장연

하우스 밖으로 옮긴 검은콩 모종 위로는 활대를 얼키설키 꽂아서는 그 위에 검은 차광망을 덮어 시원한 바람은 통하고 퇴약볕은 피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랬더니 새끼손가락만하던 검은콩 모종은 더 힘차게 자라 중지보다 크게 커버렸다.

그 틈에 작년 들깨를 심었던 자리에 무성한 풀을 낫과 바지락 호비, 밭 호미를 이용해 김을 매놓았다. 검은콩 심을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최근까지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흙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의 메마른 날이 계속돼 고생스럽게 김매기를 한 밭에 또다시 풀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다 반가운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어제(금요일) 오전에 아랫밭에 나가서 주체할 수 없는 상추 밑을 따주고 하우스 안의 콩밭 김매기를 끝낸 뒤, 병원에서 돌아온 엄마랑 점심께부터 검은콩을 심었다. 다행히 오락가락하는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시원해 검은콩 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뒤 이렇게 검은콩 모종이 자라났다. 얼른 옮겨 심어달라고 아우성쳤다.
그 뒤 이렇게 검은콩 모종이 자라났다. 얼른 옮겨 심어달라고 아우성쳤다.이장연

 검은 비닐을 씌워놓은 두둑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티스푼으로 떠넣고 꾹꾹 심었다.
검은 비닐을 씌워놓은 두둑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티스푼으로 떠넣고 꾹꾹 심었다.이장연

 플라스틱 포트에서 모종이 상하지 않게 빼내기 위해 엄마는 티스푼을 활용했다.
플라스틱 포트에서 모종이 상하지 않게 빼내기 위해 엄마는 티스푼을 활용했다.이장연

 장대로 뚫은 구멍에 검은콩 모종을 넣고 흙을 덮어주면 된다.
장대로 뚫은 구멍에 검은콩 모종을 넣고 흙을 덮어주면 된다.이장연

우선 검은콩을 심기 위해 지난 5월 이미 검은 비닐을 씌워놓은 두둑에는 뾰족한 장대를 이용해 간격에 맞춰 구멍을 뚫고, 엄마가 집에서 가져온 긴 티스푼으로 포트 안에서 검은콩 모종을 꺼내 구멍에 넣어 착착착 심었다.


그렇게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장맛비 때문에 서둘러 논두렁과 마주한 두둑에 검은콩을 한줄 후딱 심었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아 들깨를 심었던 자리로 옮겨 일을 했다.

들깨를 심었던 자리는 폭이 넓어 장대로 구멍을 세 개씩 뚫어 심었는데, 비가 와서 정말 다행이었다. 장대로 맨땅에 구멍을 뚫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도 군소리 없이 구멍을 파고 모종을 옮겨 넣었다.

빨리 옮겨 심어달라고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검은콩 모종을, 진흙이 덕지덕지 묻는 맨손으로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쪼그려 앉아 심는 엄마 때문에. 그랬더니 내 발은 엄마손처럼 어느새 멋드러진 진흙투성이가 돼 있었다.    

 작년 들깨 심었던 자리에 구멍을 뚫어 검은콩을 심었다.
작년 들깨 심었던 자리에 구멍을 뚫어 검은콩을 심었다.이장연

 괜히 요란하게 일한 티를 낸 것 같다.
괜히 요란하게 일한 티를 낸 것 같다.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검은콩 #모종 #심기 #장맛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2. 2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3. 3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