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왜관철교 붕괴, 4대강사업 때문이다

안전성 위한 보수공사 미비... 수량은 계산할 수 있지만, 유속은 모른다?

등록 2011.06.25 14:39수정 2011.06.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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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없이 무너지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힘없이 무너지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정수근
힘없이 무너지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 정수근

경북 칠곡 왜관에 위치한 '호국의 다리', 옛 왜관철교가 무너졌다.

 

길이 469m, 폭 4.5m, 높이 8m의 이 다리는 1905년 단선철도로 개통, 한국전쟁 당시(1950년 8월 3일 23시30분경)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려고 미군 제1기병사단이 철교 제2경간을 폭파했다. 이후 다시 연결돼 지금까지 인도교로 이용됐으며 공교롭게도 6월 25일 새벽, 다시 끊어졌다.

 

'호국의 다리'가 붕괴한 데는 4대강 사업 준설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아래 사진을 보자. 작년 봄,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찍은 호국의 다리에서 바라본 준설 현장 모습이다. 낙동강에서만 4억㎥을 준설하게 되는데 정부는 이미 90% 이상 준설을 마쳤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낙동강 왜관철교에서 바라본 준설현장. 수륙양용 포크레인이 엄청난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 3월, 낙동강 왜관철교에서 바라본 준설현장. 수륙양용 포크레인이 엄청난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정수근
작년 3월, 낙동강 왜관철교에서 바라본 준설현장. 수륙양용 포크레인이 엄청난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 정수근

대규모 본류 준설은 생태적인 것만 아니라, 수리적인 문제까지 동반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준설과 강폭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작업 등을 주로 했는데, 이는 수량을 확인할 수 있게는 만들었지만 유속을 계산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늘어난 수량은 계산할 수 있지만 유속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를, 아주 이상한 공사인 것이다.

 

당초 4대강 사업 초기부터 낙동강 '호국의 다리'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다리가 많은 낙동강에서 대규모로 준설을 할 경우 붕괴우려가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따라서 오래된 다리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보수공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에 있는 정부의 준설계획 단면도를 보면, 이런 지적은 검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리의 교각부근에서 하는 대규모 준설은 교각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만, 정부는 교각의 밑 기둥을 아예 파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4대강사업에 올인하는 정부는 왜 4대강사업에 목숨을 거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국민과 시민의 불안감마저 해소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밝히길 요청한다. 홍수 예방이니, 가뭄 예방이니 객관적이지 않은 자료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앞으로 태풍과 더 많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어느새 우리는 4대강사업 시행과 함께 해마다 집중호우와 홍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5월, 홍수를 대비하여 시행한 시민공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도 장마가 시작되면 붕괴위험에 놓일 교각들이 곳곳에 있음을 확인했다. 과도한 준설과 역행침식으로 하천바닥이 깎여 내려 앉아 교각의 기초와 하천바닥이 서로 들떠 있는 아찔한 곳도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안철 기자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왜관철교 #붕괴 #준설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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