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만졌다고, 할머니 폭행...삭막한 세상

등록 2011.06.27 10:41수정 2011.06.27 17: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야후! 코리아 제공 ⓒ 변종만

야후! 코리아 제공 ⓒ 변종만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나라마다 금기사항이 다르다. 태국사람들은 신령스러운 기운 정령(Spirit)이 머리 윗부분에 들어있다고 믿어 타인이 머리 만지는 것을 아주 불쾌하게 여긴다. 여행길에 만난 아이가 귀엽다고 머리를 만졌다가는 아이의 가족에게 봉변을 당한다. 

 

태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SBS 25일 '8시 뉴스'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남의 새끼한테 손대는 거 싫다고 하면 '알았어요' 하고 끝내면 된다"고 소리 지르는 장면을 보도했다. 1.5리터짜리 페트병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내리치고, 보다 못해 나선 다른 할머니와 뒤엉켜 몸싸움을 하면서 지하철 안이 난장판이 된다. 

 

동방예의지국이 사라진, 어쩌면 세상이 참 삭막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황당한 뉴스가 나오던 시간 식당에 있었다. 뉴스를 본 다른 손님들도 아이의 엄마를 탓하며 몰인정한 세상을 원망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뿌리며 피해를 입힌 태풍 메아리만큼이나 우울한 소식이었다. 

 

누구나 해마다 1살씩 나이 먹으며 숫자를 늘린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지만 언젠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늙으면 기력이 없어지고 사회에서 소외당한다. 그게 피해갈 수 없는 인생살이다.

 

나이 먹으면 손에서 일을 놓는 대신 정을 키운다.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따뜻해진다. 신구세대의 문화차이를 따지기 전에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그걸 표현하려 하는 연세 드신 분들의 나이 값을 애틋하게 여겨야 한다. 그런 어른들이 내 부모나 시부모, 내 할머니나 외할머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세상에서 내 자식이 제일 소중하다. 그걸 누가 부정하겠는가? 하지만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동방예의지국 #할머니 폭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일상은 물론 전국의 문화재와 관광지에 관한 사진과 여행기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국가 수도 옮기고 1300명 이주...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2. 2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3. 3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4. 4 전화, 지시, 위증, 그리고 진급... 해병 죽음에 엘리트 장군이 한 일
  5. 5 '헌법 84조' 띄운 한동훈, 오판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