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모임에 42명... 할아버지는 진정한 애국자

6촌간 42명이 함께한 1박2일... 너무도 신납니다

등록 2011.06.27 18:12수정 2011.06.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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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남 순천의 조그만 시골마을 솔터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마을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마을은 낮은 소나무 산과 대나무 밭으로 둘려 쌓여있는 전형적인 남도의 작은 마을이다. 당시 약 22가구 중 두 집만 다른 성씨이고 모두가 제주 양씨였으니 양씨 집성촌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은 모두가 도회로 나가고 팔십이 넘으신 노인들만 열 분 정도가 마을을 지키고 계신다.


이런 마을에서 1900년도 초에 태어나신 우리 조부님(梁會銓)은 5대(2대에는 형제였으나 손이 없음)를 독자로 내려 오시다 7남매를 두셨다. 그래서 6대 만에 사촌이 태어난 셈이 되었다.

그런 관계였는지는 몰라도 생전의 아버님이나 지금 생존해 계신 숙부님들도 틈만 나시면
"6대 만에 사촌이 태어났으니 사촌 간에 우애 있게 지내야 한다!"라는 말씀을 늘 하셨다. 따져보니 할아버지께서는 7남매를 두셨고 여기에 손자손녀가 총 40명, 그리고 증손자는 94명이다. 즉 할아버지 한 분이 4대 만에 가족이 131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오늘날처럼 아이를 낳지 않아 사회 문제가 되는 세태를 보면 참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애국자일 거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은 고손자가 태어나기 시작했는데 숫자는 헤아리기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4대 만에 94명이라는 많은 손자손녀들이 번창하게 되자 우리 가족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4촌, 6촌간 모임의 만들기로 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가평의 축령산 자락에 사는 동생의 집 근처의 펜션에 넓은 방 한 개를 예약하고 "1박2일간 서울 인근 거주 가족 모임을 하겠다"고 알렸더니 총 42명이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모임을 준비한 나와 동생은 삼겹살도 사고, 밑반찬도 준비하고, 무슨 놀이를 할 것인지 머리를 짜냈다. 그래서 낮에는 인근에 있는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밤에는 펜션의 숙소에서 노래자랑을 한 다음, 다음날은 펜션 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가족 단체 사진입니다. 42명중 늦게온 두명과 사진사가 빠졌습니다.
가족 단체 사진입니다.42명중 늦게온 두명과 사진사가 빠졌습니다.양동정

18일 토요일 오후가 되니 충남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촌 동생과 5촌 조카들이 도착했다. 이어 분당, 서울 등등 중부 지방에 사는 형제자매들이 모이기 시작해, 오후 5시가 되니 총 42명이 모였다. 물론 4촌간에는 더러 만나서 얼굴을 기억할 수가 있었으나 5촌, 6촌이 되니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더더구나 초·중·고등학생 태반이 6촌 간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형제자매였다.


삼겹살 파티 야외에 마련된 숯불위에 삼겹살 파티가 시작 되었습니다.
삼겹살 파티야외에 마련된 숯불위에 삼겹살 파티가 시작 되었습니다.양동정

야외에 숯불을 피우고 준비한 삼겹살을 구워 모두가 맛있게 먹고 나니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오자 인근에 있는 잔디구장으로 옮겨 축구 시합을 했다.

축구시합. 1 6촌 형제 자매간의 축구시합은  양씨 성을 가진 아이들과 다른 성을 가진 아이들로 편을 나눴습니다. 그러니까 손자들 팀과 손녀들의 아이들 팀인 셈이죠,
축구시합. 16촌 형제 자매간의 축구시합은 양씨 성을 가진 아이들과 다른 성을 가진 아이들로 편을 나눴습니다. 그러니까 손자들 팀과 손녀들의 아이들 팀인 셈이죠,양동정

첫 번째 경기는 6촌 형제이면서 성이 양씨(손자들의 자녀)인 조카들과 타성(손녀들의 자녀)을 가진 조카들로 편을 나누어 축구시합을 하고 적정한 시상을 했다. 정말 잘 뛰고 재미있어 한다.


축구시합 2 여기도 역시 양씨(딸. 아들)팀과 타성씨(사위 며느리)팀간 대결입니다.
축구시합 2여기도 역시 양씨(딸. 아들)팀과 타성씨(사위 며느리)팀간 대결입니다.양동정

그 다음 경기는 손자, 며느리 팀과 딸, 사위 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했다. 역시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웠다.

6촌 형제들의 노래자랑. 숙소에 마련된 노래방 기기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6촌 형제 자매들의 노래경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6촌 형제들의 노래자랑.숙소에 마련된 노래방 기기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6촌 형제 자매들의 노래경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양동정

축구시합이 끝나고 나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노래 경연 시간이다. 모두가 노래방 기기 앞에 모여앉아 노래자랑을 했다. 초·중·미취학의 6촌 형제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되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른다. 20평 남짓의 큰 방에 모두가 함께 자고 다음 날은 느즈막이 일어나 계곡에 내려가 물놀이도 하고 돌을 들어내 가면서 작은 고기도 잡느라 정신이 없다.

개울에서 물놀이 축령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깨끗한 계곡에서 6촌 자매간의 물놀이 시간입니다.
개울에서 물놀이축령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깨끗한 계곡에서 6촌 자매간의 물놀이 시간입니다.양동정

이제 약속한 1박 2일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모든 형제자매들이 헤어져야 한다. 내년부터는 1년에 꼭 한 번씩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운 석별을 했다. 모두가 돌아간 후 촬영한 사진을 가족 까페인 다음의 솔터사람에 올렸더니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인 조카들의 댓글들이 너무 정겹다.

"완죤 대가족!!!!!!!!재밋었어요^^ 손으로 물고기4마리 잡았다, 경서"
"중2언니 또보고싶어요~!!!!-정은-"
"경은이 언니야!!!!! 다음에 또 보자꾸나"

대가족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
#솔터사람 #송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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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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