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최고 번화가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 입구에 중부소방서의 소방차가 대기해 있다. 벌써 외곽이전이 이뤄져야 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박석철
부자도시로 일컬어지는 울산에서 중구는 가장 못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동구), 자동차(북구), 석유화학단지(울주군) 등 울산을 먹여살리는 산업 공장이 중구에는 없다. 지역 토박이들이 "옛날에는 모두 중구에 모여 살았다"고 할만큼 중구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심도시지만 지금은 주민을 먹여 살릴만한 장치가 부족하다.
노인 인구 비율이 다른 구에 비해 높고 도로는 좁고 부족해 울산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으로 통한다. 가장 번화가인 성남동 젊음의 거리 입구에는 긴급 출동해야 할 소방서가 수십 년 째 그 자리에 있는 등 개선해야 할 도시 환경이 산적하다. 다행히 몇 년 사이 구 시가지 전통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으로 근래들어 상권이 차츰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위안 거리다. 또한 참여 정부 때 결정된 혁신도시가 현재 중구 유곡동에 건설중이라 완공되면 중구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때때로 혁신도시가 자기 때문에 진척되는 듯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매스컴을 탄다. 중구 주민들은 정치인들의 이같은 뜬구름 잡는 치적 홍보를 힐책했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 생활고를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성남동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 주부는 "중구에 무슨 산업이 있나, 중구에 정치인이 있는지, 주민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봤는지 의문이다"며 "주민들의 실 생활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역 분위기는 보수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중구에서 올해 4·27재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1300표 차라는 아슬아슬한 승리를 하면서 표출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이나 야당도 "민심이 요동친다"는 걸 뼈져리게 느꼈다.
재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박성민 구청장이 지난 6월 23일 "혁신도시건설사업에 따른 울산기상대 조기 이전을 청와대에 요구했다"고 한 내용이 역시 매스컴을 탔다. 그는 또 태화강변에 3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1000석 규모의 음악당을 짓겠다"고 밝혔다. "정서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일종의 행정서비스"라는 말과 함께다.
할매칼국수집에서 만난 30대 직장인은 "(음악당 건설) 그런 것 말고 주민에게 와 닫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만들고, 어려운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 70대 노인은 "노인연금이 지난해 8만 원에서 9만 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5월에 고작 1200원 오르더라"며 "1200원? 도로에 보도블록 깔지 말고 노인연금 1만 원 올리면 안되나"고 되물었다. 그는 "노인들이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병원 진료비와 약값"이라며 "아프지 않는 노인 있나? 제발 공사 벌이지 말고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길에서 만난 대학생은 "얼마전 이곳(성남동 젊음의 거리)에서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던데, 그날 촛불든 사람이 50명도 채 안되더라"며 "학생이나 학부모나 자포자기 한 것 같다. 어렵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중구민들은 대부분 현실적이면서도 자신과 가족에게 실 이익이 되는 주문을 많이 했다. 공공시설 등 하드웨어보다 틀니 하나라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복지 정책을 원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울산 동구 주민들의 관심사도 먹고사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