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을 읽기 전에

등록 2011.07.03 11:55수정 2011.07.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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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면 동네 야산에 오르는 게 내 건강 관리요스트레스 푸는 유일한 방법인데 장맛비가 내리니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게 되었다. 하도 여기 저기 벌여 놓고 참견하는 일이 많아 쉬는 날도 짬이 나지 않는다. 주문한 운명이 며칠째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샀다는 것으로 안심하고,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차라리 남에게 주어 읽게 하라는 준엄한 꾸짖음이 나를 따라 다녔다.

사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책을 손에 들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 앞에 닥치는 모든 일이 내게는 섭리같은 운명으로 여기게 되었다. 도착한 책의 택배 안에는 녹색 형광펜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것이 내 속에 걸림돌이 되었다. 무턱대고 읽기 시작하기 전에, 이 녹색 형광펜이 내게 주는 뜻은 무얼까 생각했지만 쉽게 답을 얻지는 못했다.

내가 처음 짐(JIM.)을만난 것은 노무현 재단 사무실에서 문사모가 준비한 이사장님과의 미팅에서 카페회원 몇몇 분들과 함께한 자리였다. 아무리 지나간 권력이라 하지만 대통령 실장까지 지낸 분 같지 않게소탈하고 수수한 차림은 내가 TV에서 렉스턴을 손수 몰고 봉하로 오는 그를 본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등산화 같기도 하고 작업화 같기도 한 구두, 노타이 차림의 윗도리그리고 편한 막바지 등은 젠틀문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평범하게 일하는 생활인에 가까웠다.

그의 이런 외모와 다르지 않게 말씀하시는 격식과내용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전혀 부담이나 거리를 두지 않았다는 것은 더욱 놀라웠다. 특히 그가 솔직하게정치를 아직 직업으로 택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하신 말씀은 같은 남자로서 뭐라 탓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였다.

대략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이런 취지였다.

"정치인도 가정을 부담해야 하는 기본적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자금이 들어 오면 그 중 일부는 생계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데, 현행 선거자금법상으론 그게 불법입니다."


정치를 관두고도 기사 딸린 에쿠우스 타고 개인 사무실에출근하는 사람들과 너무 다른 일면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정권의 눈치를 보는지 변호사수임건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짐의 청렴하고 평범한 살림살이는 세간에 소문이 나 있다. 그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 부인에게 백화점에 가지 않기로 약속을 기어코 받아 냈다는 일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를 털어 보려고 얼마나 뒤를 캤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그는 없었다.


지인에게 들은 바로 짐은 홀로 되신 어머니 그리고 혼자 사시는 누님의 생계를 돌보신다. 또 미국에 유학 가서 디자인 공부하는 아들 하나가 있다. 얼마 전 딸은 시집 보냈다. 평범한 회사원인데 혼수로 가져간 살림살이가 중고였다는 건 좀처럼 믿기지가 않는다.

이번에 출간한<운명>이 많이 팔려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에 대해 여러가지 정치적 의미를 부각시키려 하지만, 나는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코자 한다.

그래, 많이 팔려라, 좀 더 많이 나가서 재판, 3판 …. 그래서 결코 누구로부터 스폰서도 후원도 받지 않은 그가 이 책으로 돈 좀 벌어서 어머니에게도 효도 하시고, 누님에게도 인사하고, 미국에서 별로 넉넉하게 유학생활 하지 못하는아들에게도 학비도 좀 더 보태고 그러시라. 또, 사모님에게도간만에 백화점 한번 가보라고 봉투도 하나 던져 주시라.

나는 짐이 정치를 직업으로 택하는 날, 곧 우리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속히 오려면 더 많은 책이 팔려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는데 보탬이 되고, 또 그 때에 우리와 동행할 제 2의 운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하고 참여정부를 넘어 국민을 위한 정부가 출범할 수 있도록 각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 운명의 첫 페이지를 비로소 펼친다…….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노무현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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