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태주의자의 꿈

- 봉하에서 미래를 긷다 -

등록 2011.07.03 16:01수정 2011.07.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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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펐다. 불완전하긴 했지만, 이 땅에 정치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에 기여한 김대중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를 뒤이어 이 땅에 경제적 민주주의와 생태적 민주주의를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시대정신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60, 70년대식 개발주의자 박정희와 정주영을 정확하게 계승한 이명박씨가 18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오늘 이 땅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극의 원인은 시대에 뒤떨어진(out of date) 지도자를 선택한 너와 나, 우리들에게 있다.

행정권은 물론 입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도 모자라 주류 방송과 신문 등 언론권력까지 싹쓸이해서 달려온 도달점은 민주주의의 후퇴이자 인권의 유린이었다. 국민의 입과 손발을 묶은 '명박산성'은 우리의 현재 민주주의의 수준과 인권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표본이다.

금쪽같은 국가재정을 쏟아 부어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고 강변의 사유지를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여 난도질하는 '4대강사업', 치명적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전 증설과 원자력 플랜트 수출 정책을 밀어붙이는 원자력 건설 사업을 '녹색성장'의 주축 사업으로 둔갑시킨다.

지난 6월 한국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행사에서는, 넋 나간 오이시디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은 이런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녹색성장의 아버지로 불러야 한다"며 성난 이 땅의 진정한 생태주의자들의 가슴에 염장을 질렀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독일은 지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7기 중 8기를 폐쇄하기로 하고, 나머지 9기는 단계적으로 폐쇄하여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10년 뒤면 독일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원전이 완전히 폐쇄되는 2022년에 한국의 원전은 지금의 21기에서 30기로 늘어나, 이런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거의 40기가 될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0년 전력 소비의 6%를 차지하던 대체에너지가 2010년에 18%로 증가했고, 2050년에는 80%로 늘어난다. 한국에서는 2000년이나 2010년 모두 대체에너지 비중이 1% 정도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도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각성하기 시작했고, 여론의 급변으로 야마구치, 후쿠이 현 지사들이 탈 원전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도 지난 5월 초 하마오카 원전 가동중단 결정을 내린 데 이어 2030년까지 원전 14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어서 핵재처리 계획 중단, 전력회사의 송전과 발전의 분리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 원료인 우라늄도 머지않아 고갈된다. 2050년이면 값싼 우라늄은 사라지고, 우리는 국내의 대부분의 전기를 생산하는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값비싼 우라늄을 구입해야 할 것이고, 가정과 기업의 전기료는 상승하여 가계 부담과 기업의 생산원가는 높아져 산업경쟁력은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원자력을 고집할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대규모 수력과 화력,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은 생태계에 아무런 해악도 없이 무진장으로 제공되는 자연 에너지인 태양과 바람과 물뿐이다. 화산과 지진이 많은 일본과 같은 나라는 지열도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생태주의자인 나는 오래 전부터 상상해 왔다.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나 철길 주변에 태양열과 풍력을 동시에 활용하여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대체에너지 발전시설을 건설하고, 동시에 작은 마을단위에는 에너지 자급마을을 만들자는 주장을 줄곧 해온 것이다. 발상을 전환하면 꿈은 현실이 된다.

그리고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을 주목하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고향에 정착하여 생태주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오다 그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이후, 생전의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던 참모들이 '봉하재단'을 만들어 지금도 대통령의 뜻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유기농 쌀인 '봉하오리쌀'의 생산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업들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 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봉하마을을 태양력과 풍력이 어우러진 '에너지 자급마을'로 만들기를 제안한다. 또 대통령의 묘소 뒤 연못의 물을 활용하면 물레방아를 돌려 소규모 수력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매일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등을 생산하여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나 참배객들이 머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추억을 체험하고 사고파는 자립하는 생태마을', '생태주의 국민학습장'으로서의 모델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인근의 화포늪은 개발하고 보존하기에 따라서는 멋진 '자연생태체험 학습장'으로 만들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용 폐기되어 방치된 마을 인근 구 경전선 철로는 시민들을 위한 자전거도로나 올레길로 조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봉하재단'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인 경상남도와 김해시가 여러 가지 재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봉하마을'은 명실상부한 생태주의마을의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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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jpg
#생태주의 #녹색성장 #녹색성장의 아버지 #이명박 #에너지 자급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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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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