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당' 돼도, 계파정치는 '난공불락'

친박 지원 유승민에 집중..."계파활동 불이익" 홍준표와 신경전 시작

등록 2011.07.05 18:08수정 2011.07.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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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1월, 당시 친박(박근혜게)의 핵심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명박 계보에 밀렸다"며 "우리나라 정당사에 당대표가 계보 정치에 밀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었다. 당대표는 박근혜지만 대선 가능성이 높은 이명박 시장 계보에게 당이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5년 6개월 뒤인 이번 7·4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는 다시 실질적인 한나라당의 주인으로 올라섰다. 스스로를 '박근혜 보완재'라고 말한 홍준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됐고, 핵심 중 핵심인 유승민 의원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도 그와 각을 세우기를 꺼려하고, 황우여 원내대표나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친박 이거나 최소한 박 전 대표에 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같은 모습은 지난 4년간 한나라당을 무기력하게 만든, 결정적 내부 요인인 '계파정치'가 주인만 바뀐 채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선거내내 계파선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친이계는 물밑 움직임이 많았던 데 비해 공개적으로는 그를 지원한다고 나서지 못했다. 당을 망친 친이계가 또 작당해서 당을 망친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승민, 친박 지원 아래 낮은 인지도 당심으로 돌파...영남에서 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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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남소연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친박(박근혜계)은 확실한 계파선거를 했다. 친박은 처음부터 유승민 최고위원을 '친박단일후보'라고 명명했고, 본인 역시 시종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친박의 두 번째 표를 받는데 바빴을 뿐 한마디 비판도 하지 못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유 최고위원과 권영세 의원 지지를 공개 선언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친이쪽 외곽단체가 원 최고위원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면 발생했을 상황은 어렵지 않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이같은 계파지원은 선거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유 최고위원은  국민여론조사에서 최고위원 당선자 5인 중 9.5%로 최하위였다. 그러나 70%가 반영된 선거인단 투표(대의원 투표 포함)에서 2만 9310표(25.6%)로 1위를 차지한 홍준표 대표에게 불과 2151표 뒤진 2만 7519표(24.1%)를 얻으면서 상황을 일거에 만회했다. 친이계의 지원을 받았다는 원희룡 최고위원도 5천여 표 차로 앞질렀다. 선거내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던 인지도를 '당심'으로 돌파해 버린 것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2위 당선은 이같은 계파의 조직적 지원과 함께 영남의 지지도 큰 몫을 했다. 그는 그와 박근혜 전 대표의 출신지인 대구경북 등 영남에서 몰표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세가 정해진 3일 선거인단 투표 때 경북이 42.1%로 16개 광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40%를 넘으면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어 대구(39.4%), 부산(36.6%), 경남(33.8%), 울산(31.6%) 등 영남지역의 투표율이 높은 반면 서울은 24.9%, 경기는 20%에 불과했다.

 

다른 대부분 후보들이 수도권 출신인데 비해 대구 출신인 그와 지역구는 서울이지만 경남 창녕 출신으로 고등학교까지 대구에서 나온 홍준표 대표가 이 표를 양분한 것으로 분석된다(물론, 3일 중부권 폭우로 서울과 경기지역 투표율이 낮아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같은 조직적 지원과 그의 예상밖의 '친서민 복지정책' 강조가 판을 흔들면서 2위 당선이라는 본인도 예상 못한 이변을 만들어낸 것이다.

 

"계파+지역주의 정치가 이변 낳아...친박의 난공불락화는 간과"

 

나경원 최고위원은 5일, 새 지도부 출범 뒤 첫 최고위원회에서 "전대에서 계파가 엷어졌다는 평가와 짙어졌다는 평가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친이계는 약화되고 친박계는 결집했다는 의미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반드시 끊어야 할 두 가지 사슬인 계파정치와 지역주의 정치가 결합되면서 엄청난 이변을 낳았다"고 진단하면서 "언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각이 친이계 몰락은 강조하고 있지만 친박계가 난공불락이 되고 있는 상황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균형이 아니라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면서 "이는 친이계가 결사적으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다시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의 향후 행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친박의 완승'이 주인만 바뀐 채, 계파정치라는 한나라당의 고질적 딜레마를 온존·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계파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은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흑석동 국립현충원 참배에 앞서 최고위원들과 한 약식간담회에서 "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 결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최고위원이 참배뒤 기자들에게 "친이, 친박 활동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친이 #친박 #박근혜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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