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찌든 잔차족 환영하는 카페라고요?

서울 한강가의 자전거 카페를 소개합니다

등록 2011.07.09 11:50수정 2011.07.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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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는 출퇴근길이나 여행길, 나들이길에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과 함께 더위도 식힐 겸 잠시 쉬고 싶어 가까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페달질로 인한 열기에 달아올라 땀과 함께 불콰해진 얼굴로 카페에 들어가기도 민망하거니와 무엇보다 밖에 묶어 놓았다가 혹시나 발생할 자전거 도난에 대한 걱정때문이다. 오죽하면 '나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내 자전거가 아니라고 생각하라'는 자전거계의 명언이 다 있을 정도이니까.

요즘 동네마다 크고 작은 자전거숍은 많아 졌지만 대부분 자전거 판매와 정비를 위한 곳일 뿐 손님들은 잠시 앉아있을 자리도 없다. 애마 자전거의 도난에 대한 시름에서 벗어나 진한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가게에 비치된 자전거 잡지나 여행관련 책도 읽고 자전거 타고 온 사람들끼리 서로의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사는 서울의 한강가에 그런 꿈 같은 이야기를 실현한 자전거 카페가 있다니 반가운 마음에 열일을 제치고 자전거와 대동하여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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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카페답게 실내에는 자전거와 관련 악세사리들이 인테리어를 겸하고 있다. ⓒ 김종성


자전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카페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 마포구 상수 나들목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6호선 전철 상수역 옆에 아담한 '벨로카페(www.velocafe.co.kr)'가 보인다. 자전거족에게 '벨로'는 익숙한 단어인데 프랑스말로 자전거라고 한다. 다부지게 생긴 카페의 주인장은 얘기를 나눠보니 한국 1세대 MTB 선수 출신으로 매달 나도 보는 자전거 잡지에 칼럼을 쓰는 자전거 전문가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큰 잔에 넉넉히 채워주는 카페의 안주인도 예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자전거족.

카페 쥔장이 이런 자전거 카페를 처음 본 곳은 독일에서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듯이 자전거에 대한 궁금증이나 상담을 하는데 자전거인들이 늘어나는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겠다 싶어 차렸다고. 공감하는 것이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고치러 가는 게 아닌 이상 자전거숍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힘들긴 하다. 예쁜 자전거 용품들과 함께 주인장 부부가 타고 다니는 여러대의 자전거가 인테리어를 대신해 꾸며진 아담한 카페엔 자전거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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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잡지와 자전거 여행 관련 책들이 비치돼 있어 자전거인들에겐 북카페 같은 곳 ⓒ 김종성


카페 창밖엔 자전거를 세워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있고 펌프는 물론 자전거 펑크가 났을때 쓰는 정비 패치 같은 간단한 공구도 있다. 요즘은 자전거도 인터넷에서 많이들 구입하는데 제대로 조립이 되지 않은 자전거가 와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런 자전거 또한 무상으로 세팅을 해주신다니 20년 경력의 전문가답게 자전거인들에 대한 배려가 세심하다.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는 자전거 잡지와 여행 관련 책들이 많아 북카페에 온 것 같아 좋다.

가까이에 대학가(홍익대)가 있어서 그런지 알록달록 생김새도 다양한 자전거를 탄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초면이지만 손님들끼리 서로의 자전거에 대해 호기심으로 물어보기도 하며 말을 트기도 한다. 사람사이의 벽을 쉽게 허물어 주는 자전거가 가진 매력이다. 무던히도 더운날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두고 자전거 여행 책을 읽으며 여유를 누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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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교 위에 있는 카페 레인보우는 한강 전망대 같아 저녁때 가면 더욱 좋다. ⓒ 김종성


한강의 야경이 멋진 전망대 카페 레인보우

요즘처럼 더운 여름 날 잠 못 이루는 밤엔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쐬며 한강가를 달리면 짜릿하기도 하고 속시원한게 참 좋다. 성산대교, 양화대교, 한강대교... 그렇게 한강가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지나치는 한강 다리들 위에는 전망좋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야경이 멋져서 저녁에 찾아가면 더욱 좋은 한강 다리위의 카페중에 자전거인들을 위해 애마를 따로 보관해 주는 카페가 있다.


한남대교 남단에 있는 카페 레인보우는 한강다리위의 카페들중 유일하게 자전거 콘셉트의 카페이자 한강의 조망까지 즐길 수 있는 카페로 특히 저녁에 가면 도시적이고 시원한 야경이 맞아준다. 한강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한남대교 밑의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카페까지 바로 올라간다. 자전거와 같이 불쑥 카페에 들어서도 직원이나 손님들 모두 익숙한 표정들이다. 

카페 바로 옆에 펌프, 자전거 응급처지 도구들과 보관소가 있어서 마음놓고 카페에 앉아 커다란 창밖의 한강주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낮에도 좋지만 저녁시간대의 명품 조망에도 불구하고 커피와 음료수값이 3천원대이고, 메뉴에 보이는 막걸리 칵테일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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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인들을 안심시켜 편안하게 해주는 카페앞의 이국적인 전경 ⓒ 김종성


자전거 라이딩의 간이역 같은 카페

서울 광진구와 강동구를 잇는 한강의 걷고 싶은 다리 광진교 남단의 한강가에 위치한 자전거 카페 벨로마노 (www.velomano.com). 마노는 손을 뜻하는 이태리말로 도움의 의미란다. 자전거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30대의 젊은 주인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자전거 전문 카페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외관부터가 남다르다. 현관 천장 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자전거들과 카페 밖에 세련되게 마련되어 있는 자전거 거치대, 야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유럽의 어느 한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모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주인장의 높은 안목을 느끼게 한다. 입구 왼쪽에 자리 잡은 자전거 수리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다가 갑작스런 고장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 아주 요긴한 곳이겠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연장에서 뒷사람을 생각한 앞 사용자의 배려가 느껴진다. 가까운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진행하는 스포츠·문화 강좌 프로그램의 하나인 바리스타 과정이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다니 커피맛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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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안에 걸려있는 주인장의 애마 자전거를 일반 손님들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 김종성


자전거 안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헬맷을 쓰고 온 손님들에게 커피나 음료값을 할인해주는 주인장의 자전거 사랑 마음도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은 어떤 여자 손님과 얘기를 나누다가 가까이에 있는 한강 다리인 광진교를 갔다와보라고 선뜻 주인장의 애마 자전거중 하나를 빌려준다. 그러고보니 카페 부근에 자전거를 타고 가볼만한 곳들이 많다.

한강에서 가장 친인간적인 다리인 광진교와 계절마다 유채꽃, 코스모스꽃이 만발하는 드넓은 구리한강공원, 서울의 센트럴파크 올림픽공원과 더 멀리 미사리까지 한강자전거도로를 따라 하루 여행으로도 좋은 자전거 여행지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다. 자전거 타는 날 오며가며 쉬어갈 수 있는 이런 자전거 여행의 간이역 같은 카페들이 있어 무더운 여름날에도 자전거 타기가 즐겁다.
#자전거카페 #벨로카페 #카페 레인보우 #벨로마노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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