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경찰과의 충돌 이후 '수배' 중인 유성기업 노조간부 2명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홍현진
파란 천막 안은 뜨거웠다. 스티로폼 위로 은박 돗자리까지 깔았지만 달궈질 대로 달궈진 땅의 열기는 피할 수 없었다. 유성기업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와 노조 조합원 전원 일괄복귀를 요구하며 조계사 한 켠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7일째 되는 지난 5일. 마침 공양시간이라 천막 안으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천막 밖은 목탁 두드리는 소리, 불경 외는 소리, 신도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 등으로 분주했다.
이구영(41) 유성기업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영동지회장과 엄기한(43) 아산부지회장. 두 노조간부는 현재 수배 중이다. 지난 6월 22일 노조가 공장 정문 앞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은 이후, 경찰 측은 이 영동지회장과 엄 아산부지회장을 비롯한 유성기업 노조 관계자 총 5명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
지난 6월 30일에는 앞서 법원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2명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여 이들을 구속했다. 지난달 22일 충돌로 발생한 경찰 측 부상자는 100여 명. 경찰은 수사를 통해 드러난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노사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단호하게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두 노조간부가 아산공장을 떠나 지난 6월 29일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것은 '피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성기업 사태를 보다 중앙에서 알리기 위해서기도 하다. 이 지회장은 "어제도 밤 늦게까지 인터뷰를 하고, 연대하러 온 시민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배고프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는 "견딜 만하다"고 대답했던 이 지회장은 조금 있다가 "먹고 싶은 게 많다, 누워 있으면 음식 생각이 난다"며 웃었다. 엄 지회장은 연신 물을 들이켰다.
지난 5월 18일 유성기업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지 50여 일. 이날 천막 농성장에는 이 지회장과 엄 부지회장 외에도 이들을 '수행'하는 두 명의 조합원이 함께 있었다. 사복경찰 때문에 화장실에 갈 때도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단다.
"'진정성'없다고 일괄복귀 안 돼? 노조 없애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