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에 26명... 농촌 고등학교에 미래는 없다

[주장] 농촌 고등학교의 신입생 유치 고민...근본적인 대책 필요

등록 2011.07.06 13:55수정 2011.07.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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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 이유가 없다. 아니 존재할 수도 없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농촌 고등학교의 입학 정원이 줄고 있다. 최근에는 체감비율이 늘어 이제는 학급 자체가 줄어드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급당 정원을 꾸준하게 줄여왔음에도 그 인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이제 이 문제는 학급 정원 조절로 풀릴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는 면 소재지에 있다. 우리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거주지는 본교 주위의 3개 면 지역이고, 면마다 한 개의 중학교가 있다. 그 3개 중학교의 2011년 현재 3학년 재학생 수는 Y중 43명(본교 소재 면 지역 위치), M중 6명, S중 30명이다.

전체 79명인데 이 중에서 2012년 본교에 진학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학생이 2011년 6월 현재 15~16명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1년 본교 1학년 재학생은 26명뿐인데 2010년 Y, M, S중학교 전체 3학년 숫자는 74명이었다.

a 표1 본교 년도별 1학년 학생의 수

표1 본교 년도별 1학년 학생의 수 ⓒ 김준식


농촌에 살고 있는 중3 학부모는 아이가 최소한의 가능성만 있으면 시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시킨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시 지역 학교에 다니면 좀 더 공부를 잘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본교보다는 시 지역 학교가 더 좋을 것이라는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가 크다.

더불어 현행 고교 입시가 중학교 내신 성적으로만 결정되기 때문에 학생 수가 매우 적은 농촌 중학교에서는 시 지역 중학교에서보다 내신 성적을 잘 받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시 지역 고교 합격가능선인 전체 72%(2010년 기준)를 초과하지 않으면 일단 시 지역 학교로 진학시키고 보는 실정이다.

2011년 79명의 중 3학생 중 본교에 지원의사를 밝힌 15~16명은 2010년 기준으로 내신등급 72%를 초과하는 학생들일 가능성이 많다. 100명 가운데 72등 이하의 학생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력 수준이 낮다. 따라서 수학, 영어의 기초가 없고 어떤 경우에는 한글 해독만 겨우 되는 학생도 입학한다. 이 학생들을 이끌고 3년을 보낸 후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학부모, 교육청, 지역주민, 외부 인사들은 입학자원과 관계없이 대학입시의 결과만을 본다. 그러니 본교는 해마다 대학 진학, 그것도 좋은 대학 진학 실적이 떨어지게 되고 학교의 평가는 좋아지지 않는다. 결과지상주의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을 몰라주는 아쉬움도 분명히 본교 교사들에게는 있다.


해마다 커져가는 위기의식...장학금 지급만이 해답인가

농촌의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늘어나는 것은 노인인구뿐이다. 통계도 그렇지만 체감은 더욱 절실하다. 본교가 소재하고 있는 면 지역만 하더라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고등학생을 둔 부모의 연령대는 대개 50대 중반 이전이라고 가정한다면,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미 대부분 농촌을 떠나버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공립학교는 교사들이 5년의 기한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5년 뒤 도시 학교로 전출되면 농촌 상황은 또 남의 일이 된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의 유무와 관계없이 농촌의 인구는 줄고 그 농촌 학교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될 것이다.

a 표2 최근 10년간 본교 소재 면지역 인구의 추이

표2 최근 10년간 본교 소재 면지역 인구의 추이 ⓒ 김준식


우리 지역 농촌 고등학교 중 사립 고등학교인 S고등학교는 몇 년 전부터 재단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여 2011년 대학입시에서 흔히 말하는 서울의 명문대학에 서너 명을 입학시켰다. 그 투자는 학생장학금이었고 농촌에 살면서 형편이 어려워 시 지역으로 나가 공부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이 장학금은 지급되었다. 장학금을 받은 그 학생들은 열심히 3년을 보낸 결과 그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학교, 역시 사립 고등학교인 Y고등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선정한 기숙형 고교에 선정되어 2011학년도 입학생부터는 기숙사 생활이 가능해지는 만큼 농촌고등학교의 원거리 통학문제와 학습효율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두 학교는 2011년 신입생 전형결과 탈락자가 생기고 성적 또한 시 지역의 입학생과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면 이러한 고등학교의 노력이 우리 지역, 넓게는 전체 농촌 고등학교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인데,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먼저 공립 고등학교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위에서 말한 사립고등학교들처럼 투자의 규모가 크지 않고 그 또한 매우 일률적이다. 다른 고등학교와 차등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농촌 고등학교)에만 편중되게 예산을 집행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위 두 사립고등학교의 시도가 다른 학교의 운영에 중요한 자극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학생 유치 활동이 양적인 것에서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예이다. 이런 노력들은 농촌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농촌 고등학교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개 면내 초등학생 350여명뿐... 미래는 더 어둡다 

이러한 학교의 노력으로 학생들의 수급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 문제는 몇 학교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현재 초등학교 학생 수를 통해 할 수 있다. 2012년 이후에는 M초등과 W초등은 통폐합될 것이라고 한다.

a 표3 2011년 현재 관내 초등학교 학생 수

표3 2011년 현재 관내 초등학교 학생 수 ⓒ 김준식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데 9년이 걸린다. 9년 후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39명 중 대부분은 시 지역으로 진학하고, 농촌에 남는 학생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본교는 폐교의 위기상황에 놓일 것이다. 현재의 상황와 같다면 유입인구가 있을 리 없다. 농촌인구 유입에 대한 아무런 매력적인 조건도 농촌에는 없다. 따라서 농촌인구의 감소는 점차적으로 가속화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다면 현재 농촌에 대한 정부 또는 정책입안자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농촌을 살리는 것이야 말로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이다. 특정 산업 중심의 정부정책과 지나친 무역 및 금융 중심 산업구조에서 초래된 농촌의 풍경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임기응변적인 농업정책이 가져오는 농촌의 피폐함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농촌은 이 땅 모든 사람의 생명의 원천이다. 농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도시가 있을 수 없고 또 농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경제도 없다. 현재의 농촌 사정이라면 짧게는 10~20년 길게는 40~50년 후에는 농촌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고 말 것이다. 농촌의 몰락은 곧 도시의 몰락이고 동시에 경제구조의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농촌, 농촌 학교를 살려야 되는 것이다.

농촌을 살리는 길은 농촌 학교를 살리는 길이요, 농촌 학교를 살리면 역시 농촌도 건재하게 될 것이다. 근원적인 농촌대책과 실행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김준식 기자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준식 기자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농촌고등학교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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