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녀의 51번째 생일입니다

고공농성 183일째 맞은 한진중공업 김진숙을 생각하며

등록 2011.07.07 15:18수정 2011.07.0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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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얼핏 보면 성인 남성의 키를 나타낼 수도 있는 이 숫자는 다름 아닌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서 농성을 시작한 이후 지난 일 수이다.

그녀가 왜 거기에 올라가야만 했는지, 그녀가 어떠한 일생을 보내왔는 지는 그동안 언론 및 블로그 등을 통해 적지 않은 부분이 알려져왔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사태가 타결이 되면 그녀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사타결이 이뤄진 이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타워크레인 위에 있으며 내려오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곳에 올라간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었던 '해고자복직'이 노사타결안엔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떤 마음과 용기로 그 곳에 올라갔을까. 공사현장을 봤던 사람이라면, 타워크레인을 올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 곳에 올라가서 난간을 잡고 아래로 바라다보는 느낌은 어떨까.

기자는 타워크레인보다는 훨씬 안전한 아파트 15층의 복도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보기만 해도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환한 대낮에 어차피 떨어지면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종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올라가도 타워크레인 꼭대기는 무서운 곳일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전기마저 끊긴 그곳에서 183일째 밤에도 경찰이 들이닥칠까 걱정되어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있다.

그녀의 이익을 위해 그곳에 올라갔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아마 이렇게 부당하게 정리해고가 되는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더 많은 곳에서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게 될 세상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며 정리해고의 칼을 빼내어 들고 그 다음 날 주주배당금으로 잔치를 벌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당장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회사에서 도대체 그 많은 액수의 배당금은 어디서 튀어나올 수 있었을까.

배당을 할 수 있을 만큼 이익이 발생한 것이든, 정리해고로 발생할 만큼의 임금 감액분으로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든, 이도 저도 아니라 적자인데도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든 간에 이 회사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경영은 노동자가 하는가 경영인이 하는가. 그런데 책임은 왜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인가. 그리고 노동자는 그저 남의 돈 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회사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지만, 이것은 정말 아니다. 경영을 잘해서 수익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결국 일은 누가 하느냔 말이다. 그 회사의 노동자 또한 회사의 이익에 기여를 한 바는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회사에 이익이 많이 발생할 때엔 노동자에게 그만큼 몫이 더 돌아가지 않고, 반대로 회사에 손실이 많이 발생할 때엔 노동자가 가장 먼저 퇴출이 되는 이러한 구조는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녀는 이런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그곳에 올라갔을 것이고 183일째 그곳에 있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공간 마저 끊어진 전기로 인해 빼앗겨버렸다.

무엇이 두려워 전기까지 끊어야만 했을까? 그녀가 불법을 저지르고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그녀의 세상 소통을 막아야 할 아무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 찍는 시민들을 저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정에 발표한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모든 언론의 관심이 평창으로 쏠려 있고 평창과 김연아의 기사가 전 매체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어차피 한진중공업 사태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언론들이었지만 이제 작던 관심마저 희미해지려고 하고 있다.

183일째 고공크레인 위에서 이어지고 있는 그녀의 사투. 오늘은 그녀의 51번째 생일이다.
2011.07.07 15:18ⓒ 2011 OhmyNews
#한진중공업 #김진숙 #한진중사태 #고공크레인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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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연호 기자님의 특강을 듣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씀에 깊은 공감을 하였습니다 저 또한 각종 사회 현안과 이슈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혼자만의 생각에 그칠 것이 아닌,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또 의견교환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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