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때문에 기업하기 힘들다고?

낮은 최저임금 현실화 필요... 헌법대로 인간 존엄성 보장해야

등록 2011.07.11 20:24수정 2011.07.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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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 의결하여 다음 년도에 적용하게 될 노동자들의 시간 당 최저임금을 해마다 8월 5일까지 결정하여야 한다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이에 따라 2012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심의가 진행되었지만 파행을 거듭하며 의결을 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 9인과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9인, 그리고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9인 등 27인으로 이루어져 있다(최저임금법 제14조 제1항). 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시켜야 하는 위원회의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도대체 최저임금이 무엇이기에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뉴스를 장식하고 몇십 원에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충돌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쪽에서는 생존조차 힘들다며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다른 편에서는 최저임금때문에 기업을 운영하기 힘들고 국가경제까지 어려워진다며 노동자들을 제 뱃속만 채우려는 몰염치한 사람들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언론 역시 노동자의 입장을 보도하는 측과 기업 측을 대변하는 쪽으로 나뉘어 일반 국민이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국가경제 발전의 밑거름

최저임금법은 그 목적(제1조)에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최저임금이 보장되어야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과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바에 따르면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보장받는 것이야말로 최종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과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언론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일삼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편에 서서 국민의 눈을 가리는 변함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최저임금의 개념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그 해설에 이르러서는 최저임금 무용론에 가까운 왜곡된 설명을 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된 노동자의 임금이 생존임금(subsistence wage)과 생활임금(living wage)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때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최저임금을 정해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제도다."- <경제학원론>, 조순·정운찬·전성인·김영식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는 허구적 논리의 모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는 허구적 논리의 모순김상봉
그래프를 예로 들면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3000원일 때 기업은 24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임으로써 균형점 E에서 만나게 되어 적정한 최저임금 3000원이 형성되었음에도 국가가 개입하여 최저임금을 4300원으로 상향 조정함으로 인해 비용 상승에 직면한 기업의 노동자를 고용하겠다는 의사인 수요는 200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소득의 증가를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의사인 공급은 2800만 명으로 늘어나게 되어 위 그래프 상의 (ㄱ) 만큼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어 결국 800만 명의 실업자를 만들게 되니 노동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제도가 결국은 노동자를 실업의 길로 내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의 최저임금은 균형점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800만 명은 법정최저임금 이하를 받고도 고용될 의사가 있기 때문에 결국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어려운 곳에서 직장을 구하게 될 것이고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는 직장을 잃게 될 것이므로 저기능, 저임금 노동자의 복지 향상을 위하기 위한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최저임금제도에 관한 설명이라기 보다는 최저임금제도 무용론에 가깝다. 국가가 저임금의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제도 때문에 가진 기술이 없어 낮은 임금이라도 받아 목구멍에 풀칠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게 되므로 전혀 쓸모 없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과연 그럴까? 최저임금에 관한 정의를 다시 보면 그 주장이 모순 덩어리임을 알 수 있다.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시장논리에 의해 가격(즉 임금)이 자유롭게 결정되고 있는지 조금만 살펴 보면 그 허구성을 알게 된다. 시장논리에 의하면 상품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흥정을 하게 된다. 그 흥정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거래 일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흥정이 시작되면 판매자는 물건의 가격을 부른다. 이에 구매자는 가격의 인하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은 중간 지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됨으로써 거래가 성립된다. 위 그래프에서는 그 중간지점의 가격이 균형점 E이고 최저임금은 균형점 위에서 결정된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며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은 균형점 E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 전제가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에서는 이러한 거래 또는 흥정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임금인 상품 가격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판매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인 기업이 이미 정해놓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또는 일당)이 시장원리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되지 않고 있음은 직접 인력 시장에 나가보지 않더라도 인터넷의 구직·구인 사이트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사지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기업과 정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으로 그 지위를 바꿔버림으로써 고용불안은 물론이고 임금에 있어서도 가만히 앉아서 절반 가까이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게 시작된 회오리는 지금까지 이어져 800만을 넘어 1000만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금융위기는 모두 기업의 잘못과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고통의 분담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고통은 아무 잘못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어 왔다. 임금을 받아 가족과 생활해야 하는 노동자들로서는 실질적인 임금의 삭감은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기회 삼아 낮은 가격에 임금을 결정한 기업들의 행태가 태풍이나 이상기온에 따라 농축산물을 사재기 해 놓았다가 비싼 가격에 시장에 내 놓으려는 비 양심적인 장사꾼의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결정된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도 어긋나고 경제 민주화에도 위해를 끼치게 되므로 국가가 나서서 단속을 하지 않는가?

결국 노동시장에서 수용의 독점(비정규직 양산, 구조조정, 노조탄압 등)은 물난리 때 사재기 해서 나중에 비싼 값에 팔아 이득을 챙기는 시장질서 문란 행위와 다르지 않다. 독점과 과점의 피해 역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며 국가 경제질서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률 등의 여러 장치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가? 기업프렌들리를 외치며 기업이 먼저 잘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 정부가, 근로조건을 적용받게 되는 가장 강력한 규범인 단체협약의 체결권자인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통해 이미 손발을 묶어버린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노동자와 기업간의 자유로운 흥정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설명은 궤변을 넘어 거짓에 다름 아니다.

편파적 개입에 의해 왜곡된 임금 결정

정부의 강력한 기업 위주의 정책과 노동자의 권리 획득을 억압하는 정부의 기업 편들기 역 시장개입 정책으로 기업의 일상적이고 거대한 노동수요의 독점이 지속됨으로 인해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의한 임금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E점이 시장가격의 균형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 나라의 노동환경에서 E점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에 의해 형성된 균형가격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고 손발을 묶은 채 결정된 임금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균형점 E (3천원) 보다 위에 (4천3백원)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은 균형점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미 그 존재의 의미를 잃은지 오래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 짓는 규범은 노동 관련 법률과 취업규칙, 그리고 단체협약이 있다. 유리한 규범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노동관련 규범의 특징 상 여러 가지 기준들 중에서 노동자가 흥정을 통해 유리한 기준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단체협약이다. 이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자단체 (즉 노동조합)가 자율에 의해 어떤 수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근로조건을 향상 시킬수 있으므로 취업규칙과 법률보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가까이 서 있다. 그러므로 기업과 정부는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통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정한 거래에 의한 임금의 결정을 방해하고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억누르는 정부는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뇌까리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해치고 있는 주범에 다름 아니다.

OECD 기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가 적정 최저임금?

 OECD 평균과 각국의 사회임금의 비중
OECD 평균과 각국의 사회임금의 비중김상봉
최저임금액의 결정에 대해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50% 내지는 60%선에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OECD나 EU의 경우를 예로 들며 그 정도는 되어야 생존을 위한 최저한의 임금이 보장된다는 논리로 보이며 객관적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이 논리의 헛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근거로 드는 OECD나 EU에 속한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사회임금제도가 발달한 나라들이다.

사회임금이란 실업급여,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등 국민이 사회적으로 얻는 복지혜택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2009.4.16 서울신문 기사 참조). 다시 말해 사회보장제도의 발달로 인해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 개인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있는 사회와 우리처럼 사회적 비용도 개인이 받은 임금에서 쪼개어 지출해야 하는 경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밖에 없다. 200만원의 임금을 받아 모두 개인적 지출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와 200만원 중에서 노후, 의료, 주택, 교육 등을 쪼개어 지출해야 하는 노동자가 같을수는 없다. 5,410원의 최저임금 즉 한달에 113만여원을 받아야 하는 기준이 OECD 등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그 기준 자체를 설정하는데 헛발을 디딘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

우리 헌법 제32조는 국가가 국민의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는 이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최저임금의 인상이 전체 경제를 어렵게 만들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논리를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억제하는 등 노동자의 생존권을 볼모로 경제가 발전해 왔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보장해 줌으로 인해 사회의 안정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이룰수 있다는 헌법 정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선심 쓰듯이 던져주는 밥그릇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건전하고 튼튼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토대의 기능을 하는 것에 최저임금 현실화의 의미가 있다.
#최저임금 #노동수요 #시장경제 #경제학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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