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아저씨, '변호사' 오세훈 시장 이겼다

[인터뷰] 명예훼손 무죄 확정판결 받은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상인협의회 이사장

등록 2011.07.13 14:36수정 2011.07.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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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인대 전국 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이 서울시 중구 소공동 지하상가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에서 도자기를 포장하고 있다. ⓒ 홍현진


지하상가 상인이 '변호사' 출신 오세훈 서울시장을 '법'으로 이겼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서울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인대(58) 전국지하도상가상인협의회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소송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정 이사장은 2008년 4월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임대차 계약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하려 하자 '오 시장이 자신과 유착되어있는 대기업들에 특혜를 주려고 계약방식을 변경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16차례에 걸쳐 반대집회를 열고 일간지에 비난 광고를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특별시와 오세훈, 두 원고는 정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각각 30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형사는 정 이사장의 승소로 최종 판결이 났고, 민사는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명예훼손'으로 서울특별시·오세훈에 민·형사상 고소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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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대 전국 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 ⓒ 홍현진

12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소공동 지하상가를 찾았다. 양 옆으로 늘어선 100개가 넘는 매장은 비 내리는 평일 오후라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정인대 이사장은 이곳 소공동 '77번(각 매장마다 번호가 붙어있다)' 상가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매장에는 고급스러워보이는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 이사장은 "만날 일이 있어서 가게를 비우다 보니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3년째 이어진 소송에서 이긴 정 이사장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소송이 제기된 배경이 뭔가. 
"이 싸움은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때부터 시작된 거다. 이 소공동 지하도 상가는 1976년도에 오픈해서 1996년도에 20년 기부채납이 끝났다. 6년 후인 2002년, 서울시가 그동안 장사하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나가라 그러는 거다. 상인들이 반발하니까 이명박 시장이 딜을 했다. 5년 동안 수의계약을 해주는 대신 임대료를 100~200% 올리는 걸로. 5년 수의계약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조례가 개정된 게 2003년도 4월이다. 그리고 5년째 되는 2008년, 오세훈 시장이 임대차 계약 방식을 기존의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9개 상가, 2900개 가까이 되는 점포에 명도소송을 걸었다. 나가라는 거다. 


여기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 이야기가 나왔다. 증거물이 다 있다. 신세계 백화점 직원이 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에서 '대외비'로 작성한 문건을 들고 회현동 지하상가 현황을 조사하다 상인들한테 발각된 거라든지, 지하상가 관리업체 D실업 사장이 신년사에서 '서울시 지하도상가의 민간위탁 운영방침 변경은 우리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고 한 거라든지. 그때 우리(상인연합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무원 직무집행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서울시랑 오세훈 시장도 나를 맞고소했다. 형사소송을 보면 혐의가 명예훼손, 모욕죄,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네 가지나 된다. 서울시야 그렇다 치고, 오세훈 시장 개인이름으로 건 소송비용은 누가 냈는지 모르겠다."

- 최종 무죄 판결났을 때 어땠나.
"2심에서 이미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은 안 했다. 형사 소송 같은 경우 1심에서 서울시에 대해서는 무죄, 오세훈 시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서 벌금 500만원 판결을 받았었다. 그런데 2심에서 오세훈 시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이 난 거다. 그때 판결문이 진짜 명문이었다.

(두툼한 재판관련 서류봉투를 꺼내더니 판결문 보여주며) 맨 마지막에 이 판사가 뭐라고 했느냐 하면, '오세훈 시장에 대한 피고의 각 발언은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졌고, 일부 허위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오세훈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취지였다'. 비록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오기는 했지만, 법원에서는 정인대가 말하는 '정경유착'이라는 게 일리가 있다고 본 거다. 신뢰할 만하다는 거다."

"법 안다는 사람이 개구리한테 돌 던지듯 시민 봉쇄소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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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결문. ⓒ 홍현진

- 민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심에서 서울시와 오세훈에게 각각 500만 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나도, 서울시도 항소했다. 서울시는 배상액이 너무 적다고.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곧 2심도 속개될 예정인데, 아무래도 우리 쪽에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 서울시로부터 민·형사 소송, 압박감 크지 않았나.
"시달렸죠.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게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 아니었겠나. 요즘 봉쇄소송이라는 게 있다. 시민들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거는. 얼마 전에 하이서울 페스티벌 사건만 해도 그렇다. 단순 가담한 사람들한테도 몇 천 만원씩 민사소송을 걸어 버리니 황당한 거다.

개구리한테 돌 던지는 것처럼 소송을 거는 거다. 서울시는 나를 타깃으로 삼은 거고. 대법원에서 딱 끝나니까 서울시는 이런 심정일 거다. '밑져야 본전'. 돌 던 져서 맞히면 잘 한 거고, 안 맞고 피하면 네(시민) 운이 좋은 거고. 나라고 가만 있겠나. 그동안 선량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해서 민형사상으로 법을 남용한 것에 대해서 손해배상 소송 검토할 거다."

- 하이서울페스티벌 방해했다고 2억 원 연대배상 판결 받은 분들 보니까 압박감이 크더라.
"돌 맞은 개구리지. 그걸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나서지 말아야지' 이렇게 된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거다. 서울시가 영세서민들 압박하기 위해서 때려잡기 식으로 소송을 걸면 되나. 더군다나 법을 전공했다는 오세훈 시장이 어떻게 그렇게 법의 나쁜 점을 악용한. 난 그것에 분개한다. 모르는 사람이 하면 무식해서라지만 아는 사람이 한다면 악용하는 거다. 그리고 시장이 시민하고 대화로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안 되면 법으로? 그러면 안 된다."

- 오세훈 시장과 직접 만난 적은 있나?
"2008년도 8월 달에 한 번 만나서 협상하고 결렬된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시장과 간담회가 있었는데 우리는 3명이 들어갔는데 서울시는 30명이 들어왔더라. 옛날에 이명박 시장 만날 때면 우리가 3명 들어가니까 그 쪽에서도 3명이 나오던데, 오세훈 시장은 젊은 사람이 공무원 30명 데리고 나와서 위압적으로 나오더라. 말하는 것도 훈계식으로 하고. 그래서 나도 말하는 중에 흥분해서 '오세훈 시장, 당신 파렴치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 시장이 얼굴이 파래지면서 '파렴치하다는 말은 빼라' 그러더라. 못 뺀다 그랬지(웃음)."
   
- 소송비용은.
"상인연합회 고문변호사인 권정순 변호사가 무료로 변론해줬다. 다행이지."

"오 시장 대권 꿈 깨라,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반대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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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소공동 지하상가. ⓒ 홍현진


- 최근에도 '통째입찰' 때문에 지하도 상가 상인들이 시위를 벌였는데, 어떻게 됐나.
"7월 8일에 일단락됐다. 통째입찰이 뭐냐면, 각 점포단위가 아니라 상가단위로 공개경쟁입찰을 하겠다는 거다. 근데 그 전제조건이 (책자를 보여주며) 편의시설 설치를 조건부로 한다는 것. 상가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거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좋겠지. 그런데 이 편의시설이라는 게 원래 상인들이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60%, 서울시에서 30%, 상인들 10% 이렇게 내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그런 거 필요 없이 상인들이 100% 내라는 거다. 상인들이 못 내면 편의시설 설치를 조건부로 하는 기업이 들어온다. 140개 점포면, 140개 점포를 관리하는 사장 한 명 뽑는 거다. 그런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편의시설 설치비용을 상인들한테 전가 안 시키겠나. 100억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엘리베이터 설치하고, 상인들한테 싼 임대료 받고 버티겠나. 아니다. 결국 상인들한테 전가되는 거다. 어쨌든 많은 논란 끝에, 우리가 수의계약을 포기하고 경쟁 입찰에 동의하는 대신에 임대료를 올려주는 식으로 해서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얻게 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 결국 서울시는 또 이런 식으로 수익을 얻는 거다."

- 몇 년에 한 번씩 이런 식으로 분쟁이 계속되면 불안하지 않나.
"지금 강남지역 5개 상가가 리모델링해서 곧 오픈하는데 상인들이 각 점포당 1억 원 정도를 냈다. 엊그제 서울시의회 예산결산심의 보니까 서울시 부채가 더 늘어나서 25조가 넘더라. 이러한 재정적자를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한테 착취해서 메우는 거다. 서울시 전시행정에 따른 적자분을 전가시키는 거다.

오세훈 시장이 망국적 포퓰리즘 어쩌고 하는데, 오 시장 하는 일이 더 망국적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이제 서울시에서 오세훈이 '투사'라고 별 달아줬다. 앞으로 SSM 반대라든지, SH 공사 재개발 임차인 문제라든지 영세임차인을 대변하고 싶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은 대권 꿈 깨라. 내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반대할 거다(웃음)."
#정인대 #오세훈 #지하상가 #통째입찰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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