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측근 기용'에 대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한 점심식사 모임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이 '권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에 대해 당내에 부정적 의견이 많으므로 제고해달라'고 건의한 것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스타일리스트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강조한 것으로, '자신의 이미지 관리보다는 당을 위해 몸바쳐 싸우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 대통령이 이 말을 차용한 것은 '주변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하며 '측근 기용'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최종 결정 전에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청문회 통과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며 당의 역할을 강조, 법무부장관 내정 이후 당이 든든하게 뒷받침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홍준표 "공적자금 들어간 우리은행·대우조선 대기업 매각 안돼"
이날 홍준표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을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포스코처럼 국민공모주 형태로 해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각 산업별 특성이 있으니 (매각 형태는)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은 "자영업자가 존립하기 어려운 여건이므로 서민층을 따뜻하게 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며 "미소금융의 성공을 위하여 당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향후 당·청 관계에 변화를 예고하는 언급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날 식사 중에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은 당에 있으므로 당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부와 당이 잘 협조해 정부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지 않도록 하고, 당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정협의가 긴밀하고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식사 뒤 이 대통령과 홍 대표는 40여 분 동안 1 대 1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형식적인 주례회동은 지양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전화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상시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건의해 이 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관중을 유치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며 자신의 사비로 본인의 모교 초등학교 학생 전원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김두우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당에서는 홍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유승민·나경원·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 이범래 대표비서실장이 참석했다.
2011.07.13 18:05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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