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노조, 여당의원 출신 신임사장 출근 저지

등록 2011.07.14 13:23수정 2011.07.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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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기자] "이렇게 내 힘을 빼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뉴서울호텔로 갈테니 대화하자"

이원창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이하 코바코) 신임사장이 직원들의 출근저지투쟁에 막혀 사장 집무실이 아닌 뉴서울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14일 이 사장의 첫 출근은 무산됐다.

예상했던 대로 코바코 신임 사장에 이원창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 오늘 오전 9시 정병국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그리고 이원창 사장이 코바코 사무실이 있는 프레스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취임식은 10시 30분으로 예정됐었지만 그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인사를 갔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사장출근저지에 참여한 130여 명의 직원들 뿐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 지부(지부장 권기진) 박태준 사무국장은 이원창 사장이 도착하자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주십시오"라고 말했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북소리에 맞춰 "광고청탁 색깔론자 이원창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당황한 이원창 사장은 "이럴 때가 아니다. 정부와 이야기하고 야당도 만났는데 코바코 존재 이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여러분이 이렇게 내 힘을 빼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는 여러분은 위기의 코바코를 살릴만한 대안이 있냐"면서 "조사를 한번 해보시라.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이니 의미 있게 새겨들으라"고 훈계조로 말했다. 조합원들은 그러나 길을 터주지 않았다.


결국 이원창 사장은 "코바코에 뭐가 필요한지 시간을 갖고 보자. 답을 기다리겠다"며 "뉴서울호텔로 갈테니 대화하자"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고, 조합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코바코 권기진 지부장은 "그들의 말은 여전히 같다. 여기 있는 조합원들이 재정신이냐는 투"라며 "30년간 자랑스럽게 회사를 지켜온 우리들에게 말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3년 전 양휘부 전 사장도 '코바코를 없애는 걸 막으러 왔다'고 말했었지만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며 "회사, 우리가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장출근저지투쟁에 함께 한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해온 코바코의 기능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켜 망가뜨리려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코바코 노조는 오후 회의를 열어 향후 사장출근저지 등 투쟁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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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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