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도 없는 어린이집의 인기비결은?

서울 마포구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어린이집'

등록 2011.07.18 17:07수정 2011.07.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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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서울 성미산 인근의 육아공동체 '우리어린이집'을 지난 14일 찾았다.

노란색 승합차를 집 앞에서 타고 내리며, 단체로 등원하는 아이들을 자주 봤다. 그런데 이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개별적으로 가족과 함께 등원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을까? 구수한 현미차를 끓여서 내주던 이태경 대표교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관계를 많이 중요시하기에 매일 부모와 교사가 만남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공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것이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1994년 2월 신촌지역 공동육아 협동조합 준비모임과 조합원 모집을 시작으로 개원을 한 후로 세 번 터전을 옮겨다녔다. 그 뒤로 2009년 5월 성산1동에 2층 건물에 영구터전을 마련하여 입주하였다.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도 마을운동의 필요성을 느껴서 생각을 같이하는 부모들과 함께 참여한 성미산마을 공동체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과 듣고있는 아이들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과 듣고있는 아이들김미혜

오전에는 주로 바깥활동을 다양하게 하며, 비가 오는날에도 우비를 입고 나가지만, 이날은 장맛비가 제법 굵게 내리는 탓인지 실내에서 아이들은 보육교사의 통제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놀이들을 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별다른 낯가림 없이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고 같이 노는 것에도 자연스럽다.

- 공동육아교육과 일반육아교육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다른점을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공동육아는 생활을 중요시하고 교육철학과 목표는 영유아기 동안 기술이나 기능을 익하는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올바른 태도와 문화를 익히는것을 중요시한다."

- 유아기때부터 선행학습을 많이 하고 학교에 가는데 공동육아 아이들의 (학교)적응에 대한 걱정은 없나.
"염려 많이 하지만 (선행학습) 안 해준다는 것보다는 (모두가) 합의해서 같이 가는 것이라고 본다. 어린이집에서 뭔가를 해주기보다는 자기 갈등을 겪어가면서 옆 사람과 논의하면서 학교적응은 잘하는데 심리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은 있다. 자기와 살았던 방식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어려워하는데 이것도 살아가는 방식 중의 하나라고 본다.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웬만큼 어려워하지는 않는다."


우리어린이집은 종일반(오후 7시)으로 운영되며 3세부터 7세까지 37명의 아이들과 6명의 정교사, 식단을 준비하는 밥선생님과 아침, 시간제교사를 포함해 9명이 육아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가 많은 만큼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질적향상이나 교사들의 근무여건도 좋을 것 같다는 물음에, 이 대표교사는 금전적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일반어린이집에 비해서는 교사들의 복지부분은 낫다고 했다. 우연하게 지난날의 교사모집에 대한 근무조건을 봤더니 주 40시간 근무와 4대보험에 상여금과 2년마다 1개월의 안식월 제도가 있었다. 어린이집 일정표에도 근로기준법에 의한 각종 휴가를 교사들이 사용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그만큼 안정된 재정확보가 많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공동육아시설이라고 하면 출자금과 비싼 보육료 때문에 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교사는 굳이 피하려 하지 않았다.

"제도권 밖에 있을 때는 보육료만 있었다. 아이는 적고 교사는 많고 쓸 돈도 많고 비싼 어린이집이었다. 중산충의 교육운동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지금도 그렇고. 그것은 넘을 수 없는 한계인 것 같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분이고, 내용적으로는 자기들 어린이집 안에서만 잘 살려고 하는 폐쇄성 이런 것들을 보기도 하는 것 같다. (공동육아) 뜻을 비난하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기적으로 아이들의 신체변화를 확인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아이들의 신체변화를 확인하고 있다.김미혜

공동육아시설이라고 하면 비인가교육기관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 대표교사는 비인가 공동육아시설은 없다며 보건복지부 산하의 부모협동시설의 제도권에 속해서 평가와 감독을 받는다고 한다.

일반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법정보육료와 인원을 지켜야 하며, 운영비의 일부를 정부지원금으로 받아서 빠듯한 살림살이에 보태고는 있지만 그것마저 올해는 줄어들었고 재인증 평가에서 탈락하면 지원금도 끊긴다. 현재의 법정보육료로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교사의 급여를 올리기도 힘들다며 매달 납부하는 법정보육료와 (공동육아)조합비를 전체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공동육아는 조합원(부모)과 교사가 함께 운영을 하는 협동조합으로서 내부에서 크고 작은 말과 탈은 항상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때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해결하는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성숙함이 있다고 한다. 공동육아에는 아마(아빠, 엄마)활동이 있다. 부모가 어린이집에서 일일교사역할을 하면서 교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도 하며, 교사는 아마들의 새로운 시도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와 교사들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뒷풀이등을 통해서 친해지며 공동체가 지향하는 목표에 서로의 힘을 보태고 있다. 초복인 이날 아이들 점심인 삼계탕의 훈훈한 냄새만큼이나 밝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공동육아의 힘이 느껴졌다.
#성미산 #공동육아 #우리어린이집 #협동조합 #법정보육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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