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변처럼 더부룩했던 삶, 후련하게 해줄 명약

[서평] 지율, 박기호, 이남곡, 임락경, 칫다다, 서연남 지음 <비워야 산다>

등록 2011.07.22 15:04수정 2011.07.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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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다양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나 건강과 같은 뭔가를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다소 가난해 보이는 사람도 그렇지만 보기에 넘쳐흐를 만큼 넉넉해 보이는 사람들도 뭔가를 더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원초적 본능이라는 게 있습니다. 배고픈 아기가 엄마 젖을 빨고, 졸리면 자고,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섹스 등이 바로 원초적 본능입니다. 이러한 원초적 본능 못지않게 인간들이 살아가는 동안에 감내하거나 겪어야 하는 욕심으로 재물욕과 명예(권력)욕이 있는데 이를 더해 오욕(五慾)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각자 다른 입으로 낸 같은 소리, '비워야 산다'

대개의 사람들이 이렇듯 뭔가를 채우고 추구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년여 전에 입적한 법정 스님의 또 다른 상징처럼 되어버린 무소유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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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산다>| 지율, 박기호, 이남곡, 임락경, 칫다다, 서연남 지음|한겨레출판(주)|2011.7.8 |값: 15,000원 ⓒ 임윤수

그러게 살아가는 여섯 사람이 각자 다른 입으로 같은 소리, '비워야 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진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별이 다르고, 출생지가 다르고, 직업(?)이 다르고, 나이가 다른 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터득한 경험과 지혜를 '비워야 산다'로 표현하고 있으니 이구동성으로 말한 '비워야 산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지난 2010년 10월부터 6주 동안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의 사회로 서울 정동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즉문즉설 형식으로 열린, '우리시대 무소유를 묻는다'를 주제로 한 대중강연을 한 여섯 현자들의 강연 내용을 <한겨레출판사>에서 <비워야 산다>로 출간하였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한 즉문에 대답한 즉설이라서 내가 묻고 싶은 내용을 이해시켜 주는 듯한 즉설이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우며 낮게 살아가는 사람들

공동 저자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천성산 지킴이로 널리 알려졌고,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되는 생명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지율 스님, 성경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실천적 삶을 보여주고 있는 박기호 신부님, 대개의 사람들이 꿈꾸는 전도유망한 미래를 어느 정도 일군 상태에서 어두운 시대를 타파하고, 진보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기꺼이 등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남곡님이 살아가는 방법과 모습입니다. 

사회자인 황대권이 기독교계의 기인 가운데 기인이며 보물 가운데 보물로 설명하고 있는 임락경 목사님,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전형적인 지식인의 삶을 영유하다 홀연히 출가하여 무한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될 자본주의 이후의 '이상국가'를 건설해가고 있는 찻다다님, 민들레 국수집으로 널리 알려진 서영남님이 연단에 섰던 강사이며 공동저자들입니다.

저자들에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그들은 말로만 하는 강사, 글로만 하는 저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는 모습 그대로를 이야기한 삶의 주인공,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과 경험을 글로 정리한 사는 이야기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 주장이 아닌 실천으로 그려내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방식이기에 어떤 말이나 주장보다 진솔하고 설득력이 강합니다. 경험하지 않고, 그렇게 살지 않으면 묘사할 수 없는 내용들이기에 체험이라도 하듯 생생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삶,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지 못하는 참 행복을 공동의 몫으로 피워내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기에 경이로울 만큼 소박합니다.   

높은 곳을 추구하지 않고, 낮추며 살아가지만 주렁주렁 달린 호박처럼 행복한 모습이 주렁주렁 영글고 있는 삶이기에 읽는 시간이 편안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행복합니다. 조금은 생소해 보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이 그려지고, 공동체에서 일구는 행복, 휴식 같은 편안함이 머릿속에 연상됩니다.

커다랗게 모자람이 없는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항상 갈증을 느끼던 자신이 모습이 들여다보이고, 쉴 줄 모르고 숨 가쁘게 달리기만 한 소유욕의 실체가 비춰집니다. 

더부룩한 삶, 후련하게 해줄 명약 수두룩

숙변이 있으면 속이 더부룩해 더 맛나고 값진 음식이 나와도 그것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들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기심이나 욕심이 숙변처럼 껴있는 삶이라면 훨씬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의 여건이 주어진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에고와 소유욕이 숙변처럼 껴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읽으면 장청소를 하듯 <비워야 산다>를 일독해 볼 것을 처방합니다. 더부룩했던 삶을 후련하게 해줄 명약과 같은 사는 모습, 방법, 내용을 곳곳에서 읽고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비워야 산다>| 지율, 박기호, 이남곡, 임락경, 칫다다, 서연남 지음|한겨레출판(주)|2011.7.8 |값: 15,000원


덧붙이는 글 <비워야 산다>| 지율, 박기호, 이남곡, 임락경, 칫다다, 서연남 지음|한겨레출판(주)|2011.7.8 |값: 15,000원

비워야 산다 - 채워도 채워도 허기진 현대인을 위한 여섯 현자의 메시지

지율.박기호.이남곡.임락경.칫다다.서영남 지음,
휴(休), 2011


#비워야 산다 #한겨레출판(주) #지율 #박기호 #임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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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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