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이순신 장군의 거리라니....

충무공 표석 26년 지켜온 이종임 할머니

등록 2011.07.26 15:55수정 2011.07.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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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순신 장군  이종임 할머니가 먼지가 앉은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 
표지석을 닦고 있다. 그 앞에 금줄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 이종임 할머니가 먼지가 앉은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 표지석을 닦고 있다. 그 앞에 금줄이 보인다. ⓒ 김학섭


"우리 조상님인데 내라도 이렇게 돌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이종임(76) 할머니는 작은 표지석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닦지 않으면 먼지로 엉망이 된다는 것. 표지석 앞에는 금줄까지 쳐져 있었다. 이 작은 표지석이 이순신 장군의 생가 터를 알려주는 유일한 표식이다. 

25일 오후 "금줄은 누가 쳤습니까?" 하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께서 치셨다며 그러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이곳에 토사물까지 남기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날은 장군을 뵐 면목이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앞에다 금줄을 처서 접근하지 말라고 표시했는데 누군가 민원까지 집어넣어 철거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자기 조상님 무덤에 그런 일을 했다면 가만히 있겠어요?" 하고 할머니는 화를 냈다. 광화문에 서 있는 장군의 위용과는 달리 생가 터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팔순을 바라보는 이종임 할머니가 26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돌보아온 덕분에 표지석은 늘 세수를 한 듯 깨끗하다는 것이다.

a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 거리의 보도블록에 새겨진 거북선 그림, 보통 
때는 자세히 봐야 거북선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 거리의 보도블록에 새겨진 거북선 그림, 보통 때는 자세히 봐야 거북선이 보인다. ⓒ 김학섭


그렇게 열심히 돌볼 이유라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순신 장군은 덕수 이씨고, 자신은 경주 이씨지만 그런 훌륭하신 분을 우리가 모시지 않으면 누가 모시겠느냐고 반문했다. 할머니의 정성을 전해들은 덕수 이씨 종친회에서 98년도 감사패를 전달하고 매년 충무공 행사에 초청장을 보낸다며 비닐봉지에 간직한 감사패를 보여주었다.
 
우리의 속담에 병수발 삼년 효자가 없다는 말이 있다. 정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을 이종임 할머니는 무려 26년 동안 이순신 장군 표지석을 열심히 닦고 사랑하고 있었다. 지극 정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조상님 표석을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 

이종임 할머니는 옛 명보극장 앞에 신문 가판대를 30여년 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표지석을 지금까지 지켜왔다. 해마다 탄생일이나 기일이 되면 잘 차라지는 못해도 10만 원 정도 들여 제사상을 차리고 제사를 모시고 있다고. 돈을 바라고 한 일이었다면 26년 동안 이런 일을 했겠느냐며 정성으로 하는 일이라는 이종임 할머니.

a 이순신 장군  마침 비가 내려 먼지가 씻겨 나가자 글자와 함께 확연히  
거북선의 위용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 마침 비가 내려 먼지가 씻겨 나가자 글자와 함께 확연히 거북선의 위용을 만나 볼 수 있었다. ⓒ 김학섭


을지로 3가에서 인현동 쪽 옛 명보극장 앞이 이순신 장군의 거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나다니는 행인에게 물어 보아도 거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이곳이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람조차 모르고 있었다.


을지로 3가 쪽에서 옛 명보극장으로 가는 길 보도블록에 새겨진 작은 표시판이 이곳이 이순신 장군 거리라는 곳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표시판을 밟고 다니지만 먼지가 쌓여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눈 여겨 보는 사람도 없다. 때마침 비가 오자 이순신 장군의 거리라는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왔다.   

a 이순신 장군  을지로 3가 이순신 장군 거리의 오후의 모습, 희미하게 거북선 
형체만 보인다. 어쩐지 산만하다.

이순신 장군 을지로 3가 이순신 장군 거리의 오후의 모습, 희미하게 거북선 형체만 보인다. 어쩐지 산만하다. ⓒ 김학섭


옛 명보극장은 없어지고 그 곳에 새로운 빌딩이 들어서 있다. 시대가 바뀌니 이곳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순신 장군의 생가터 표지석도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원래 위치에서 할머니 가게 아래쪽으로 5미터 옮겼다.


구청에 어떤 식으로 관리하느냐고 묻자 일지를 만들어 자주 순찰을 하고 있다며 이종임 할머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할머니의 유일한 소망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훌륭하신 우리 조상(이순신 장군)님을 끝까지 잘 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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