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하지 못한 1천여평의 양배추밭태안읍 평천리의 양배추밭. 밭 안쪽에는 이처럼 멀쩡한 양배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동이
이 주민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부터 봄, 여름내 일꾼을 사서 1000여 평의 밭에 양배추 모종을 심고 비료를 주고 수차례에 걸쳐 농약도 뿌리면서 애지중지 길렀다. 하지만 최근 양배추값이 폭락하면서 수확을 하면 오히려 인건비와 운반비도 건지지 못할 사정이 되자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장마가 길어지면서 상품 가치가 있었던 양배추들도 썩어 버리는 바람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결국 수확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주민은 "양배추를 팔려면 본인이 직접 따고 사람을 써서 차에 실어서 시장에서 팔아야 되는데 그럴 형편이 안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용단을 내린 것 같다"며 "또 장마가 길어지면서 상품가치도 떨어져 갈아엎기는 더 마음이 아프고 해서 공짜로라도 양배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먹을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마음 아파했다.
이 주민은 또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다면 군에서라도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전한 뒤, "아무리 공짜로 준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지. 나도 농사짓는 농민이지만 아무리 공짜라도 종자값이라도 조금 주고 가면 좋을 텐데... 그저 공짜라면"이라며 "땀흘려 농사짓는 농민의 심정을 이해하려나"라고 말한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