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할 때 월 100만 원씩 썼어요"

취업 위한 '스펙' 쌓기도 쉽지 않은 지방 대학생들... 스터디도 수도권 위주

등록 2011.07.28 18:28수정 2011.08.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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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차가 천천히 플랫폼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한 걸음을 땅에 내딛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대구의 여름이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이제야 내가 집에 왔구나. 학기 중에는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하느라 집에 갈 여유가 없는 내게 방학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같은 날 오랜만에 대구에 사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을까, 학교는 잘 다니고 있었을까 어떤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 할지 고민하며 한창 들떠있던 나와 달리 자리에 나온 친구는 어두운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친구는 대뜸 서울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대구가 서울에 비해 정보나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왕이면 휴학 후 서울에서 공부도 하고 인턴 등을 하며 취업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교통비나 생활비를 전부 마련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 막상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망설여진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취업에 필요하다는 '스펙' 중 하나인 인턴 활동을 하기에도 쉽지 않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내는 대다수의 인턴 공고가 서울을 기반으로 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

일부 기업들이 지방 출신 인턴들을 위해 교통비나 숙소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인턴 활동 동안 드는 교통비와 거주비를 학생 본인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친구의 하소연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친척 혹은 친구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얹혀살며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인턴지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속상해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고 덧붙였다.

답답해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각종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대학, 문화시설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있는 이 기형적인 환경에서 지방대 출신 학생들에게 서울은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울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권력이 되어버린 상황. 또 다른 대안은 없을까? 내 친구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추가로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인턴채용 있어도 멀다 보니... 인턴 동안 매달 100만 원 갸량 썼다"

첫 번째로 내가 만난 사람은 송정은(인제대 일반대학원 2년)씨다. 울산에 살고 있는 그녀는 지난 겨울 두 달간 '참여연대' 인턴 활동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인턴을 하는 내내 서울에 살고 있던 친오빠 집에서 생활했다. 그녀는 '지방 학생들은 어떤 대외활동을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안타깝지만 욕심있는 친구들만 봉사활동이나 공모전 같은 걸 찾아서 하는 편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다"고 답했다.

"학과에 들어오는 공모전에 주로 많이 도전하기도 하지만 정보력이 수도권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이고, 공모전이나 인턴채용이 있어도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애초에 알아보려는 학생도, 도전하려는 학생도 많지 않다."


송씨는 더불어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에 올라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턴 활동 기간 동안 친오빠가 살고 있는 서울 자취방에서 숙식을 해결한 송정은씨 경우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송씨의 경우에도 인턴을 위해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매달 두 사람의 방값과 관리비로 지출되는 50만 원 가량의 돈에 본인의 학원비나 기타 생활비 등으로 나가는 50만 원을 더하면 인턴 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매달 100만 원 가량이 지출됐다.
적지 않은 돈이었다. 인턴 활동 자체는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것을 위한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지방에 사는 수많은 평범한 대학생이 취업준비를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을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송정은씨의 사례 외에도 비슷한 경우는 많았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우은희씨는 지난 겨울 강동구에서 했던 자신의 인턴생활을 돌이켜보며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도 대구나 강원도에서 올라와 자취 혹은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인턴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턴을 거쳐 정규직 전환을 위해 먼 거리 등을 감수하며 지방에서도 올라와 인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구직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 역시 의정부에서 강동구까지의 불편한 출퇴근길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고시원 생활을 고려하고 있다는 그녀는 "교통비, 식비, 고시원 생활 등을 한다면 평소보다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걱정 어린 답변을 내놓았다.


취업 스터디 역시 수도권이 대다수... "사람 구하려 해도 쉽지 않다"

 취업과 관련된 인터넷 대형 카페. 게시판은 스터디 팀원을 모집하는 글로 가득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대부분이었다.
취업과 관련된 인터넷 대형 카페. 게시판은 스터디 팀원을 모집하는 글로 가득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대부분이었다.박가영

지방에 사는 대학생들에게 인턴 활동의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취업 스터디를 하려고 해도 환경이나 공부법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스터디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한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올렸는데도 댓글이 달리지 않거나 미지근한 반응 때문에 결국 실패한 적이 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인턴에 이어 취업 스터디에 있어서도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취업준비 카페에 접속해보았다. 영어 회화나 입사면접 등을 위한 스터디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태반이 서울 혹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구, 부산, 대전 외에도 김해, 마산 등도 있었으나 부산 3건을 포함 총 12개 게시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최근 600여 개의 게시물은 서울 강남, 신촌 등에서 스터디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대구나 부산 같은 대도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소도시인 경우 이러한 기회나 정보에서 더욱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가 만난 대다수 대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들의 한마디가 마치 내 친구들의 절박한 목소리로 들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흔히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학점, 어학, 그리고 대외활동과 인턴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 사람들은 취업 경쟁에서 이들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 대학생, 특히 그 부담이 가중되는 지방 대학생은 그 벽이 더욱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부추기면서도 정작 그 속에서 기회조차 얻기 힘든 이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인지. 너희들의 문제라고, 모든 것이 의지에 달린 일이라 하기엔 지방에 사는 대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덧붙이는 글 | 박가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가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취업 #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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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1기로 활동했습니다. 사람과 영화가 좋습니다. 이상은 영화, 현실은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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