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 팬들이 찾아오는 그 유명한 '효자동 기름 떡볶이' 국물없이 떡볶이를 기름에 볶는 원조 떡볶이 요리법이다.
김종성
어물전 가게 벽엔 푸른바다가 넘실대고 족발집 앞엔 통통하고 귀여운 돼지모형이 장식되어 있다. 환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깜찍함이 여학생의 작품인 게 분명해 보인다. 고소한 향이 나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숫가루다. 무더운 여름날 냉면이나 콩국수도 좋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맛깔난 여름 별미. 아침에 밥하는 일을 덜어주기도 하고 배고픔도 해결해주어 내겐 고마운 구세주 같은 식량(?)이기도 하다.
통인시장의 대표선수는 '효자할머니떡볶이' 집이다. 이곳에서 파는 '기름떡볶이'는 여성들에게 유명해서 멀리 일산에서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팬들이 있을 정도다. 원래 떡볶이는 지금처럼 국물이 없이 말 그대로 볶아먹는 떡이었단다. 할머니는 자기 집 주차장을 빌려주시는지 단골 손님인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차를 가지고 시장에 오려면 미리 전화를 달라고 하신다.
집에 싸가려고 한 줄에 이천 원인 '손맛김밥'을 한 줄 먹어보는 순간, 전에 먹던 김밥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김밥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메뉴도 한 가지인 참깨야채김밥인데 일본에도 소개된 36년 전통의 김밥집이란다, 어쩐지.
가끔씩 통인 시장에 들를때 마다 이런 시장길과 같은 '우리 동네'에서 아는 사람,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삶을 꿈꾸어 본다. 진정으로 걷고 싶은 거리, 진정으로 살고 싶은 도시를 말이다.
추신) 통인시장 가까이에는 멋진 미술관들이 많아 시장에서 배불리 먹고 눈호강을 하러 들려볼만 하다. 좋은 예술 작품들을 연중 상설 무료 전시회를 하는 진화랑(
www.jeanart.net), 통의동 한옥골목 사이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
www.ryugaheon.com)도 시민들에게 언제나 무료로 멋진 작품들을 전시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