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밥그릇 빼앗기... 주민투표는 '꼼수'"

[인터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권한쟁의심판' 청구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등록 2011.08.03 12:34수정 2011.08.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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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에 대해 "미래세대를 위한 공교육을 위해 130만 서울 학생들과 200만 학부모들, 800만 유권자, 1000만 시민들을 위하는 길이다"며 "서울시장과 교육감이 민주사회 공교육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한 교육협력, 지원 대상을 놓고 협의의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에 대해 "미래세대를 위한 공교육을 위해 130만 서울 학생들과 200만 학부모들, 800만 유권자, 1000만 시민들을 위하는 길이다"며 "서울시장과 교육감이 민주사회 공교육의 본질과 사명에 충실한 교육협력, 지원 대상을 놓고 협의의 장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성호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교육청이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를 묻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교육감이기 이전에 법학자로서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발의는 민주주의의 아주 소중한 장치이기 때문에 이런 장치가 어렵사리 발동했는데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왔다"는 곽 교육감은 "그럼에도 이번 주민투표는 그 위법성과 부당성의 정도가 너무나 중대하고 심각했다"며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주민투표 거부운동에 대해서도 곽 교육감은 "직접민주주의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독재시대에나 어울릴법한 투표불참운동 선택하는 걸 보면, 정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곽 교육감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지냈다.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한 다음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만난 곽 교육감이 가장 많이 사용한 표현은 '안타까움'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물난리 속에 "무모하고 비정한 투표"를 결국 강행하기로 한 것도, 이를 막기 위해 서울시민이 뽑은 선출직인 교육감과 시의원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토록 투표참여를 강조해오던 시민·사회단체가 투표거부운동에 돌입하게 된 것도 착잡한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사법부가 주민투표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곽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 발의는 월권... 교육자치 훼손됐다"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주민투표 거부운동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이 "직접민주주의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독재시대에나 어울릴법한 투표불참운동 선택하는 걸 보면, 정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주민투표 거부운동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이 "직접민주주의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 독재시대에나 어울릴법한 투표불참운동 선택하는 걸 보면, 정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며 공감을 표시했다.유성호
-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던 무상급식 논쟁이 또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셈인데, 심경이 어떤가. 
"솔직히 설마설마했다. 이런 물난리 와중에 발의를 할까. 주민투표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그토록 지적당해왔는데도 이렇게 무모하고 비정한 투표를 밀어붙이는 걸 보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적대응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가 뭔가.
"(한숨 쉬며)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주민투표를 통해 직접적으로 민의를 묻겠다는데, 그것을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대의기관의 판단이 민의에 어긋날 때 이를 바로 잡는 수단이 주민투표 아닌가.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발안. 민주주의의 아주 소중한 장치들이다. 이런 장치가 어렵사리 발동했는데 법정으로 가서 법관의 판단을 구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법적 검토를 하긴 했어도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는 그 위법성과 부당성의 정도가 너무나 중대하고 심각했다."


- 권한쟁의 심판청구의 경우 "학교급식 사무는 서울시장이 아닌 교육감의 사무이자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학교급식 관련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것이 요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무상급식이 서울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니 시장이 주민투표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제주도 행정개편 주민투표는 행안부 장관이 했어야 하는 거냐"라고 반박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건 말이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 법제도에서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다. 일반자치와 달리 교육자치는 철저하게 그 정치적 중립성, 자주성,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헌법이 명령하고 있다. 그러한 독립성이 교육감까지도 직선으로 뽑는 정도까지 발전된 거다. 이런 마당에, 시장이 교육감의 고유 업무를 주민투표에 부친다?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같은 시장의 고유 업무를 교육감인 제가 못마땅하다고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서울시장은 이런 거다. '나는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 한해서 선별적, 제한적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감이 무상급식 하겠다면서 돈을 달라고 한다. 내 철학에 맞춰서 지원을 안 해주려니 시민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주민투표를 해야겠다.' 이 때 주민투표 대상은 '서울시가 지원을 해줄까요, 말까요' 딱 거기까지다. 그런데 이번 주민투표는 그 대상을 넘어선다. 교육감을, 교육자치를 만만하게 보지 않고는 어떻게 그렇게 하나. 학교급식을 무상급식으로 하든, 무상급식으로 할 경우에 중하위층에만 하든, 중상위층까지 100%하든 그건 교육감의 권리다. 이를 넘어서는 건 교육자치의 법과 정신을 훼손하는 거다."

"'전면적 VS 단계적' 부각시킨 주민투표 문안, 서울시의 꼼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유성호
- 주민투표 문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종 확정된 안이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안'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1안도, 2안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17일, 제가 결제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계획안'을 보면 2011년에 초등학교 전면, 2012년에 중학교 1학년, 2013년에 중학교 2학년, 2014년에 중학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면무상급식을 완성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당초 저한테 올라온 결재안의 내용은 2011년 초등학교, 2012년 중학교, 2013년 고등학교 전면실시였다. 그런데 제 생각은 달랐다. 보편적 무상급식 제공은 올바른 지향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것 맞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에 앞서는 절대선, 최고선은 아니다. 재정 여건을 봐가면서 최대한의 가용자원을 투입하면 될 일이지, 무리하게 할 일은 전혀 아니라고 판단해서 고등학교를 제외시켰다. 그리고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면무상급식을 확대하도록 했다.

서울시 안인 1안도 사실과 다르다. 지난 3월 24일 서울시장이 결재한 '2011년 교육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보면 2014년까지 소득하위 30% 수준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고 나와 있다."

- 서울시에서는 "교육청 안이 조례와 달랐다면, 왜 지난해 조례가 통과될 때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시의회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무상급식조례를 제정하게 된 것은 공약실현 차원이기도 했지만, 오 시장의 반발, 비협조에 대한 정치적인 대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조례의 부칙에는 '2012년부터' 중학교 전면무상급식 실시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것은 '의도적 모호성'이다. '2012년에 중학교 3개 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고 할 경우 무상급식예산을 확정하게 되고, 이는 시장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중학교는 2012년부터 재정여건을 봐가면서 최대한 실시해나간다' 이렇게 해석하는 게 옳다.

그리고 서울시는 2안이 조례 부칙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는데, 현재 해당조례는 오 시장이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주민투표법상으로도 소송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부칠 수 없도록 되어있다."

-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 안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무상급식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하면 '찬성'이 높게 나오고 '전면적 실시, 단계적 실시' 하면 당연히 '단계적'에 찬성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도, 교육청도 '단계적'이라는 건 똑같다. 다만 최종목표가 서울시는 소득하위 50%까지지만, 우리는 재벌집 아이까지 포함해서 차별 없는, 제한 없는 보편적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뒷전으로 가고, 전면적이냐, 단계적이냐만 문안에서 부각시켰다. 비본질적일 뿐만 아니라 허구다. 일반시민들에게 혼선을 불러일으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거다."

"주민투표 막지 못하면 2학기부터 괴로운 일 벌어질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외눈박이 지식인'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이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가 생각 난다"며 "내가 외눈박이 물고기라면 나를 온전케할 또 하나의 물고기, 오 시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족하지만 보완해줄 오 시장이기를 우리 시민들이 정말 원하고 있지를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외눈박이 지식인'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곽노현 교육감이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가 생각 난다"며 "내가 외눈박이 물고기라면 나를 온전케할 또 하나의 물고기, 오 시장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족하지만 보완해줄 오 시장이기를 우리 시민들이 정말 원하고 있지를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말했다. 유성호

- 오세훈 시장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종현 대변인이 곽 교육감에게 '카멜레온'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이번에는 오 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감을 '외눈박이 지식인'이라고 공격했다. 점점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제가 지금까지 인터뷰한 걸 쭉 봐라. 서울시장에 대해서 어떠한 비난도 한 적이 없다. 서울시민과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교육감과 시장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싸우는 게 얼마나 불안하겠나. 볼썽사납고. 그런데 저한테 카멜레온 교육감에 외눈박이 지식인까지. 이건 아무런 근거가 없는 모욕이다."

- 오는 24일 투표에서 투표율이 33.3%가 넘고 오 시장 안에 대한 찬성이 더 높게 나타난다면 무상급식은 2학기부터 어떻게 되는 건가.
"이번 주민투표는 이미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초등학교 1~4학년 아이들의 밥그릇을 다시 빼앗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비정한 투표다. 통합의 교실을 성적우열로 나누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부모우열교실로 만들겠다는 측면에서 인정머리 없는 투표다. 서울시 검증결과에서도 무효서명이 37.2% 나왔을 정도로 진정성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도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번 투표는 법적으로도 분명한 문제가 있다. 첫째, 교육자치 유린이라는 헌법적인 문제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둘째, 앞서 설명했듯이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 그리고 셋째, 예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 예산액을 확정짓는 주민투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2012년도에 3개 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하라고 하면, 예산액이 확정된다. 법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렇게 세 가지 확실한 위법성이 있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 법이 막지 못한다면?
"참 괴로운 일이 벌어질 거다. 당장, 지금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는 1~4학년들 가운데 70% 혹은 그 이상은 당장 급식비를 내야 할 것이다."

- 어제 야당이랑 시민사회단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투표거부운동에 들어갔다.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민주주의'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다. 그런데 독재시대에나 어울릴법한 투표불참운동 선택하는 걸 보면, 정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 불법과 부당의 정도가 오죽하면 저러겠나." 

- 보편적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서울시민들은 24일 투표장에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할 것 같다. 곽 교육감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모든 분쟁과 갈등을 가장 평화적으로 푸는 방법 중 하나가 대화와 토론이고, 그것이 막힌 곳에서 투표를 하게 된다. 종이에다가 인주 한 번 찍어서 투표함에 접어 넣는 것으로 분쟁이 해결되는 것, 얼마나 평화롭나. 그런데 이번에는 찍을 데가 없어서 (투표장에) 못 갈 것 같다. 우리 교육청 방안이 없는데 어디에다가 찍나. 저는 교육감이기 때문에 무엇이 교육적 견지에서 올바른가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투표는 해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가는 게 맞을까. 간다고 해도 무효표가 될 것 같다."
#곽노현 #오세훈 #주민투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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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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