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그가 이집트 법정에 선다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권력남용죄 등으로 재판... 사형 가능성도

등록 2011.08.03 14:18수정 2011.08.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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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1일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반정부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퇴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 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발표했다.

지난 2월 11일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의 반정부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퇴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해 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발표했다. ⓒ EPA-연합뉴스


2011년 8월 3일은 이집트 현대사에서 매우 특별한 날이다. 다름 아닌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국민의 이름으로,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집트 법정에 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1년 10월 6일 앵와르 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암살된 후 같은 해 10월 14일 이집트아랍민주주의 공화국의 제4대 대통령으로 추대된 무바라크는 2011년 2월 11일 이른바 '카이로의 봄'이라 불리우는 시민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려 30년간이나 집권했다. 그의 철권통치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무하마드 알 카다피(1969년부터 재위), 케냐의 다니엘 아랍 모이(2002년 물러날 때까지 24년 재위)와 더불어 동아프리카 3대 독재자로 불리워질 정도로 압제적이었다. 

모든 장기 독재자들과 그 주변이 그러했듯이 무바라크 시대의 이집트는 대통령 일가와 정부 고관들로부터 하급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뇌물과 청탁으로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민간인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수술용 바늘과 실은 물론 소독솜까지도 직접 구해가야 했고, 대단히 적은 돈이라도 찔러주지 않으면 나라 안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는 일이란 전무할 지경이었다.

일선의 경찰은 앞장 서서 마약을 밀거래했고, 이를 고발하는 시민에게는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무바라크 시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이러한 인권유린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찰도 없었고, 국민들은 가슴을 졸이며 온갖 공무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가말 압델 낫싸르라는 아랍 제일의 영웅을 냈다는 자긍심은 아련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이집트 국민들은 지난 2400여 년간 자신들의 조상들이 그러하였듯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연명해갔다.

그리고 그렇게 끝도 없이 대를 이어서 이집트 국민들은 이집트가 아니라 무바라크 제국을 섬겨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한 이집트에 '카이로의 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일으킨 동력은 무바라크 시대의 30년 압제를 톡톡히 치르지 않은 이집트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낼 줄도 알았고, 부모들의 암울한 삶의 전철을 밟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은 인터넷 세대였다. 그들의 출현은 무바라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기성세대들이 도저히 짐작해낼 수 없는 방법으로 이집트의 청년들은 의사를 소통했고 혁명을 이끌어내었다. '카이로의 봄'이 결국은 오고야말 것이라고, 철인 무바라크가 그렇게 쉽게 낙마하리라고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이집트의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당사자들도 한동안 자신들이 이루어낸 결과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할 정도였다.

오늘 8월 3일 법의 심판을 받게될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기소된 죄목은 모두 세 가지다. 하나는 지난 2월 혁명 당시 혁명에 참여한 시민들을 암살교사한 죄. 또 하나는 대통령 재위 기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죄(권력남용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스라엘로 공급(수출)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을 국제공시가격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한 죄다. 이집트의 법률가들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무바라크는 최소 5년 징역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까지도 구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두 아들 알라와 가말도 법정에 선다. 이들은 부친의 권력을 등에 엎고 '권력남용'한 죄로만 기소됐는데 최소 5년에서 최장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 마스르 알윰>지는 보도했다.

또한 무바라크가 하야하기 직전까지 그의 충견 노릇을 한 전 내무부장관 하비브 알 아들리와 그의 협조자들은 혁명기간 중 시민에 대한 살인교사의 죄로 기소돼 역시 같은 날 법정에 선다. 아들리의 경우 법률가들은 최소 15년에서 사형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전직 정부 수반을 법정에 세우는 이 역사적인 날을 위하여 현재 이집트를 이끌고 있는 군최고위원회는 타흐리르광장의 텐트 시위자들을 강제해산하고 광장을 정리하는 한편 한동안 물러나있던 탱크 등을 다시 광장 곳곳에 포진시켜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에 대처하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그들이 심판을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무슬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축제여야 할 라마단이 시작됐다. 8월 3일이 부디 이집트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기를 내심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무바락재판 #카이로의봄 #이집트혁명 #서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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