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은 자유인이다. 송광사-해인사-봉암사 등 선방에서 40안거를 나며 '나는 누구인가'를 물을 때도,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있을 때도, 그는 늘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웠다.
단지불회
"법당에는 하나님이 안 계신가?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다 부처'라는 말이 있다. 성당에도 교회에도 부처님은 있다. 진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종교도 서로 만날 수 있고 하나가 될 수 있다. 편견을 버리고 서로의 종교를 존중할 때 비로소 국가의 화합과 상생이 일어난다. 이것이 곧 종교가 지녀야할 기본적 도리인 것이다."
철모르는 철부지 소년에서 한평생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으로 성찰의 계기와 생사고락의 업을 끊으려 했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같은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인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에서 힘을 빼면 진정한 참자유가 올 것이니 모든 집착을 버리고 오직 이웃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라고 강조했던 스님의 짧은 한마디가 요즘 더욱 가슴을 울린다.
옛말에 '응마주색난석(鷹馬酒色蘭石)'이란 금언이 있다. 10대 응석받이, 20대 말 타기, 30대 술놀음, 40대 섹스, 50대 난초 기르기, 60대 석수장이 등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주기를 일컫는 말이다. 즉, 청년기에는 매사냥과 말 타기(스포츠)를 즐기고, 중년기에는 여자와 술(사교)을 가까이 하다가, 장년기가 넘어서면 자연을 곁에 두고 지켜보면서 천지의 고요함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인간이라면 이런 사이클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법! 그리고 이 안에서 느끼는 백팔번뇌의 고통과 희로애락, 그리고 한(恨) 많은 인생의 우여곡절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지만, 명진 스님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들고 (죽비로 내려치듯)헛된 망상과 욕심을 놓아버리라고 일갈한다. '나를 찾는 공부가 진정 참된 공부'라 강조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그 지극한 물음 속에 진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