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카 남매를 살리기 위해 하천에 뛰어들어 숨진 박병준씨(40)의 뒷얘기가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본지 8월3일자 6면 보도>
박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전주시 진북동 쌍다리교 부근에서 물놀이를 하던 외조카 남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자 지체 없이 곧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박씨는 최근 집중 호우와 주말에 내린 비로 불어난 전주천의 물살, 곳곳에 깊게 파인 웅덩이로 이내 힘을 쓸 겨를도 없이 물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하천 밖에서 주변 시민들의 팔을 붙잡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부족으로 오열하던 어머니가 본,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했다.
박씨는 사고발생 50여 분이 지나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물 밖으로 인양됐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는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이뤄진 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평소 수심이 1m50cm를 넘지 않던 사고장소는 당시 소방당국이 조사한 결과, 2m20cm를 넘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용접기술을 취득해 팔복동 공장에서 일을 하며 저축도 게을리 하지 않는 등 성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지난 2006년 30대 중반에 맞은 캄보디아 출신 아내(27)와 금실이 좋기로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하지만 1남1녀를 둔 박씨는 태어난 지 한 달을 갓 넘긴 막내아들의 돌잔치 계획을 실행도 못하고 세상을 등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날은 경기도에 사는 박씨의 여동생이 암치료로 인해 남매가 외갓집인 전주를 찾게 됐고, 이들은 평소 발을 담그거나 어린이들의 물놀이가 이뤄져 왔던 전주천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태로 치료 중인 박씨의 외조카 남매는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전주시는 관련법에 따라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을 추진했으나, 가족이나 친족 등은 대상이 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서는 해수욕장·하천·계곡, 그 밖의 장소에서 물놀이 등을 하다가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구조행위를 한 때 의사상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중앙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8.03 19:12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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